메뉴 건너뛰기

연달래, 진달래, 난달래

by 이우 posted Apr 12, 2019 Views 8667 Replies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진달래01.jpg

  옛 어른들은 하나의 사물에 여러 개의 이름(고유명사)을 붙였다.

  흔히 금강산(金剛山)이라 부르지만, 금강산(金剛山)은 온 산이 새싹과 꽃에 뒤덮일 때인 봄의 이름이며, 여름에는 녹음이 짙어 봉래산(蓬萊山), 가을에는 일천 이만 봉이 단풍으로 물들어 풍악산(楓嶽山), 겨울에는 낙엽이 져서 바위들이 앙상한 뼈처럼 드러나 개골산(皆骨山)이라고 불렀다. 산의 모양이 말의 귀처럼 생겨 붙은 이름인 마이산(馬耳山)은, 봄에는 안갯속에 우뚝 솟은 두 봉우리가 쌍돛대 같다 하여 돛대봉, 여름에는 수목 사이에서 드러난 봉우리가 용의 뿔처럼 보인다 하여 용각봉(龍角峰), 가을에는 단풍 든 모습이 말 귀처럼 보인다 해서 마이봉(馬耳峰), 겨울에는 눈이 쌓이지 않아 먹물을 찍은 붓끝처럼 보인다 해서 문필봉(文筆峰)이라 했다.

  지금은 단일한 이름 '진달래'로 알려져 있지만, 같은 나무라 하더라도 가장 이르게 피어 단아한 꽃송이를 연달래, 점차 색이 짙어가며 절정에 다다른 화려한 꽃을 진달래, 꽃과 나비가 다녀간 뒤 흐드러진 꽃송이를 난달래라고 불렀다. 사람의 이름도 어릴 때는 아명(兒名)으로 불렀으며, 성인이 되면 낯선 사람이 본명을 부르기 어렵다 하여 호(號)를 붙였다(당호·아호·별호라고도 한다). 호는 자신이 짓거나 남이 지어주기도 하는데 흔히 거처하는 곳, 이루고자 하는 뜻, 처한 환경이나 여건, 간직하고 있는 것 등을 근거로 지었다. 글자수는 1~10자까지도 있으나 보통 2자였으며, 추사 김정희는 무려 503개에 이르는 호를 사용했다고 전한다. 조선 최고의 소설가 연암 박지원의 벗이며 제자였던 실학자 이덕무(李德懋)는 무엇보다 책을 너무 사랑하여 자신의 호를 ‘책만 보는 바보’라는 뜻의 ‘간서치(看書痴)'라 지었다.

  이름이 사물 자체를 지시하는 것으로 여긴다면 하나의 사물에는 하나의 이름이 적당할 것이다(동일성). 이름이 환경과 맥락, 사용이나 실천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은 사물 그 자체를 지시한다기보다 관계를 중시한다는(관계성) 의미를 함유하고 있어, 예사롭지 않다.

  4월, 인천 약산(藥山)에 이런저런 달래가 지천(至賤)이다.





  1. 15
    Jun 2020
    09:25
    No Image

    유치원, 혹은 집단수용시설 : 구조주의

    유치원, 혹은 집단수용시설 -구조주의 1942년생인 아버지는 손자들이 유치원에 입학하자 당신도 '유치원'에 다녔다고 말했습니다. "유치원요?" 우리는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형제는 유치원에 다니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유치원에 가지만 우리가...
    By이우 Reply0 Views6932
    Read More
  2. 14
    Jun 2020
    22:19
    No Image

    쓰기와 읽기 : 말 더듬기

    쓰기와 읽기 -말 더듬기 글을 쓰거나 읽을 때, 언어 규칙(랑그, langue)에 사유가 갇히는 경우와 언어 규칙이 전개되는 사유를 가둘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전자의 경우, 표현이 내용을 장악하고 있어 글 쓰는 이는 표현이 어려운 내용이나 자신의 능력으로 표...
    By이우 Reply0 Views6796
    Read More
  3. 07
    Jun 2020
    09:00
    No Image

    여성성(女性性, femaleness)

    여성은 스스로 자신의 미추(美醜)를 잘 알고 있다. 자고 일어난 맨 얼굴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자신이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 알고 있다. 맨 얼굴로 거울 앞에 있는 자신이나 그 후나 다를 것이 없다고 투덜대면서 아름다워진다. 여성은 추한 것, 아름답지 못...
    By이우 Reply0 Views4494
    Read More
  4. 06
    Jun 2020
    23:03
    No Image

    행복 공식

    지금 우리 사회에서의 행복은 '소유/욕망'이다. 이 공식에 따르면, 행복하려면 두 가지의 방법이 있다. 더 많이 획득하거나 다시 말해 소유의 양을 늘이거나 하고 싶은 것(욕망)을 줄이면 된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소유의 양을 늘인다는 것은 부지런하고 성...
    By이우 Reply0 Views4677
    Read More
  5. 06
    Jun 2020
    22:52
    No Image

    노점상이 돌아왔다, 권력의 인접성

    중국 정부가 길거리 노점상을 적극 권장하고 나섰다. 그러자 우리나라에서 이런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럼 누가 임대료 내고 장사하지?", "그럼 누가 가게 얻어서 장사하냐?", "중국 길거리 음식 절대 먹지 마세요. 진짜 쓰레기입니다.", "길거리 활성화...
    By이우 Reply0 Views4683
    Read More
  6. 26
    May 2020
    12:18
    No Image

    슬프고 절망적인 언설(言說), 아싸ㆍ인싸ㆍ마싸

    이상한, 수상한, 의미심장한, 슬픈, 절망적인 신조어가 있다. '인싸', '아싸', '마싸'.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 신조어는 우리를 실망케하고, 절망케 하고, 고개를 가웃거리게 만든다. '인싸'는 영어 '인사이더(in-sider)'의 준말로 직역하면 '...
    By이우 Reply0 Views5784
    Read More
  7. 25
    May 2020
    16:22
    No Image

    빠롤, 빠롤, 빠롤레(parole)

    빠롤, 빠롤, 빠롤레(parole) 이우 a에는 안타까움이, b에는 바보스러움이, c에는 가벼운 탄식이 있다. d에는 우둔함이, e에는 분노가, f에는 부드러움이, g에는 포기가, h에는 강건함이, i에는 이기주의가, j에는 연인이 있다. k라고 말하면 길 잃은 나그네가...
    By이우 Reply0 Views4822
    Read More
  8. 13
    May 2020
    17:26

    [안내] 2020년 삼삼오오 청년 인문실험 공모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최·주관하고, (사)한국문화의집협회가 시행하는 2020년 삼삼오오 청년 인문실험 공모전이 열립니다. 삼삼오오 청년 인문실험은 청년 스스로 만들고 참여하는 생활인문을 확산하기 위하여 일상에서 청년의 시각과...
    By이우 Reply0 Views6313 file
    Read More
  9. 11
    May 2020
    08:59

    윤길중 사진전 「Human Desire」에 다녀왔습니다

    대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www.artspacelumos.com)에서 열리는 「윤길중 사진전 Human Desire」(전시 기간 : 2020년 2월 29일~5월19일) 리셉션에 다녀왔다. 무덤을 지키는 석인(石人)―살아 있는 꽃과 죽은 꽃(실제와 복제)―불에 탄 옥수수(질료와 형상). 작품...
    By이우 Reply0 Views6722 file
    Read More
  10. 06
    May 2020
    00:38

    [화보] 북한산 의상능선 산행

    ○ 일시 : 2020년 5월 5일(화) 오전 9시~오후 4시 ○ 모임장소·시간 : 북한산성 매표소에서 오전 9시 ○ 산행 수준·거리 : 중급 · 10Km ○ 산행 경로 : 북한산성 매표소 - 의상봉 - 용출봉 - 용혈봉 - 증취봉 - 나월봉 - 나한봉 - 715봉- 대남문 - 산성입구 - 북...
    By이우 Reply0 Views4921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46 Next
/ 46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