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네 곁에 없이
가을은 속히 겨울로 간다
겨울로 가선 다시
가을로 오지 않는다
눈보라 어둡고
얼음 더욱 단단하다
아무도 너처럼
겨울이 두렵지 않다
가을은 안 와도 된다
노란 은행잎 춤추지 않더라도
그윽한 가을 비 안 내리더라도
오직 겨울은 겨울이기만 하다
돌아봐야 소용 없다
고개나 깊이 숙이자
쓸데 없이 손 잡지 마라
아무도 가을 추억하지 않고
아무도 겨울 꾸짖지 않고
모두 죽을 만큼 얼어들 때
느닷없이 가을 올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