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어둡고 차가워
붉은 낙엽 지는 곳에 선다
다시 밝아지지 않을
움푹한 가을 끝
하얗게 질린 노을
마지막 얼굴 본다
모든 것들 떨어지고 죽고
떠나고 돌아오지 않고
곧 거창한 겨울 온다
눈 내리고 얼음 뒤덮는
겨울 올 때 되면
겨울 온다
이제, 가을은 끝이니
세상 모든 것들
하얗게 얼고
시커멓게 썩으리라
아주 작은 꿈조차 붙잡아
병든 낙엽 속
파묻어야 하리라
이윽고 겨울 올 테니
어설픈 기도 따위
멈춰야 하리라
닳아 버린 희망과
늙은 신 하나
굶주린 채 엎드려 있는
가을 끝 이미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