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 너는
중세의 겨울 하늘 되어
바람 몰아치고 비 뿌리다
함박눈 쏟는구나
사람들은 실성하여
온종일 중얼대다가
웃지도 울지도 않는구나
네가 만든 중세의 저녁
네가 바라는 중세의 침묵
널 둘러싼 중세의 견고한 높이
사람들은 더 이상
굼불 지피지 않고
된장 하나 끓이지 않는다
식은 밥마저 엎어 버린다
어느 새 너는 중세의 먼지
날리는 먹구름 되어
미칠 사람도 얼마 안 남고
자위할 힘도 별로 없구나
얼음에 갇힌 누이는 내버려 두자
팔 부러진 친구도 내쫓자
이렇게 끝없이 머뭇거릴 바엔
차라리 애인 먼저 죽이자
어느 새 너는
중세의 짙은 안개 풀어 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