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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화요세미나 『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➁

by posted Jan 22, 2019 Views 6624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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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22 '19  by  쿨
   
  중국철학을 공부했다고는 말할 순 없지만 그저 옛 이야기 읽듯이 번역서를 읽었을 때, 처음 느낀  과거 이들의 철학은 여러 학파의 사상들이 있지만 그들은 모두 직접 또는 간접으로 정치와 윤리에 관심을 두고 있어 언뜻 보기에는 우주가 아닌 사회, 현실 생활, 처세에 관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때는 한 번 읽었을 때 혹은 아주 도수가 낮은 멋 내기 패션아이템으로 안경을 낀 작가가 쓴 글을 읽었을 때였다.
 
  하지만 중국철학은 그렇게 단순하게 풀이될 것이 아니었고, 그리 피상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었다. 전통적 줄기의 흐름을 잘 알고 올바르게 이해한, 적어도 현미경까지는 아니더라도 확대경 수준의 안경을 낀 작가, 번역가의 글을 봤을 때에는 전에 생각이 달라졌다. 이 철학은 앞의 생각처럼 세간적이면서 동시에 정반대로 출세간적 이기도 했다.  

  “중국철학은 마치 서양의 실재론과 관념론처럼 서로 대립적이다.” 이 말은 최초로 중국  철학사를 완성한 펑유란이 한 말이다.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중국한자 원문을 안 읽더라도 제대로 된 해설서를 찾아 접한다면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게 된다. 중국 철학은 이 둘의 대립을 유지하면서 하나의 종합적 전체를 이루려는 시도인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수잔 손택은 「해석에 반대하다」에서 고전을 다시 해석하는 작업은 그 고전의 텍스트가 너무나 소중하기에 보존하기 위한 “근본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작가가 고전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어떻게 보존하느냐의 문제이다. 이는 중국철학을 영미번역판을 가져다가 참고했다는 작가의 글을 읽었을 때 혹은 그저 짜집기 식의 편집으로 중국고전을 담은 글을 만났을 때, 즉, 도수가 낮아서 깊숙이 숨어 들어있는 뜻을 담아내지 못하면 어떻게 텍스트가 고스란히 보존 될 수 있겠는가! 적어도 돋보기를 들이대고 중국한자의 원문과 그 당시의 역사성에 바탕을 두고 전체적으로 흐르는 줄기들을 찾아서 엮어낸 글들을 읽어야 펑유란이 말한 하나의 종합을 고스란히 보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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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담론」의 강의는 모두 중국철학을 다루고 있다.  물론 짧은 강의 시간에 그 방대한 양을 다 담을 수 없으니 간명하게 신영복 선생이 다루고자 하는 내용을 담아낸다.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이란 결국 해석하고자 하는 방향, 만들어 내고자 하는 담론이겠지.

  맨 처음 역시 「맹자」다.  맹모삼천지교에서 환경보다는 한석봉의 실천적인 어머니를 말했고 “이양역지(以羊易之)"에서 본 것 vs 안 본 것. 즉 관계한 것 vs 관계하지 않은 것을 꼽는다.  “여민락(與民樂)"으로 여럿이 함께 하는 것 등 제법 맹자에는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는데 결국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선생도 언급했지만 현대 사회는 관계하지 않는다. 아파트에서 태어나 소통과 공공의 공간도 없고 물류 유통과 자동차를 위한 공간배치 속에서 사람은 그저 소비주체로서 살아가는 세상에서 신영복 선생은 관계를 말하고 싶었던 거다. 관계를 해야 흐를 것이 아니냐는 것이지. 

  「노자」를 역시 빼놓을 수 없으셨겠지.  하지만 이를 그 짧은 시간에 핵심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유가와의 비교, 귀무론, self-so라는 스스로 존재하는 최고의 질서, 자연이라는 가장 안정적인 system, 무위등 설명을 위한 예제들 중에서 단연 제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무유론(無有論)의 설명으로 ‘까꿍’놀이, 숨바꼭질이다. 이를 통해 세계인식의 확장을 이야기하는 데, 아무리 해석가가 통찰력이 있다할지라도, 독자가 그의 글을 이해 못하면 무슨 소용이랴. 이런 쉬운 풀이는 그만이 가능한 부분이다.  또한 “하방연대(下方連帶)"에서 사람들의 연대는 위가 아닌 아래로의 연대를 해야 하는 데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 것과 같이 다수는 힘이 되며 이는 곧 정의가 된다. 그가 말하는 노자의 핵심인 물의 철학을 통해서 연대는 전략이 아니라 앎의 철학이라는 것. 산다는 것은 사람과의 만남이며 연대라는 해석으로 마무리 된다. 

  「장자」의 반기계론 이라고 들어는 봤는가! 그 농부의 이야기가 러다이트 운동으로 잉여가치에 대한 정의로 노동에 대한 성찰로 풀어간다. 결국 “탈정(脫井)"으로 장자를 최고 자유주의 사상가이며 아나키스트로 해석한다.  그래서 “길은 관계의 흔적이며 소통의 결과로 생겨나는 주름”이 되고, 인의예지라는 지배 이데올로기에 포섭되지 않는 사회적 규범을 부정하는 철학이 된다.

  「묵자」 왜 묵자인지는 이쯤 되면 물을 필요가 없겠지?  묵이 가리키는 바는 하층민, 공인, 죄인이다. 이 민중을 위한 사상의 키워드는 “겸애”다.  계급철폐의 평등사상으로 서로 사랑하고 서로 이롭게 하는 법을 말한다. 이들은 “소염”이라는 올바른 도리를 행함으로 사회의 상부구조가 행사하는 막강한 포섭기능을 통찰한다. 기층 민중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며 공동체 사회의 모델 그리고 강력한 실천적 집단을 말한다. 예전에 같이 공부한 모임에서 이들의 공동육아와 검소한 생활과 검은 복장 등을 이야기하면서 사회주의국가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만을 했는데 역시 선생은 이를 통해 “연대와 상생”을 이야기 한다. 

  마지막 「한비자」가 좀 의외다.  내 짧은 식견으로는 지행합일을 이야기하는 「전습록」이 올 줄 알았는데 이 글의 제목이 “어제의 토끼를 기다리며”다.  “세사변(世事變)". 세상은 부단히 변하니 행도역시 바뀌어야 하는데 어제 걸려 넘어진 토끼만 기다리는 농부가 누구인지 묻는 것 같다.  한비자는 현실과 변화를 중심에 두고 이 사상을 만들었고 무엇보다 법 지상주의로 발전시킨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 법은 공평무사하게 대부 계급까지도 형벌의 대상이었으며 엄중한 적용이라는 엄벌주의를 통해서 형벌로서 형벌이 없는 사회를 이루려 했다고 정리한다.  

  다섯 편의 중국철학을 아우르면서 재미있는 점은 노자는 5천자, 논어는 1만2천자, 맹자는 3만5천자 장자는 6만5천자이고 한비자는 십 만자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자연을 말한 노자가 가장 적은 글자로 이루어졌고, 인간에 대해 말하면서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나 국가사회에 이르면 관계를 정하고 규제를 하는 담론들이 무수히 많아졌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의 우리는 5천자로는 어림도 없고 아마 십만자는 택도 없을 것이다.  현대 사회가 복잡해서라는 말장난말고 인간은 무수한 담론들 속에서 미세한 권력에 얽매여 있음을 자각하게 해 주는 지수인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쯤 되면 신영복 선생의 고전에 대한 해석이 낳은 담론을 정리해 볼 수 있다.  물론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이 그 많은 담론을 담을 수 없겠으나 무리를 해 보면, 「맹자」 사람들과 관계를 통해 「노자」 세계인식의 틀을 깨고 「장자」 탈근대를 향한 「묵자」 아래로의 연대와 상생함에 있어 「한비자」 변화하는 역사성을 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생성(Being)이 되어야 함을 그래서 우리자신의 지도짜기를 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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