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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죽은 백남기가, 다시 죽어야 할 백남기가

by 이우 posted Oct 08, 2016 Views 12183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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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_강남시민분향소_강남_s.jpg


  죽은 백남기가, 다시 죽어야 할 백남기가*

  이우


  죽은 백남기가

  다시 죽어야 할 백남기가

  시든 국화, 달라붙은 먼지

  늘어진 햇빛 아래 앉아 있네

  죽은 백남기가

  다시 죽어야먄 할 백남기가

  살아있는 몸들을 바라보고 있네

  살아있는 몸들이 울긋불긋한 옷을 입고

  불긋울긋한 꽃들 사이로 헤엄치네

  살아있는 몸들이 꽃들을 흥정하며

  살아있는 몸을 치장하네

  지하에서 지상으로

  지상에서 지하로

  살아있는 몸들이 바쁘네

  죽은 백남기가

  다시 죽어야 할 백남기가

  살아있는 몸들에게 말하네

  내가 제대로 기억한다면**

  사지를 뒤틀고 일그러뜨리고 쓰러뜨리는

  저 군기(軍旗)들 속에는

  울긋불긋한 만장(挽章)들이

  불긋울긋한 꽃상여들이 가득했다고

  죽은 백남기가

  다시 죽어야 할 백남기가

  시든 국화, 달라붙은 먼지

  늘어진 햇빛 아래 앉아

  밥을 먹고 있네

  꺽꺽 밥을 넘기고 있네

  다시 죽어야 한다면

  죽은 것이 아니라고

  내가 제대로 기억하고 있다면



   .......

  * 강남역 8번 출구 故 백남기 시민분향소에서

  ** 랭보의 시 <지옥에서의 한 철(Une Saison en enfer, 1873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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