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윤길중 사진전 「Human Desire」에 다녀왔습니다

by 이우 posted May 11, 2020 Views 6722 Replies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dit02.jpg

edit01.jpg

edit03.jpg


  대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www.artspacelumos.com)에서 열리는 「윤길중 사진전 Human Desire」(전시 기간 : 2020년 2월 29일~5월19일) 리셉션에 다녀왔다. 무덤을 지키는 석인(石人)―살아 있는 꽃과 죽은 꽃(실제와 복제)불에 탄 옥수수(질료와 형상). 작품은 유물적 · 타자적인데 해석은 유심적 · 주체적이다. 어긋남. 이 어긋난 내용(작품)과 표현(해석)의 발원지, 수상한 계열(series)*을 만드는 이 어긋남의 발원지는 어디일까? 이리저리 표정을 바꾸는 주체의 얼굴. 그는 자신의 작품을 수행적(遂行的)인 텍스트로 해석해야 했다. 자신의 작품이 가지는 수행성(遂行性)**을 단지 하나의 문학적 텍스트로 환원하고, 수사법적인 형식이나 정서 등과 같은 진부한 통념들로 환원한다면, 나는 그에게 동의하지 않는다.


  ..........................

  *계열(系列, series) : 계열(系列, series)이란 사람과 사물이 관계를 이루면서 늘어서는 것을 말한다. 선행된 사람과의 관계 혹은 사물들의 관계는 다른 사람 혹은 사물들을 잇따르게 하며, 잇따른 사람 혹은 사물들은 또 다른 사람 혹은 또 다른 사물을 잇따르게 한다. a-b-c-d.... 항(項) a는 항 b의 직접원인(인, 因)이거나 간접원인(연, 緣)이며, 항 c는 항 d의 직접원인(인, 因)이거나 간접원인(연, 緣)이다. 인접한 항들은 서로 인접성ㆍ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어린시절 교회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풍금과 악보 등을 보면서 음악을 접했던 항 a는 숭실전문학교 교장인 항 b를 만나고 항 b의 주선으로 1921년 도쿄(東京) 세이소쿠 중학(正則中學)을 거쳐 1926년 구니다치 음악학교(國立音樂學校)에 입학하여 첼로를 전공한다. 작곡에 관심을 가지게 된 항 a는 오스트리아에서 항 c인 바인가르트너에게 베토벤 음악을 배우고, 1941년 독일에서 항 d의 손녀를 구출해준 것이 계기가 되어 항 d의 총애 받는 수제자가 된다. 항 d는 나치 제국에 협력했던 슈트라우스였다. 항 a는 스승인 항 d가 작곡한 <일본축전곡>을 연주하고, 1942년 일본의 만주국 건국 10주년을 축하하는 <만주환상곡>과 <만주축전곡>을 작곡하는 등 일본과 독일 제국주의를 알리는 친일 음악인이 된다. 사실, 항 a는 3·1운동 이후 친일교사 추방 시위를 벌인 주동자로 무기정학 처분을 받았던 사람이다. 그랬던 그가 일본과 독일제국의 나팔수가 된 것은  a-b-c-d라는 잇따름이었다. 계열은 이렇게 전개된다. 항 a는 친일음악인 안익태(1906년~1965년)다. 그는 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했으나 일본 군국주의와 독일 나치즘 사이의 중개자가 되었다. 
 우리는 항(項)들을 조심해야 한다. a-b-c-d.... 각 항들의 잇따름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른다. 우리는 각 항들을 규정할 줄 알아야 하며 저항할 줄 알아야 한다.

  **수행성(遂行性, performativity)수행성(遂行性, performativity)은 단순히 의사 소통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행위를 하거나 행위를 완결하기 위한 발화를 말한다. 결혼이 준비된 두 사람 앞에서 자격 있는 성직자가 "두 사람을 부부로 선언합니다"라고 말하는 행위가 대표적인 예이다. 심판이 스트라이크를 선언하는 것, 판사가 판결을 내리는 것, 노동 조합장이 파업을 선언하는 것은 모두 수행적 발화의 예이다.
  주디스 버틀러를 포함하는 철학과 젠더학에서의 몇 가지 이론은 심지어 일상적인 대화나 발화 행동 또한 정체성의 규정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수행적이라고 주장한다. 정체성이 발화나 몸짓과 같은 부차적인 행동의 원천이라는 생각을 뒤집고, 대신 정체성은 수행적인 행동, 몸짓으로부터 비롯되므로, 이러한 방법으로 수행성은 정체성의 구조를 탐구한다. 이러한 시각은 미셸 푸코, 자크 데리다 등의 철학자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1. 10
    Sep 2023
    00:54
    No Image

    산길 오르는데

    산길 오르는데 이우 이름 불렀더니, 혼자 인왕산 산길에 올라 문득 외로와져서 사람들의 이름과 기타 등등의 이름을 불렀더니, 왜 혼자 버려두고 가느냐 그래서 좋으냐 툴툴거렸더니, 누군가는 이름을 두 번 불렀다고 하고, 누군가는 그냥 산다고, 그냥 살고 ...
    By이우 Reply0 Views48
    Read More
  2. 09
    Sep 2023
    23:15
    No Image

    빨래

    빨래 이우 어머니가 등 돌리고 앉았다. 이 옷들은 필요 없다. 옷들이 장농에서 나와 보자기에 묶였다. 장씨가 태울 거면 자기가 입겠다고 하네, 이건 좀 아까운데 너한테 맞을지 모르겠네. 어머니는 차마 남에게 줄 수 없어 몇 벌을 남겼다. 유행 지난 양복, ...
    By이우 Reply0 Views37
    Read More
  3. 09
    Sep 2023
    13:04
    No Image

    꽃무릇 혹은 상사화

    꽃무릇 혹은 상사화 ―마주침의 유물론 이우 꽃이 잎을 만나지 못하고, 잎이 꽃을 만나지 못하고, 보고 싶은데 만나지 못하고, 만나지 못해 보고 싶은데, 잘 살고 있나 궁금한데 만나지 못하고, 만나지 못해 궁금한데, 인사 건네지 못하고, 꽃무릇이 상사화인지...
    By이우 Reply0 Views34
    Read More
  4. 09
    Sep 2023
    12:51
    No Image

    인왕산

    인왕산 이우 함께 올랐던 길 혼자 오르네. 잘 가라 가을 시작되고 아직 뜨거운데, 혼자 오르네. 저 멀리 청기와 지붕이 보이는데, 재철, 초롬, 세은, 봉영, 은미, 정은, 경아, 현아, 희정, 성광, 새끼손가락 짧은 희수, 미정, 우현, 진화, 숙연, 선희, 용태, ...
    By이우 Reply1 Views51
    Read More
  5. 03
    Sep 2023
    19:47
    No Image

    오지 않을 것을 위하여

    오지 않을 것을 위하여 ―불가능성의 가능성에 대하여 이우 오지 않을 것을 붙잡고 억지를 부렸는지 몰라. 있지도 않는 것을 있다고 살아내고 있는 건지 몰라. 오지 않을 것이 와야 한다고 소리 지르고 몸부림 치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일도 억지를 부리...
    By이우 Reply0 Views57
    Read More
  6. 25
    Aug 2023
    13:19
    No Image

    공작

    공작 이우 나는 갇힌다. 저 화살촉 같은 날개를 좀 보아. 저 수많은 눈들을 보아. 저 뽀족한 주둥이, 날카로운 발톱을 좀 보아. 무서워. 짐짓 딴청 부리며 거리를 좁히는 저 술책, 나를 유혹하는 저 반짝이는 빛깔을 좀 보아. 어떻게 하지. 오우, 나를 가두는...
    By이우 Reply0 Views64
    Read More
  7. 24
    Aug 2023
    21:25
    No Image

    맑스의 테이블

    맑스의 테이블 이우 여러 차례 술잔이 돌자 달걀찜과 막창이 거덜났다. 공감이 있어 우리의 혁명은 가능해. 공감이 있어 역사는 모순 없이 전진하지. 포이어바흐는 자신만만 했다. 브루노는 천상의 세계가 지상에서 이뤄지길 바라며 아멘을 외쳐댔다. 아멘. ...
    By이우 Reply0 Views69
    Read More
  8. 21
    Aug 2023
    21:42
    No Image

    올리브

    올리브 이우 아버지 죽고 올리브나무 화분 하나 들어 왔다. 옥상 햇빛에 몸을 키우더니 제법 나무 같다. 벌 한 마리 날아와 나무를 건드린다. 여기저기 더듬고 혀를 뽑아내 이곳저곳 빨아댄다. 올리브, 올리브. 간지러운지 올리브 이리저리 몸을 흔든다. 아서...
    By이우 Reply0 Views33
    Read More
  9. 08
    Aug 2023
    21:10

    서울대학교미술관 「예술사회학을 지나야 예술 철학이 나온다」 전시를 보고 왔습니다.

    서울대학교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예술사회학을 지나야 예술 철학이 나온다」(전시 기간 : 2023. 6. 23~9.10)에 다녀 왔습니다. 예술을 이해한다는 것은 한 사회의 이념과 풍속을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작가도 독자도 사회 속에 기거하기 때문입니...
    By이우 Reply0 Views90 file
    Read More
  10. 10
    Apr 2023
    23:26

    [화보] 봄나들이 우면산 산행

    ○행사명 : 봄나들이 산행, 우면산 ○일시 : 2023년 4월 9일(일) 오전 11시~오후 5시 ○경로 : 사당역 - 우면산 초입 - 소망탑 - 예술의전당 - 매헌 시민의 숲 - 윤봉길 의사 기념관- 돗자리 펴고 꽃구경 - 양재시민의숲역, 8.3Km ○모인 곳 : 4월 9일(일) 오전 1...
    By이우 Reply0 Views92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46 Next
/ 46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