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9/25) 성동구립도서관에서 열린 북콘서트를 보았다. 시작 시간을 착각해, 행사장소에 2시간 일찍 도착했다. 이 때문에 스텝들이 북콘서트를 준비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는 행운을 누렸다. 준비과정은 긴박하고 절실하고 흥미진진했다. 장비의 설치와 점검, 조정. 개별적인 리허설과 전체 리허설. 스텝과 출연자들의 동선 확인. 중간중간 도착하는 출연진들. 행사장 구석 의자에 앉아 팽팽한 시간과 역동적인 동작의 흐름을 지켜보는 객석의 한가함은 가을 햇살에 버금가는 즐거움이었다.
러닝타임은 1시간 10분이다. 좀 짧지 않나 싶었는데 실제 콘서트 관객으로 앉아 보니 짧지 않았다. 관객의 인내는 1시간을 넘지 않는다. 아이들과 남자 어른은 더 못견뎌 한다. 바이올린 연주를 시작으로 작가와의 대화, 노래, <불량한 자전거 여행> 테마송, 건반 연주, 마지막 합창 그리고 작가 사인회가 이어졌다. 아이들과 남자 어른들도 지겹지 않을 메뉴와 진행속도다. 대성공! 북콘서트가 새로운 문화체험으로 정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깔끔하게 보여준 한 판이었다.
김남중 작가님의 차분한 목소리가 좋았다. 질문 하나하나에 정성껏 답하는 모습에서 따스함이 보였다. 3개월의 여행을 마치고 귀향하기 전 날, 어제(9/25) 이루어진 콘서트가 작가님에게는 남달랐다.
보기 드문 관객들이었다. 내겐 특히 어른 남자 관객들이 눈에 띠었다. 책 행사와 관련하여 어른 남자들이 많다니 놀랍다. 행사장에 아이들과 어울려 앉은 그분들을 보면서 다음 글이 생각났다.
"라틴 민족에게는 어린이란 미래의 어른에 불과하다. 그러나 북방 민족은 어른은 다 자란 어린이일 뿐이라는 훨씬 올바른 진리를 잘 알고 있다.
(<책.어린이.어른>, 폴 아자르 지음, 햇살과 나무꾼 옮김, 시공주니어, 145쪽)
북콘서트의 꽃은 사회자다. 어제 우리는 다재다능한, 편한 사회자를 만났다. 사회자의 미덕은 자의식(自意식)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좋은 사회자는 자기중심적이어서는 안 된다.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내야 한다. 어제 우리 행사의 사회자가 딱 그랬다. 북콘서트 사회자의 모범이다. 그녀는 많은 재능을 가졌는데 특별히 테마송을 부를 때 그녀의 목소리가 빛났다. 정말 괜찮지 않았는가.
테마송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불량한 자전거여행>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어제 들은 테마송이 얼마나 큰 정성과 노력 아래 만들어졌는지 금새 알아 챈다. 시작과 끝을 울린 자전거벨 소리에 어린 관객들은 환하게 웃었다. 노래를 들으며 호진이와 호진이의 아빠, 엄마가 떠올랐다.
첫 등장의 바이올린이 들려 준 '사랑의 인사', ' Kiss the rain'의 건반 그리고 잼베가 시원하게 긁어 준 이 가을의 가려움. 담백한 음악의 선율이 작가와의 소박한 대화와 어울어지면서 콘서트는 아주 짧은 시간을 횡단하듯 끝났다.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