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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정원에서

by 리강 posted May 13, 2012 Views 12710 Replies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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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이미 늙어서

한 톨 진리도 뱉지 못하고

녹슨 정원 어둠 속

낮게 중얼거릴 뿐

 

 

더 이상 구원할 것도

저주할 것도 없이

순결한 창녀 배회하는데

 

 

시나 쓰야 하리

혼자 쓰고

혼자 지울지라도

 

 

늙은 신도

순결한 창녀도

보지 않는 시

거듭 썼다

지워야 하리

 

 

순결한 창녀

울듯 쓰리
이미 늙은 신

파 묻듯 지우리

빈 술병 굴렁이는 녹슨 정원

쓰다 죽어야 하리

  • profile
    이우 2012.05.13 18:55

    '빈 술병 굴렁이는 녹슨 정원',  그 정원으로 통하는 문에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방황하는 나그네들이여, 여기야말로 당신이 거처할 진정 좋은 곳입니다. 여기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선(善)이 있습니다. 행복하십시오. 이곳에선 쾌락(Hedone)이 최고의 선입니다.(Stranger, here you will do well to tarry; here our highest good is pleasure)”

     

    그 녹슨 정원에 꽃이 피네요. 바람에 흔들리고 비를 맞으면서....

     

     

  • profile
    리강 2012.05.13 19:13
    거 참.... 호케포스 선전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는데.....
  • profile
    이우 2012.05.13 22:47

    세상이 호케포스(정원)지요. 비 오고, 눈 내리고, 바람 불고... 그러면서 꽃이 피고 ....

  • profile
    에피 2012.05.16 09:00
    햇빛 좋은 낙산 성곽 아래, 점방 나무 그늘 밑에서 마시던 막걸리가 왜 아침부터 생각나는 걸까요^.~ 종이컵을 부딪히며 '순결한 창녀'처럼 살아야 한다고.... ㅋㅋ ,'불길한 가계'의 한 남자와 위험한 가계(?)의 다섯 여자들의 오랜만의 외출.... 음... 많이 웃었지요^.~
  • profile
    이우 2012.05.16 12:24

    '불길한 가계'의 한 남자와 위험한 가계(?)의 다섯 여자들이라 .... 낙산에서 막걸리를 마시셨다? .... 음...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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