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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어둡게

by 리강 posted Feb 12, 2012 Views 13330 Replies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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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꽃들 피어난다


붉거나 붉지 않게 바람 흔들린다

꽃잎들 하나같이

어둡다가 더 어둡게 비 젖는다


세상 꽃들 다 떨어진다

붉지도 어둡지도 않다


그게 다는 아니지만

그것으로 충분한 꽃들

붉게 어둡게 한 세상 피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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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 2012.02.13 12:29
    봐요... 세상으로 나오니까 좋찮어요... 방 안에서 <트림>하고 <방구> 뀌는 것도 뭐..나쁘진 않지만, 이렇게 밖에 나와 세상에 외치는 것도 좋찮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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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강 2012.02.13 14:32
    오해 마시오, 진흙소. 세상에 나오지 않았소, 진흙소. 세상의 안과 밖이 뭐 별다른가요? 진흙소. 그리고 난 외치지 않았소, 진흙소. 진흙소는 울 때 어떻게 우나요. 우우우.... 으으으..... 흐흐흐흐..... 스스스스스........ 그렇게 우나요? 그건 외침이 아니잖아요. 혼자 외롭게 진흙이나 뒤집어쓰고 누운 소의 음울한 소리..... 그걸 외침이라고, 세상에 나와 외치는 것이라고 말하면 안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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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 2012.02.13 15:28

    소의 외침은 음울함이 아니오. 울거나 웃는 것이 아니라 일갈(一喝)하는 것임을 몰라주시니 너무 하시오. 이 조용한 일갈은 음울함이 아니라, 바람이요, 꽃이요, 비요, 눈이라오. 바람이 외치지 않는다고, 꽃이 외치지 않는다고, 비와 눈이 외치지 않는다고 생각지 마시오. <붉게 어둡게 한 세상 피고 지는> 꽃들이 외치는 이  적막소리가 들리지 않소? 이 외침이 들리지 않는다면, 그대가 <꽃>이 피고, <비>에 <젖고>, <떨어지>고, <피>고 <진>다고 하는 것은 어인 일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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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강 2012.02.13 16:36

    세상의 모든 꽃들이 붉게 피어서 바람에 흔들리오. 아주 붉게 흔들리오. 더 붉게 흔들리오. 그러다가 이젠 어둡고 어둡게 비를 맞소. 그 다음날 새벽 붉음도 어두움도 다 사라진 앙상한 모습으로 땅에 떨어져 썩을 뿐이오. 그것으로 충분하오. 그것으로 충분하오. 더 바라지 마시오. 그게 다는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한 세상 피었다 졌다고 말. 할. 수. 있. 소. 그러니 세상에 나와서 무슨 외침을 외쳤느니 하는 거창한 수식어일랑 제발 붙이지 마시오. 자꾸 그러면 아예 피어나지도 않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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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 2012.02.13 18:59

    크아~~ 아주 니체적입니다. 그런데,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초인은 보이지 않고, 쇼펜하우어적으로 보이니 큰일이요... 이거야 말로 큰일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요... 이를 어쩌나, 이를 어찌하여야 하나.... 푸하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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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 2012.02.13 19:14

    우후~ 의미를 제거하셨네요. 가면을 벗으면 아무것도 없지요. 아무것도 없음을 가치롭게 생각하는 것, 그것이 초인이라고 했던가요?

    그런데, 리강님의 잡세설에는 왜 허무가 보이는 것일까요^^  까뮈의 시지프를 불러 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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