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춥고 어둡고 배 부른 어느 겨울 이야기

by 리강 posted Feb 08, 2012 Views 13642 Replies 1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봄이 안 올 것 같은 어느 밤

세상 모든 먹을 것 다 먹고 너와 나

연신 트름하고 방구 뀌네

마지막 식량 급히 먹느라 그런지

차운 방 이불 얇아 소화 안 되는지

네 배나 내 배나 뽕양한 것이

너 트름 하면 나 방구 뀌네

크으윽 뿌룽

가끔 내 방구 먼저 너 트름 나중이네

푸우우 끄르르륵

자꾸 트름하고 방구 뀌다 보니

박자나 음정 제법 맞네

꺼어억 푸웅

꺼르르 푸르르릉

춥고 어둡고 배 뽕양한 겨울 밤

네 트름과 내 방구 참 닮았네

 

 

  • profile
    이우 2012.02.08 22:41

    요즘 이분, 잔혹주의, 혹은 혐오주의에 빠지신 모양이네요. 그나마 이 글은  <트림>과 <방구>가 화음을 이루고 있으니 게중 덜 하네요@@ 그나마 이 소의 이데올로기가 '있는 것은  피하지 말고 그대로 보자'는 것이라 거부 반응이 없다는 것이 다행입니다. 노래를 좋아하는 큰 송아지가 이러더군요.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소리가 있다." 리강은 이럴 것 같네요.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냄새가 있다." 소리와 냄새로 세상을 감지하는 리강 님@@ 그나저나, 이 트림도 곱네요. 제가 워낙 불협화음이라.....

  • profile
    리강 2012.02.09 19:41

    왜 이것이 잔혹주의, 혐오주의로 읽히는지.... 혹시 진흙소 머리 속에 잔혹한 상상이나 혐오스러운 트라우마가 많은 것은 아닌지....

  • profile
    리강 2012.02.09 20:12

    아하, 춥고 어둡고 배 뽕양한 두 명의 남녀가 얇은 이불 덮고 누워서 연신 트름하고 방구 뀌는 장면이 그로테스크하기는 하네요. 아니 진흙소는 역시 변태의 눈을 가지고 있어요. 변태의 눈에는 모든 것이 변태스럽게 보인다. 하지만 그런 변태스러움 속에도 인간적인 따뜻함이 스며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을..... 이것을 잔혹함, 혐오스러움으로 보다니.... ㅉㅉ 

  • profile
    이우 2012.02.09 21:39

    ... <잔혹주의>, 혹은 <혐오주의>로 이 '소'가 읽힌다는 것이 아니라, 타자에게 그렇게 읽힐 수가 있다는 것인데...음...설명하자면 긴데.... 예를 들자면, '내'가 보는 것은 '나의 눈'만으로 보는 것이라 아니라 '타인의 눈'으로 보기도 한다는 것이지요. 리강에게 이 글을 쓰는 '진흙소'가 보이지 않을텐데 이 글을 쓰는 '진흙소'가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은 누군가 이 글을 쓰는 '진흑소'를 보고 있다는  것을 예측해 인지한다는 것이랍니다. 독자는 작자를 예측할 수 있고, 작자는 독자를 예측할 수 있지요. 그렇게 말과 글은 만들어지는 것인데.... 말인즉, 세상에는 많은 실체들이 있는데, 왜 리강에게는 주로 '눈알', '방구', '트림' 이런 것들이 보이고, 이런 것을 글로 옮기는가 하는 것이지요. 방구를 뀌는 그 사람과 세상으로 나와요. 환한 햇빛 아래로...

  • profile
    리강 2012.02.10 15:27

    흠, 그렇다면 일단 잔혹주의, 혐오주의로 평가할 필요는 없을 듯.... 그리고 '방구', '눈알', '트림'이 어때서 자꾸 시비에요, 시비는.... 이것들은 인간 육체가 만들어내는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가장 실제적인 것들이지요. 제가 쓴 글에 이러저러한 논평을 붙이는 것이 부끄럽습니다만, 가장 원초적이고 가장 실제적인 것을 통해 소통해 보고자 해서 이런 소재들을 동원했다고 말씀 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요. 개 눈에는 개만 보인다고 하지요. 그러니까 제가 가장 원초적이고 가장 실제적인 것에 대한 애착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지요. 그래서 자꾸 이런 소재들이 나를 자극하여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합니다. 으으으으.... 역시 난 변태였어.

  • profile
    이우 2012.02.10 15:48

    축하합니다. 그리고, 환영합니다. '변태'임을 인정하신 것을.... 이에 이 소는 당당히 선언합니다. '소는 변태가 아니다아~~~~'... 아 참, 요즘 화두가 <소통>이기는 하지만, 소는 그게 싫습니다. 왜 세상 사람들은 소하고 자꾸 '통(通)'하려고 할까요....그 참....

  • profile
    이우 2012.02.09 21:42

    ... 환한 햇빛 아래로 서 있는 '소'는 변태스럽지 않지요. 이불 속의 두 남녀가 <트림>과 <방구>로 화음을 이루는 것이 변태스러운 것이지요... ㄲㄲ

  • ?
    풀무 2012.02.09 08:58

    힘들어도 서로 함께하고 이해 해줄 수 있는 이가 곁에 있다는 것이
    절묘하게 힘든 상황을 반전 시키네요
    속내는 참 따뜻한 시 인것 같네요. 감상 잘 했습니다. ^.^

  • profile
    리강 2012.02.09 19:39
    트림이 표준어군요. 저는 이 표준어보다 사투리가 더 트림에 어울리는 것 같아 트럼 혹은 트름이라 쓰렵니다. 트럼보다 트름이 더 트름스럽다고 느껴서 바뀝니다.
  • profile
    이우 2012.02.09 21:37

    그렇겠지요. 'ㅣ'는 혀의 끝에서 발음되고, 'ㅡ'는 혀의 뿌리에서 발음되니 'ㅣ'보다 'ㅡ'가 더 깊고 더 은은하지요. 그래서,  '트림'보다 '트름'이 더 <터름>스러울것이지요. 냄새도 강하고~~~ 남들이 혐오하는 것을 대놓고, 그것도 강하게 표기하는 리강. 그러니까 '그로데스크'. 그  '그로데스크'를 좋아하는 자, 그러니까 '그로데스크' 한 것 중에서 다수가  '혐오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자는? 맞아요,  '변태'... @@;

  • profile
    에피 2012.02.10 23:00
    음~ 이번엔 굿거리 장단으로 가보면 어떨까요^^
    북과 장고로 덩~ 기덕 덩~ 덩~ 더 더 더 더덩~ 이어서! 트림과 방귀로 크~으윽 뿌~룽 꺼 르 르 푸르릉~
    뽕양한 배를 북삼아 쳐도 좋겠네요^.~ 어얼쑤!

  1. 08
    Dec 2013
    01:30
    No Image

    백석에 기대어

    오늘 내 행복한 것은 겨울 바람이 아주 낮게 불어준 탓이고 책 한 권 가득 네가 밑줄 그은 까닭이고 네?그늘진 얼굴 보며 소주 마신 때문이다 ? 오늘 내 행복한 것은 아메리카노?석 잔이나 마신 탓이고 멀리 한 노인이 피 흘리며 죽은 까닭이고 아직 함박눈 오...
    By리강 Reply1 Views13784
    Read More
  2. 22
    Nov 2013
    02:02
    No Image

    나는 가리라

    나는 가리라 그러나 그대 함께 가리라 가다가 은행나무 만나리라 검은 밤 혼자 노란 잎 떨구는 늙은 은행나무에게 말하리라 떨어진 노란 잎만큼 가리라 가고 가서 더 나아가리라 그대 울면 쓰다듬으리라 나 쓰러지면 그대 손 잡으리라 그리하여 나는 나아가리...
    By리강 Reply2 Views14184
    Read More
  3. 16
    Nov 2013
    01:43
    No Image

    새벽과 은행나무와 흰 눈에 관한 시

    새벽 두 시 반 벌써 가을은 죽고 가을비만 추적거린다 겨울은?못 올지 모른다 ? 새벽 세 시 늙은 은행나무 혼자 가을비 젖어 검은 하늘 본다 흰 눈 올 수 있겠다 아니, 노란 잎들 장엄히 내린다 ? 새벽 네 시 시 한 줄 쓰다 주저한다 연약한?초승달 곁이라 그...
    By리강 Reply0 Views14794
    Read More
  4. 05
    Nov 2013
    00:48
    No Image

    함민복에게

    무슨 말 필요할까 흙길과 아스팔트와 말랑말랑한 뻘밭 저만치 걸어가 버린 당신에게 뭐라 씨부렁대야 하나 말뚝이나 박자 하나 폐 타이어 굴리자 하나 종일 인삼 팔고 인삼처럼 누운 아내 그 곁의 당신에게 무얼 물어 보나 호박과 짠 눈물 안부를 묻나 설렁탕 ...
    By리강 Reply1 Views15689
    Read More
  5. 04
    Nov 2013
    23:55
    No Image

    그녀 삐친 날

    그녀 오늘 단단히 삐쳤으니 그녀 펜티, 양말, 수건, 셔츠 다 빨아 정성 들여 널고 방 청소, 설겆이도 하고 밥 짓고?된장찌개 끓여야겠다 그녀 오늘 단단히 삐쳤으니 그녀 좋아하는 생크림 빵 사이다도 사야겠다 그래도 그녀 마음 풀리지 않으면 무릎 꿇고 빌어...
    By리강 Reply1 Views14355
    Read More
  6. 28
    Oct 2013
    08:07
    No Image

    가을, 기다림

    기다리는 것은 포기하는 거다 네가 올 것도 내가 갈 것도 다 포기다 ? 기다리는 것은 코 푸는 거다 풀고 풀고 또 풀어 가래와 콧물 산처럼 쌓기다 ? 기다리는 것은 방황하는 거다 아무나 만나 아무렇게 입맞추고 아무리 헤어져도 너는?오지 않는다 ? 기다리는...
    By리강 Reply1 Views14395
    Read More
  7. 23
    Oct 2013
    13:39

    가을 나무 앞에서

    ( Canon EOS 5D / Tokina 80-200mm / 관악산 / Photo by 이우 ) 그렇게 곱게 차려 입더니 비 바람 추운 날 한 겹 혹은 두 겹 갑자기 한꺼번에 벗어 제끼는데 훤한 대낮에 어쩌자는 건지 준비할 틈도 없이 별 생각 다 드는데 마침내 알몸 가득 흔들며 야하게 ...
    By리강 Reply0 Views14212 file
    Read More
  8. 10
    Oct 2013
    01:04
    No Image

    붉은 가을, 그대

    붉은 가을 왔으니, 그대 겨울로 가자 먹빛이거나 흰빛이거나 눈 속?눈이 되자 찬 바람 붉은 낙엽, 그대 퍼렇게 얼자 가장?적막하자 붉은?잎 노란 잎?밟으며 노래 잘하는 그대 기쁘지 말자, 쉽게 행복지 말자, 아주 꽃잎이란?찢자, 마구 겨울 뒤 더?깊은 겨울 ...
    By리강 Reply0 Views14095
    Read More
  9. 08
    Oct 2013
    10:40
    No Image

    내 청춘의 풍경화

    풍경 1 ㅡ 바람 부는 11월의 황량한 벌판위에 스무 살의 네가 혼자 서 있다 ㅡ 너는 나이고 나는 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난, 준가장이 되어버렸다. 세상에 내 던져진 다음, 사회적 조건에 끊임없이 맞춰나가야 하는 것은 죽을 만...
    By명화 Reply0 Views14072
    Read More
  10. 01
    Oct 2013
    14:49
    No Image

    가을, 사랑

    ??가을 빛 차가우니 우리, 연애나 하자 노란 낙엽 아래 노래 하나 파 묻자 붉게 입맞추자 가장 짧은 햇빛 가장 느린 바람 함께 서러이 껴안자 서로 멀리 떠나자 여윈 가을 나무 두고 다시 만나지 말자 가을 비 깊이 젖어 기억하지 말고 웃지 말자 억만 년 겨울...
    By리강 Reply0 Views1439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 46 Next
/ 46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