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non EOS D60 / Tokina 80-200mm / 금오지 / Photo by 이우
봄
이우
물이 산허리를 안고 넘어졌어요 물 위의 나무와 물 속의 나무, 물 위의 풀잎과 물 속의 풀잎, 물 위의 길과 물 속의 길이 서로 몸을 포개어요 푸르륵 해오라기가 날아올랐어요 구부러진 나뭇가지에 검붉은 입술이 올라오고 좁은 어깨 너머 유혹이 단단해져 가고 있어요 산이 몸을 물 속으로 밀어 넣으며 연신 가쁜 호흡을 토해 내어요 물은 부드럽게 찰랑거려요 나무의 허리가 뒤틀려요 마른 풀들이 휘청거려요 물의 몸이 흔들려요 봄이 툭툭 부러져요 아, 나는 꽃을 낳을 것이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