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놈이 네 살, 혹은, 세 살 때 샀던 신발이니
만17년은 된 것 같습니다.
오전 10시. 가산정보도서관 <책주사> 독서토론 모임이 있습니다.
내일 가장 추울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들으며 길을 나섰지요.
날은 춥고, 길은 멀었습니다.
전철 역사 계단을 오르다가, 바닥이 갈라졌습니다.
시간이, 없었죠.
장렬하게 전사한 신발을 신고, 모임에 갔더니
사람들, 웃더군요.
세상에, 저렇게 부서진 신발은 처음 봐.
저도, 웃었습니다.
몇 년전인가,
집을 나서다가 아내가, 신발을 보고
이제 그만 버리지, 했습니다.
이렇게 대답했지요.
신으면 신발인데, 버리면 쓰레기거던.
옆에 있던 막내 놈, 웃었습니다.
웃음 주었던 신발,
만17년 동안 나를 받쳐주었던 신발,
떠나보냅니다.
음~ '신발 송별회'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17년지기 신발에게 신경림 시인의 <나의 신발이> 라는 시를 보냅니다.
'늘 떠나면서 살았다.
집을 떠나고 마을을 떠나면서,
늘 잊으면서 살았다.
싸리꽃 하얀 언덕을 잊고
느티나무에 소복하던 별들을 잊으면서,
늘 찾으면서 살았다.
낯선 것에 신명을 내고,
처음 보는 것에서 힘을 얻으면서,
진흙길 가시밭길 마구 밟으면서.
-신경림 <나의 신발이> 중에서-
고생했다~ 신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