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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청년 마르크스』, 맑스 그 너머

by 서성광 posted May 05, 2018 Views 9762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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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18년 5월 5일에 태어난 마르크스, 그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한 영화 '청년 마르크스'의 시사회에 다녀왔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부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영화 평점 카테고리를 보면 소위 말하는 '평점 테러'가 무엇인지 여실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마르크스에게 가해지는 이러한 테러가 정당한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위키백과를 보면 마르크스의 직업이 공산주의 혁명가, 역사학자, 경제학자, 철학자, 사회학자, 마르크스주의의 창시자로 나온다. 그중에서도 '철학자'라는 범주에서 마르크스를 바라보고자 한다. 각 챕터별 제목은 니체와 고병권의 저서인 <언더그라운드 니체>, <다이너마이트 니체>, <선악을 넘어서>에서 차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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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언더그라운드 맑스 - 변증법적 유물론

  1) 유물론

  철학자 고병권에 의하면 '그라운드'는 근거와 토대를 의미하며, '언더그라운드'는 '우리 정신이 그동안 얼마나 낡고 허약한 말뚝에 매여 있었는지를 알고 웃음을 터뜨리는 일'이라고 한다. '변증법적 유물론' 사유를 전개한 마르크스를 보면 이러한 '언더그라운드'의 의미가 떠오른다.

  영국의 철학자인 화이트헤드는 "서양의 2,000년 철학은 모두 플라톤의 각주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그에 더해서 서양 철학의 2,500년 역사는 이데아[idea]의 플라톤, 코기토[cogito]의 데카르트, 아 프리오리[a priori]의 칸트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관념론'의 역사라고 해도 무방하다. 반대쪽의 사유인 '유물론'에는 클리나멘[clinamen]의 에피쿠로스, 코나투스[conatus]의 스피노자가 있었지만, 역사의 한가운데로 유물론적 사유를 끌어들인 장본인은 다름 아닌 마르크스이다.

  1841년에 청년 마르크스는 예나 대학교에서 〈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의 자연철학의 차이점〉이라는 논문으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마르크스의 시선은 사유하는 주체가 아닌 외부로 방향을 돌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청년헤겔학파, 루트비히 포이어바흐의 1836년 《기독교의 본질》을 비롯한 기독교 비판은 마르크스가 헤겔의 관념론에서 유물론으로 옮겨가는 계기가 되었다.

  마르크스는 주체가 출발점이 아니라 결과물이라고 말하며 인간을 사회관계 속에서 정의한다. 그로 인해서 항구적이고 불변하는 근대적 주체 철학을 해체시키고 전복시킨다. 세계의 근본적인 실재는 정신이나 관념이 아니라 의식 밖에 존재하는 물질(자연·실제)이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마르크스는 근거 없는 '그라운드'인 관념론에서 허우적대던 철학자들을 뛰어넘어 그 이면의 '언더그라운드'인 유물론까지 자신의 사유를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2) 변증법적 사유

  후에 마르크스는 헤겔의 변증법을 유물론적으로 전도하여 변증법적 유물론으로 정리하고 헤겔 철학에 과학적 요소를 부여하고자 했다. 또한 노동자의 소외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의 소외론을 통해서 인간 해방을 갈구하는 휴머니스트로서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마르크스의 역사유물론은 역사 해석에 있어서 물질적 생산력을 중요시하는 역사관이다. 역사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은 인간의 의식이나 관념이 아니라 물질적 생산양식인 것이다. 또한 인류는 원시공산제사회, 고대노예제사회, 중세봉건적사회, 근대자본주의사회, 사회주의사회, 공산주의사회로의 발전과정을 그릴 것으로 분석했다. 그와 함께 정반합의 사유인 변증법을 통해서 역사 발전의 원동력은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을 가진 계급투쟁의 역사라고 분석하였다.

  마르크스는 《헤겔 법철학 비판을 위해서》에서 독일의 신흥 부르주아들의 취약성을 지적하면서 프롤레타리아만이 역사적 과업을 지탱해 나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경제학과 철학에 관한 수고》에서는 역사유물론의 초기 모습을 보여주며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혁명적 역할과 생산 과정에서 프롤레타리아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등장하는 마르크스의 해법이 매력적이다. 관념론적 사유를 했던 철학자들이라면 '개인'에게 침잠하거나, '구조'에 순응하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유물론적 사유를 전개하며 언더그라운드까지 내려간 마르크스는 다른 방법을 택한다. 그 방법은 바로 '연대(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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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이너마이트 맑스 - 실천론

  철학자 고병권에 따르면 '다이너마이트'의 핵심은 폭발이 아니라 응축에 있다며 니체를 다이너마이트에 비유했다. 내가 보기에 과거의 관념론적 사유를 전개한 철학자들은 다이너마이트를 손에 쥐었지만, 그 다이너마이트를 자기 자신에게 투척했다. 자살폭탄테러나 다름없다. 하지만 니체는 달랐다. 니체는 다이너마이트를 손에 쥐었다가 본인은 물론 세상을 터뜨려버릴 정도의 엄청난 파괴력을 응축시키며 스스로가 다이너마이트가 되어버렸다. 또는 도래할 다이너마이트를 기다렸다. 하지만 마르크스는 다시 한번 달랐다. 마르크스는 공산주의사회가 도래할 것을 암시했다. 뿐만 아니라 니체와 달리 엄청난 파괴력의 다이너마이트를 세상에 직접 투척하며 실천에 방점을 찍었다.

  "철학자들은 지금까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세계를 해석해오기만 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혁시키는 것이다." (『포이어바흐에 대한 테제』 11번, 칼 마르크스)

  사람들이 철학자를 비판할 때 흔히 하는 말인 '골방의 철학자'에서 '실천의 철학자'로 거듭나는 순간이다. 실천에 방점을 찍은 마르크스는 대학생과 기자 시절에는 '비판'으로 맞서다가 프랑스 망명 이후에는 '혁명'을 통해서 자신의 철학을 전개해 나간다.

  마르크스의 '비판적 실천'을 보면 대학생 시절부터 날 선 비판에 두려움이 없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대학생 시절에 마르크스는 프로이센을 보편 국가라고 주장한 헤겔을 비판하며 프로이센 정부의 정치적 탄압을 받기 시작한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에는 청년좌파들과 진보언론인 라인신문을 창간하고 편집장을 맡아 언론활동에 투신했다. 하지만 라인신문은 프로이센 정부와 러시아를 비판하다가 창간 1년 만에 경고조치도 없이 곧바로 폐간되었다.

  마르크스의 '혁명적 실천'은 프랑스로 이주한 시기에 '프리드리히 엥겔스'를 만나며 연대를 통해서 꽃을 피운다. 마르크스는 프랑스에서 행동주의적, 급진적, 혁명적 성격을 강하게 지니고 있던 '의인동맹' 비밀결사에 가입하지만 '프로이센 국왕 암살 시도' 사건으로 인해서 프랑스 정부에 의해 추방당한다. 벨기에에서는 '의인동맹'을 '공산주의자 연맹'으로 전환시키며 '공산당 선언'을 발표한다. 프랑스와 프로이센에서의 혁명에 실패한 후에는 런던으로 넘어가지만 그의 연대활동은 계속된다. 마르크스와 동료들의 활동은 훗날에 세계 최초의 국제노동자연대 운동으로 발전할 '인터내셔널'을 낳게 된다.

  "지배계급이 되는 공산주의 혁명 앞에서 전율하게 만들어라. 프롤레타리아는 이 혁명에 의해서 쇠사슬 이외에는 잃는 것이 없다. 그들이 획득하는 것은 전세계이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공산당 선언』, 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1848)

  마르크스는 자신에게 시선을 돌리는 것이 아닌 외부로 시선을 돌렸으며, 골방에 틀어박히지도 않았으며, 펜대 뒤에 숨어서 자신의 철학을 전개시키지도 않았다. 도래할 것을 암시하는 것만이 아닌 도래할 것을 기다리는 것만이 아닌 이렇듯 세상에 직접 다이너마이트를 투척하며 '실천'을 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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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맑스를 넘어서 - 탈영토

  니체는 자신의 저서 '선악을 넘어서'를 통해서 도덕체계를 전복시켰다. 그 상황을 현대의 경제학자들에게 비유하면 어떨까? 일반적으로 신고전파 경제학을 따르는 경제학자들은 '주류경제학자'로 분류되며 신고전파 경제학을 비판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경제학자들은 '비주류경제학자'로 분류된다. 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 앨프리드 마셜 등의 고전파 및 신고전파 경제학에 '후기표'를 찍어대는 주류경제학자들에게 있어서 자신들은 선이고, 이에 반대하며 '반기표'를 찍어대는 마르크스 경제학, 역사학파, 사회주의학파 등의 비주류경제학자들은 악이다.

  하지만 주류경제학과 비주류경제학이 서로의 선악을 규정지으며 자신들의 논리만 내세운다면 경제학은 미래가 있을까? 진영 논리만 따지다가 더 큰 그림을 놓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경제학계에서도 '후기표'와 '반기표'가 아닌 '탈기표'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마르크스는 관념론적 사유를 전복시키며 유물론적 사유를 세상에 퍼뜨린 탁월한 사상가였다. 뿐만 아니라 골방이 아닌 세상 밖으로 뛰쳐나온 행동하는 실천가였다. '유물론적 사유의 행동하는 실천가'라는 점에서 마르크스는 내가 보았던 철학자 중에서 가장 '섹시한' 철학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마르크스 탄생 후 어느덧 200년이나 지났고 그 사이에 철학은 탈주하고 있으며 그에게서 다소 아쉬움이 옅보기이도 한다.

  첫 번째는 헤겔로부터 물려받은 변증법적 사유이다. 변증법적 사유는 역사가 진화 및 발전한다는 직선적 시간관을 가진다. 또한 정반합의 반복을 이루는 변증법적 사유는 반기표의 철학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필연적으로 투쟁을 반복시킨다. 그리고 그 안에서 차이로 존재하는 '개별자'들은 보편성과 동일성에 포획되며 투쟁의 '수단'으로 내몰릴 위험이 있다.

  두 번째는 마르크스가 세상을 보는 퍼스펙티브[perspective: 관점, 시각]를 지나치게 단순화시켰다는 점이다. 그는 실천을 위해서 연대와 힘에 방점을 찍었다. 그리고 힘을 확보할 수 있는 연대를 실현하기 위해서 세상을 자본가와 프롤레타리아[Proletariat: 무산계급, 노동계급]의 이분법적인 관계로 내몰았다.

  마르크스는 자신의 내부가 아닌 외부로 눈을 돌리며 2,500년의 관념론적 철학을 전복시키고 유물론적 사유를 펼치며 세상을 바라보았다. 때문에 그가 보는 세계는 사회 유기체설[社會有機體說, theory of social organism]과 맞닿아 있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개별자'들의 차이는 지워지고 보편성과 동일성의 잣대가 들이밀어진다. 하지만 프랑스의 철학자 H. 베르그송은 '생(生)의 철학'을 이루는 근본개념인 엘랑비탈*을 이야기하며 차이를 생성한다. 또한 들뢰즈와 가타리는 기관 없는 몸체**를 이야기하며 '개별자'들을 무한한 변이와 생성이 잠재된 하나의 카오스 상태로 바라본다. 그를 통해서 이끌어낼 수 있는 해답은 간단하다. 차이로 존재하고 잠재성을 가진 '개별자'들이 탈영토화 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경제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후기표인 주류경제학이 아닌, 반기표인 비주류경제학도 아닌, 탈기표의 전혀 다른 경제학을 만들어내야 한다. 또한 경제학이라는 범주를 넘어서서 리좀***적 사유를 통해서 전혀 새로운 탈영토화를 꿈꾸어야 한다. 마르크스는 변증법적 사유에 의한 반기표의 철학을 내비치며, 후대의 우리들에게 탈주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해 주었다. 마르크스가 꿈꾸었던 세상보다 더욱 좋은 세상을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자, 이제는 우리의 차례이다. '언더그라운드 맑스'를 넘어서, '다이너마이트 맑스'도 넘어서, '맑스' 그 너머로 '탈주'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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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랑 비탈과 기관 없는 몸체를 설명해주신 U쌤께 헌사합니다. ^^






 ..............

  *엘랑비탈[?lan vital): "물질은 과거를 반복할 뿐이며, 정신은 과거를 기억하고 보존하면서, 미래를 위해 새로운 것, 즉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초가 된다." (『창조적 진화』,  H. 베르그송·1907년)

  **기관 없는 몸체(corps sans organs): 들뢰즈와 가타리가 앙토넹 아르또에게서 빌려 온 개념으로, 유기체화 되기 이전의 신체를 가리키며 본성적으로 유기체화 되기를 거부하는 신체를 의미한다. 유기체는 이 신체에 포섭과 배제의 어떤 특정한 질서를 부과함으로써 성립되는 것이다. 따라서 기관 없는 신체란 하나의 카오스 상태, 즉 어떤 고정된 질서로부터도 벗어나서 무한한 변이와 생성을 잠재적으로 품고 있는 것이다. 즉 단순한 인간의 신체가 아니라 인간 및 자연의 모든 요소가 지닌 파편들이 조립되는 하나의 장소라는 의미이다. 기관 없는 몸체는 기관이 없는 것이 아니라 기관들이 하나의 유기체로 통합되지 않고 부분 대상 혹은 욕망하는 기계들 자체로 접속될 뿐임을 강조하는 용어이다. (『철학사전』,  철학사전편찬위원회·중원문화·2009년)

  ***리좀(rhizome): 리좀은 ‘근경(根莖)’, 뿌리줄기 등으로 번역되는데, 줄기가 마치 뿌리처럼 땅 속으로 파고들어 난맥(亂脈)을 이룬 것으로, 뿌리와 줄기의 구별이 사실상 모호해진 상태를 의미한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수목(arbre)형(arborescence)과 대비시켜 리좀 개념을 제기한다. 수목이 계통화하고 위계화하는 방식임에 비하여, 리좀을 제기하는 것은 욕망의 흐름이 지닌 통일되거나 위계화되지 않은 복수성과 이질발생, 그리고 새로운 접속과 창조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려고 한다. (『철학사전』,  철학사전편찬위원회·중원문화·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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