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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빨래』 리뷰(1/4) - 탈기표

by 서성광 posted Apr 22, 2018 Views 7721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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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하기 참 힘든 세상이다.

  뮤지컬 빅 4 중에 하나인 <오페라의 유령>이 2001년 국내에 들어오면서 라이선스 비용과 제작비 만으로 무려 120억 원이 투입된다. 뮤지컬 <캣츠>는 2017년 12월 16일 대구 공연을 통해서 한국 뮤지컬 최초로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돌파했다. 대극장 평균 티켓 가격을 10만 원으로 책정했을 때 <캣츠>가 지금까지 국내에서 거둬들인 매출은 약 2천억 원 정도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캣츠>의 관객 200만 명 돌파는 뮤지컬이 대중화됐다는 방증이자 어떤 지향점을 갖고 가야 할지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캣츠’, 한국 뮤지컬 관객 200만 명 시대 연다 >, 한겨레신문, 2017년 12월 15일자)

  한국 뮤지컬계는 국내 뮤지컬 시장이 확대된 점에 고무되며, 이러한 확대 및 성장을 그들의 방향성으로 가져가는 모습이다. 그렇지만 관객들에게 소위 '먹히는' 작품만 라이선스를 통해서 수입해오는 극단들의 행태로 인해서 국내 뮤지컬 시장이 획일화되어 가고 있다. 또한 다른 예술보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뮤지컬 형식의 특성상 돈이 없으면 뮤지컬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상업 예술의 정점에 다다르며 자본의 힘이 고착화되어 가며 '후기표'를 거듭하던 국내 뮤지컬계에서 완벽하게 '탈기표'를 하며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 작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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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작품은 바로 뮤지컬 <빨래>이다. <빨래>는 2005년 국립극장 별오름 극장에서 상업 작품으로 정식 초연하게 되었으며 2015년부터는 동양예술극장에서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까지 4,500회의 공연, 누적관객 65만 명을 돌파했다. 작품성은 물론 좋은 성과도 나오고 있는 <빨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학생들의 졸업작품인 순수 국내 창작 뮤지컬이다. 연출/각본을 맡은 추민주 씨는 연극원 연출과 졸업생이며 작곡을 담당한 민찬홍 씨는 음악원 작곡과 졸업생이다. 심지어 여주인공인 서나영의 이름은 2003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작품 공연 당시 그 역할을 맡았던 배우의 이름에서 가져왔다.

  "우리 사회 약자들, 그리고 약자라고 말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여기서 살아가기에 안정적인 기반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불안정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런 의지를 담아내고 싶었어요."(<빨래> 연출 추민주)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
  깨끗해지고 잘 말라서
  기분 좋은 나를 걸치고 하고 싶은 말
  다시 한번 하는 거야!"

  - <슬플 땐 빨래를 해> 주인 할매

  '빨래'라는 단순한 소재에 코웃음을 치는 사람들도 있지만 오히려 그러한 단순한 소재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빨래'의 힘이다. 특히 이 작품은 '빨래'가 접속구가 되어서 등장인물들이 변두리의 소시민에서 '개별자'로 드러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연대의 힘을 통해서 현대철학이 이야기하는 '공동체의 실현'을 관통하게 된다.

  자, 이제 뮤지컬 <빨래>에서 주목해야 할 점을 세 가지로 구분해서 알아보겠다. 그 세 가지는 바로 '차이와 긍정', '부조리', '연대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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