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쩍이는 자본주의 시장 한복판에서
어리고 작은 너와 나 만나
아주 긴ㅡ 입맞춤 하자
아우성 치는 자본주의 시장 귀퉁이에서
울지도 웃지도 않는 너와 나
붉은 꽃 한 송이 건네자
이내 시들어 버릴지라도
이내 더 아플지라도
어둠 없는 자본주의 시장에 앉아
우람찬 근육질 할머니와
아직 웃진 않겠지만
젖은 눈의 깡마른 노총각과
비틀거리진 않겠지만
태양 없는 한낮을 노래하자
사랑 없는 이별을 추억하자
캄캄한 자본주의 시장 가로지르며
한여름에 떨어지는 노란 은행잎이여
미니 스커트의 멀어지는 하이힐 소리여
그러나 별 것 없이 살아온 너와 나
아주 깊이 포옹이나 하자
아주 오래 중얼거려 보자
바쁜 자본주의 시장 한가운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