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기표(脫記票)-말과 사물ㆍ주체철학과 타자의 철학

by 이우 posted Jul 30, 2020 Views 498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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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념철학에서 '사유한다는 것'은 신체(물질성)를 초월하는 '정신'이 하는 일이지만, 현대 유물철학에서 사유는 '구체적인 언어', 그러니까 글자로 기록되고 소리로 발화되는 물질적인 '언어체(기호체)'가 하는 일입니다. 주체철학에서 '사유'는 주체 내부에 있는 '정신'이 하는 일이지만 타자의 철학에서 '사유한다'는 것은 글자로 기록되고 소리로 발화되는, 그러니까 사회체를 떠돌고 있는 물질적인 '언어체(기호체)'가 하는 일입니다. 
 
  당초 언어는, 그러니까 기호는, 더 나아가서 예술적 기호, 문학에서는 언어, 회화에서는 선과 색, 조각에서는 모양과 질료, 음악에 있어서 소리와 같은 기호사물을 지시했습니다. 지시체인 언어는 닮음을 너머 재현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학문을, 담론을 생성했습니다. 푸코가 『말과 사물』(Les mots et les choses, 1966년)에서 발견한 것은 이것이었습니다.

  사실 푸코가 그 담론 체계에 인간의 의식이 갇힌다고 말하는 것은 부정이 아니라 긍정입니다. 언어가, 기호사물사유 사이를 떠돌면서 기표(記票, 기록하고 표시함)하고, 이 기표가 새로운 지층을 생성ㆍ형성했다면, 우리 또한 언어를 통해 새로운 담론을 만들고, 새로운 지층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가타리들뢰즈가 '탈기표(脫記票, 기표에서 빠져나옴)하라'고 말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