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혹은 집단수용시설 : 구조주의

by 이우 posted Jun 15, 2020 Views 4213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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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혹은 집단수용시설
-구조주의

 1942년생인 아버지는 손자들이 유치원에 입학하자 당신도 '유치원'에 다녔다고 말했다. "유치원요?" 우리는 놀랐다. 우리 형제는 유치원에 다니지 못했다. 지금은 누구나 유치원에 가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 돈이 많이 들어가는, 그러니까 값비싼, 그러니까 부유한 사람들의 아이들만 다닐 수 있는 특권적인 교육시설이었다. 대대로 가난한 집에서 유치원에 다녔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유치원에서 글도 배우고 나무로 만든 자동차를 가지고 놀았다." 
 
 아버지는 일본 북해도에서인가 태어났다. '북해도에서 인가'라고 말하는 이유는 아버지의 기억이 흐릿하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일제강점기였던 1940년대 일본으로가 광부가 되었다. 아버지의 흐릿한 기억에 따르면, "돈 벌러 갔다". 일본의 어디에선가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광부가 되었고, 일하러 나가면서 아버지를 당신이 말씀하시는 '유치원'에 맡긴 모양이다. 아버지는 다른 조선인 광부 아이들과 함께 '유치원'에서 놀았다. "일본어도 배우고 나무로 만든 자동차를 가지고 놀았다." 아버지는 지금도 가끔 그때 생각이 나면 리듬을 주어 일본어로 숫자를 외운다. "이치, 니, 상, 시, 욘, 고, 로쿠, 시치, 나나, 하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광복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갈 때는 두 분이었지만 돌아올 때는 아버지와 삼촌(아버지의 동생)이 있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배를 탔다고 흐릿하게 기억했다. 1984년 내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 할아버지는 깊게 넣어 두었던 종이 한 장을 내게 보여 주었다. 전표였다. 전쟁이 끝나면 품삯을 주겠다고 약속하는 전표. "돈을 받아야 한다."
 
 "아버지, 그건 유치원이 아니고 탁아소이거나 아이들 집단수용시설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그래도 아버지는 '유치원'이라고 우겼다. "유치원이다. 그때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일본군의 부역자였다는 것을 몰랐다. 월급을 받았기 때문에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에게 그곳은 '유치원'이었다. 아버지가 '유치원'이라고 말하는 그곳은 에게는 조선인 징용자들의 아이들을 수용한 '집단 수용 시설'이었다. 그곳은 유치원일까? 집단수용시설일까? 나는 지금도 구조주의(structuralism, 構造主義)를 말할 때 사람들에게 "그곳은 유치원일까? 집단수용시설일까?"라는 질문을 사람들에게 하곤 한다.
 
  "여기 하나의 건물, 즉 벽돌로 쌓아올리고 스레이트 지붕을 가진 하나의 건물이 있습니다. 세 살에서 여섯 살 또래의 아이들이 언어를 배우고 놀이를 할 수 있는 구조물입니다. 여기는 유치원일까요? 일하고 월급을 받았습니다. 나의 할아버지는 직장인이었을까요? 사태는 이렇습니다. 각 항의 위상학적인 위치를 모르면, 부역장이 직장이 되고 집단수용소가 유치원이 되는 겁니다. 나의 할아버지, 나의 아버지는 그 위상학적인 위치를 몰랐습니다. 강제징용된 광산은 직장이었고 아이들 집단수용시설은 유치원이었죠. 그러나 위상학적인 위치, 그러니까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구조 속에 관계되어 있는 자신의 위치를 알게 되면 사태는 달라집니다. 다시 말해서, 제강점-태평양전쟁-조선총독부의 전시 총동원령이라는 들과 관계된 나의 위치를 알면, 직장이 부역장이 되고 유치원이 집단수용시설이 되는 겁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주체(主體, Subject)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세계의 중심이고 나대로 살면 된다고 생각하죠. 부역하고 있는 지 모르고 집단수용시설인 줄 모릅니다. 푸코는 이런 말을 남깁니다. '사유하는 인간이기를 그만 두고서 사유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철학적 웃음으로밖에는 대답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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