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공식

by 이우 posted Jun 06, 2020 Views 4672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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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우리 사회에서의 행복 '소유/욕망'이다. 이 공식에 따르면, 행복하려면 두 가지의 방법이 있다. 더 많이 획득하거나 다시 말해 소유의 양을 늘이거나 하고 싶은 것(욕망)을 줄이면 된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소유의 양을 늘인다는 것은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노동의 양을 늘이는 것을 뜻하고, 욕망을 줄인다는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경우라도 행복과는 대립하고 만다. 모순이 있으며 딜레마(dilemma, 어느 쪽을 선택해도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됨)가 있다. 소유도 욕망도 행복을 뒤로 끌어당긴다.
 
  우리에게 행복은 '내재성(virtuality)×현실성(actuality)'이다. 이 공식에 따르면 내재성이 늘어나거나 다시 말해 가능성을 열 수 있는 내적인 조건들이 많아지거나, 가능성이 실제가 되는 외적인 조건(현실성)이 증가할수록 행복해진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꿈을 이루기 위해 내적인 조건을 만들어 가는 것(내재성)도, 그 꿈이 현실화할 수 있는 외적인 조건(현실성)을 만나는 것도 모두 즐겁고 행복하다. 내재성이 늘어나면 행복하고 현실성이 증가해도 행복하다. 여기에는 모순도 딜레마도 없다. 여기에서는 욕망을 줄일 필요도 없으며 소유의 양을 늘일 필요도 없다. 행복이란 가능성의 다른 이름이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먼저 필요한 것이 있다. 다양한 가능성(내재성)을 다양하게 실제로 드러나게 할 수 있는, 다시 말해 저마다의 다양한 꿈을 다양하게 실현시킬 수 있는, 그러니까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꿈이 사회 안에서 좌절되었다. 나의 아버지가 그러했고 우리들의 아버지가 그러했다. 나도 그러했으며 우리도 그러했다. 다음 세대들에게 노동을 더 늘이거나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