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명이론

by 이우 posted Mar 19, 2020 Views 4934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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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명이론
  이우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준다고 말했을 때
    마침내 꽃이 된다고 말했을 때
    그런 줄 알았다
    그대여,
    나는 너무 힘들었다
    꽃이라 이름 붙이고
    골목에서 노란 불을 밝혔다
    헤이, 당신
    나의 이름이 불려졌을 때
    사랑하는 그대여
    나인줄 알았다
    그것은 번호이거나
    와일드 카드로 가려진 누군가
    나이거나 너이거나 그이거나
    그녀이거나 그인
    아무나 혹은 그 누구도 되는 누구나
    그대여, 나의 이름을 부르지 마라
    나는 그대의 꽃이 아니다
    사선으로 비틀어진 그대여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그대여
    전투복으로 무장한 그대여
    사제복을 입은 그대여

    상품을 진열하고 있는 그대여

    아름답게 치장한 그대여

    사랑한다고 말하지 말라
    문을 두드리지 말라
    나의 이름을 부르지 말라
    사랑하는 그대들이여
    차라리 잊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