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일러스트 : 북어포 동상례

by 함지 posted Nov 07, 2017 Views 12853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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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어포동상례(업로드).jpg 

 예식이 끝난 뒤에 신부쪽 친척이나 친구들이 신랑을 괴롭히던(?) 혼인 풍속을 동상례(東床禮)라 한다. 아름다운 신부를 맞아 결혼식장에서 깨방정댄스 추는 생기발랄 신랑을 위해 북어포 동상례를 준비하다. 
 
1. 북어포 사온, 지영의 이야기

  일찍 준비하고 나와 동네 동원슈퍼에 들러 마른 북어포 2개를 계산대에 가지고 갔더니 의아해하시는 주인 아주머니께 '새신랑 발을 때릴려고요~'하니 '재밌게 잘 다녀오라'며 웃으신다. 검은 봉지에 넣어주신 북어포 두 마리. 고소한 북어냄새가 가방에서 계속 올라왔다. 시장에서 통으로 말린 북어를 사왔어야 하는데 북어포를 사가서, 신랑은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살려달라고 할 때까지 때릴려고 했는데, 반대로 북어가 새신랑 발에 살려달라며 으스러졌다. 이게 아닌데! 
 
2. 황금색 끈을 준비한, 이우의 이야기

  7호선의 끝과 끝을 달리는 결혼식장 길은 멀고 가을은 쓸쓸했다. "너무 일찍 나왔나?" 12시반 결혼식에 11시 14분에 도착했다. 전날에 신랑의 동상례를 이야기하고 집에 있는 황금색끈을 챙겨왔다. 북어를 사온다는 지영에게 끈을 보여주고 동상례 장소인 폐백실도 보여줬다. 신랑발을 황금색끈으로 묶고 어깨에 멜 사람이 필요했다. 축가를 부르러온 재훈에게 너밖에 없다고 말하자 '왜? 이런 걸 해야하냐'며 투덜투덜해도 해보겠단다. 아싸! 이제 마지막으로 폐백실 이모님께 신랑발을 때리고 빠르게 치우겠다고 말씀을 드려놨다. 폐백실 밖에서 황금색끈을 만지작거리며 폐백 끝나고 나오는 신랑을 빠르게 엎어트리고 발을 묶어 매달 생각에 신이 났다. "새신랑 조금만 기달려! 매달아 버릴테야!"

3. 동상례(東床禮)

  폐백을 마친 신랑에게 다가가자 깨방정 신랑, 알았다는 듯이 땅바닥에 누워버렸다. 저항하지 않는 새신랑. 이우가 신랑발을 황금색끈으로 잘 묶고 재훈이가 어깨에 멨다. 지영이 사온 북어로 신랑의 발을 때리는데, 신랑이 자꾸 웃는다. 안 아프단다. 신부 동생 희수가 살살 때리다 지영이 있는 힘껏 때리자 북어포는 금새 삼등분으로 부서져 버렸다. 신부의 막내동생은 부서지지고 남은 조각으로 살살 때리고, 정현이 뜯어진 뾰족한 부분으로 콕콕 찔렀다. 신랑이 웃었다. 이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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