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2년에 부쳐

by 리강 posted Apr 18, 2016 Views 13525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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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나는?살아 있다
너희가 세월호 타고 물 밑으로 간 지
2년이 지나도록
나는 술도 잘 쳐먹고
노름도 잘 하고
사기도 잘 친다
가끔 바람도 피운다


그러나 너희가 물 밑에 있는 오늘
나는 아무 재미가 없다
앞으로도 영영 재미 없을 것이다
재미가 부끄러움으로 바뀌고
부끄러움조차 치욕으로
바뀌어갈 뿐이


?여전히 이 땅 위엔
훌륭한 정치가 있고
잘 먹고 잘 사는 사람 있고
위대한 작품 쓰는 사람 있다
너희는 분명 없는데 말이다


진도 앞 바다 물 밑에는
너희가 있겠지만
7시간 종적 없는 자에겐 없고
일일 드라마에 빠진 아줌마에겐 없고
시급 받는 청년에겐 없고
봄비 내리는 이 들판에도

뭔지 허전하게 없기만 하다


목련이 되고 싶고
매화가 되고 싶고
개나리 진달래가 되고 싶던
너희 꿈이?봄비에 다 젖는다
온 꽃들?피다가 다 진다


너희 죽이고도?웃을 줄 아는
이 대단한 어른들은
또 다시 낭만과 풍요를 즐길 게다
죽을 때까지 죽지 않을 게다


아주 오래 살면서
배반과 비리와 부패와 야합으로
끝장을 볼?게다
그리고 언젠가는
너희도 잊을 게다


그러나 물 밑의 너희야
봄은 돌아오리라
날카롭고 의지로운 봄은
종교보다 깊고
들꽃보다 낮게
너희 선선한 눈빛으로
꼭 돌아오고야 말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