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길을 가는 너에게

by 리강 posted Mar 28, 2016 Views 13927 Replie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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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 길로 가는 걸

막을 순 없다

네가 아름답다면

아름다운 것이고

네가 슬프다면

분명 슬픈 것이다


네가 쓴 시를

시 아니라 할 순 없다

너의 그윽한 눈빛으로

너의 깨끗한 입술로

너는 훌륭히 시를 읊는다


이 넓은 우주에서

무슨 신을 믿든

무슨 노래 흥얼거리든

무슨 상관이랴

무슨 큰 일이랴


그러나 잘 사는 너여

이 쓸쓸함은 무엇일까?

밤새 소주 일곱 병 비우고

해장국도 안 먹고

섹스도 안 하고

네가 가 버린 길만 바라본다


이 허기짐은 무엇일까?

조금 춥고 조금?어두운

내 산책길 천천히 걸으며

왜 네가 간 길 잊지 못하나?


그러나?무척 잘 살 것 같은 너여

언젠가 너의 빛나고 매끈한 길

나의 먼지 가득한 길과 만난다면

쓸쓸함과 허기짐의 사연들

문득 짚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