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거짓말학교>(전성희 글, 소윤경 그림)를 읽고, 함께 토론을 했습니다. ‘거짓말이 승리하는 사회에 대한 흥미롭고 날카로운 풍자’라는 평을 받으며 상을 수상한 전성희 작가는 ‘큰 관심도 없었던 생물학과에 입학했다가, 학교를 그만두고, 2년 동안 철학을 공부한 뒤 자신이 할 수 없는 공부라는 결론을 얻은 후, 방황하다문학을 만난 뒤로는’ 꾸준히 동화를 쓰고 있다고 합니다.
동화속의 주인공 인애와 나영이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우수한 아이들만을 골라 세계를 뒤흔들 창의적인 거짓말 인재를 양성하는 거짓말 학교에 입학합니다. <거짓말 학교>의 교장 선생님은 “거짓말은 21세기 연금술입니다.”라고 소리 높여 연설을 합니다. 또, 성공한 졸업생 김학수 이사는 “앞으로 필요한 건 더욱 창의적이고 다양한 거짓말입니다. 신선하고 번뜩이며, 지금까지 누구도 만들어 내지 못한 거짓말, 그러면서 시대의 흐름에 맞추고 더 나아가 시대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그런 거짓말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수업 시간에 거짓학 선생님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거짓말로 학살당하기 직전의 유태인들을 살려 낸 오스카 쉰들러의 예를 들며, 하얀 거짓말의 정당함을 이야기합니다. ”난 거짓말이 있어 세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거짓말은 아름다울 뿐 아니라 큰 힘을 가지고 있어.“
우리는 토론하면서 거짓말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거짓말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자신의 경험을 토로하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더 나아가 왜 거짓말을 하게 될까?, ‘진실과 거짓을 밝혀 내는 일이 가능한가? 라는 고민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 사전적인 의미로, 진실(眞實)은 사실, 거짓이 아닌, 왜곡이나 은폐나 착오를 모두 배제했을 때에 밝혀지는 바를 말한다. 일반적인 의미로는 인식의 주체와 객체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현실은 주체에서 본 객체에 대한 시점의 문제이며, 실재는 주체로부터 분리된 객체로서의 존재이며, 현상은 주체가 인식한 객체이며, 또 존재는 현상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주체는 현상에 의해 이뤄지지 않는 것을 존재로서 인식하지 못한다. 이러한 말을 칸트는 물자체로 가정했다. ...?
프로이센의 철학자인 이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년~1804년)는 대상에 대해서 우리의 경험과 인상 그리고 정신적 범주에 의해서 인식할 수는 있으나 그 자체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진실이 무엇인지, 거짓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습니다. 동화 <거짓말학교>의 인애와 나영, 준우, 도윤은 교장의 음모를 파헤치려다, 결국 서로를 믿지 못하고, 솔직한 고백이 거짓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급기야는 스스로를 속인 것은 아닐까, 자신을 의심하며 혼란에 빠집니다. 동화는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강인애, 이제 어떡할래?” 우리는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사회가 부추기고 학교가 장려하는 거대한 거짓말이 약육강식에 기반을 둔 탐욕적 경쟁의 수단으로 이용된다면, 친구인 인애와 나영이 사이에 오가는 내밀한 거짓말은 관계에 대한 불신의 고리로 작용한다. 인간에 대한 믿음은 헛되다는 의사 아저씨의 발언은 많이 들어본 것이다. 또 우리 안의 밀고자를 끊임없이 추적해야 하며 가장 가까운 사람의 저의를 의심해야 하는 두 주인공의 갈등은 우리가 살면서 얼마든지 부딪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거짓의 토대 위에서 쌓은 학교이지만 그 속에서도 빛나는 것은 ‘사람의 눈’이다. 사람이 깨어 있는 한 그의 눈을 속이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이 당돌한 이야기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메시지는 어떤 유혹 속에서도 당신의 눈을 감지 말라는 것 아닐까. ...
-김지은의 평론집 <거짓말하는 어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