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20일 연세대학교 토마 피케티 특별 초청 강연 영상을 보면서, 경제적 불평등에 내재한 자본주의의 동학을 분석한 프랑스의 사민주의 중도파로 불리는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주저 <21세기 자본>(글항아리, 2014)의 개론을 파악하고, 그가 샤르트르가 창간한 저명 지성지 리베라시옹에 2004년부터 2015년 5월까지 연재한 칼럼을 묶어낸 경제에세이, <피케티의 新자본론 - 지난 10년 피케티가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 자본주의 문제들>(글항아리·2015년)를 읽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는 전작인 <21세기 자본>에서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부의 불평등이 생기는 원인으로 세습, 자본수익율과 경제성장율의 격차, 성과주의 등을 제시하고 이 불평등을 제거하기 위해 소득과 자산에 부과되는 누진제로서의 보편적 사회보장분담금, 유럽연방제를 통한 글로벌 자산세의 도입 등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피케티의 新자본론>은 보다 현실세계에 밀착해 현대자본주의가 국제정치 및 사회제도와 맺는 관계와 문제점을 밝히고 그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조세, 금융, 통화 등 경제학적 이슈는 물론 정당정치, 사회보장, 고용문제, 교육제도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주제를 모두 포괄한 피케티의 성찰과 제언에는 자신의 학문적 연구 성과를 일반 대중과 공유함으로써 오늘날의 경제위기와 자본주의의 모순을 타파하기 위한 현실적인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과연 그의 대안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그의 제안을 두고, 도달 불가능한 이상(理想)이라는 의견과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이 부딪히고, 긍정과 부정, 부정의 부정, 긍정의 긍정이 맞붙었습니다. 그러나 피케티가 진단한 것처럼 지금의 경제체제는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어떤 형태로든 그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에는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철학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면, 그의 경제학은 그 방향으로 걸어가는 하나의 길입니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이러저런 장광설(長廣舌)을 늘어놓았습니다. 그의 진단은 바로 우리 사회의 문제.... 고민이 깊어집니다.

  "흐름들 자체를 조절하는 <권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통화량”의 증가조차 지배하지 못한다. 마치 절편들뿐만 아니라 흐름들에까지도 지배가, 그것도 동일한 방식으로 행사되고 있는 것처럼, 지배자의 이미지, 국가나 비밀 정부라는 관념을 우주의 경계에까지 투사한다면 우스꽝스럽고 허구적인 표상에 빠지게 될 것이다. 국가보다는 주식 시장이 흐름들과 흐름들의 양자들의 이미지를 제공해준다. 자본가들은 잉여 가치와 그것의 배분을 제어할 수는 있지만 이 잉여 가치를 생겨나게 하는 흐름들을 지배하지는 못한다. 역으로 권력의 중심들은 흐름들이 절편들로 변환되는 점들에 행사된다. 이 점들이 교환기, 변환기, 진동자이다. 그렇지만 절편들 자체가 결정권을 가진 하나의 권력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와 반대로 우리는 앞에서 절편들(예컨대 계급들)이 어떻게 군중들과 탈영토화 된 흐름들의 접합접속에 의해 형성되며, 가장 탈영토화된 흐름이 어떻게 지배적인 절편을 규정하는지를 살펴보았다. 가령 달러는 화폐의 지배적 절편이며, 부르주아지는 자본주의의 지배적 절편이다. (중략) 따라서 절편들 자체는 추상적인 기계에 의존한다. 그러나 권력의 중심들에 의존하는 것은 바로 이 추상적인 기계를 실행시키는 배치물들, 다시 말해 지배하는 절편과 지배되는 절편들과 관련해 군중과 흐름의 여러 가지 변이를 견고한 선의 절편들에 부합시키는 배치물들인 것이다. 이러한 부합 과정에는 많은 도착(倒錯)적인 발명이 있을 수 있다."

- 들뢰즈·가타리, <천 개의 고원> (P.429-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