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벚꽃잎이 휘날리는 4월, 첫 독서토론으로 2017년 제 41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구효서의 <풍경소리>를 읽고 토론했다.?작가는 수상 소감에서 '자연인의 나이 60, 소설가의 나이 꼭 30'에 상을 수상하면서 "소설가에게는 소설을 쓴다는 것 이외의 그 어떤 명분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내가 깨닫는다기보다는 깨달음이 나를 무찌르듯 육박해옵니다. 이 전율 앞에서 저는 한없이 졸아든 채 맨손으로 절벽을 오르듯 한 줄 한 줄 적습니다. 한 번 쓰고 열 번 읽던 것을 한 번 쓰고 백 번을 읽습니다. 일주일 걸리던 분량에게 한 달을 내어줍니다. 작업은 한없이 더디고 더디고 길고 길어집니다. 그래도 이 작업을 한순간도 멈출 수 없는 것은, 쓰지 못하면 그 순간부터 즉각 존재를 환수당하는 것이 소설가의 운명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녹록지 않은 작가의 길을 이야기한다.?
? 중편소설 <풍경소리>는 '달라지고 싶으면 성불사에 가서 풍경소리를 들으라'는 친구 서경의 말대로, 여주인공 '미와'가 성불사 깊은 밤에 풍경소리를 마주하며 시작된다. 책 읽은 소감을 물었다. "고요하고 맑은 소설이예요." "잔잔한 것들이 깨어나는 느낌이었어요." "좌자의 된장과 엄마의 휘핑크림의 대비가 인상적이었어요." 명화님과 미정님이 말했다. (성불사가 어디에 있을까 궁금해 하자 인국님이 열심히 검색하시더니 함경도, 천안, 금천구에도 성불사가 있다고 하신다. 금천구 성불사의 풍경소리를 들으러 가볼까 ㅋ)
? 소설의 여주인공 '미와'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미혼모의 딸로 휘핑크림을 만들며 살아가는 엄마와 함께 살며 혼자 레고를 쌓으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 나이 어린 미국남자와 결혼해 고양이 상철이와 함께 무심하게 미국으로 떠난 엄마를 미와는 이렇게 기억한다. "엄마는 말과 동작, 동작과 동작이 곧장 이어지지 못하고, 한없이 멀고 멀어지기만 하다가, 끝내는 서로를 잃어버리고 말았지. 그런 사람이었던 엄마." 그?후에 '미와'는 엄마의 죽음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을 때부터 고양이 상철이의 울음소리가 시작되었고,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피하기 위해 성불사에 오게 된다. '미와'는 성불사에서 주승과 수봉스님, 좌자와 영차보살을 만나 이야기하고, 보고, 듣고, 먹고, 스프링 노트에 슥삭슥삭 연필로 글을 쓰며 서서히 풍경소리에 귀기울이게 된다.
? 문학평론가 장두영은 "이 소설은 없음과 있음은 하나라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사상을 소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 된다."라고 평하면서 "이 소설은 불교적 가르침을 더 공부해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작품이 된 셈"이라고 말한다. 소설의 결말에서 '모든 소리의 연원'이자 '소리의 부처'는 길을 떠나는 '미와'에게 "어디로 가십니까"라고 묻는다. '미와'는 그 소리에 답하는 대신 "길을 걸으며 두고두고 나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삶의 길을 떠난다.
... "색불이공공불이색(色不異空空不異色) 색즉시공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이며, 이는 "색이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이 색과 다르지 않으며, 색이 곧 공이요 공이 곧 색이다"....
? '미와'는 엄마의 부재로 인해 기억 속의 엄마와 화해한다.?"갑자기 어딘가 옹색해지는 기분이 들다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끄덕. 풀뿌리 달인 물을 커피라고 해도 말없이 잘 마셨던 나를 떠올리며, 어째서 엄마 앞에서는 한 번도 이래보지 못했을까. 엄마를 끄덕여주지 못했을까 생각하며, 작은 이유 때문에 더 큰 이유를 몰랐던 나 자신과 세상에 없던 휘핑크림의 맛을 떠올리며, 나는 자꾸 고개를 끄덕였다."
? '色'은 현재에 드러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空). '色'은 우리의 몸 어딘가에 기억으로 저장되고 잠재되어 있다가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데 다시 '있음'으로 나타난다.?그러므로 현재는 끊임없는 움직임이며, 삶은 역동적이다. '미와'가 "길을 걸으며 두고두고 나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라고 생각"한 것처럼, 각자의 길을 걷는 우리 자신에게도 질문을 던지며 벚꽃잎이 휘날리는 4월, 첫 토론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