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좌명 : 강서도서관 인문독서토론 중급과정
○ 수업기간 : 2016년 11월 23일(수)~12월 21일(수)(12월 7일 제외) · 주 1회 · 4회
○ 수업일시 : 2016년 11월 14일(수) 오전 10시 ~12시
○ 수업장소 : 강서도서관 강의실
○ 강사 : 인문학공동체 에피쿠로스 이우·정현
최지월의 장편소설 <상실의 시간들>을 대상 도서로 해 <토론 리더의 리딩법 · 어떻게 읽고 무엇을 말할 것인가>란 주제로 인문 강의가 있었습니다. 대상 도서에서 저자가 말하는 메시지를 찾아내어야 하고, 찾아낸 메시지를 참석 대상(일반·청소년·어린이)에 따라 적절한 톤으로 논제를 구성해 제시하는 것이 토론 리더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작업입니다. 토론의 시작은 분명 리딩(reading)이지만 책이 말해주는 메시지를 찾아낸다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닙니다. 종종 우리는 저자가 말하는 메시지를 놓칩니다. 우리는 어떻게 읽고, 무엇을 말해야 하는 것일까요?
'죽음'을 소재로 하고 있는 최지월의 이 장편소설 <상실의 시간들>은 애도나 슬픔 등 감상적으로 리딩하기 쉽지만 '인간의 삶은 사회적으로 확정되고 규정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 메시지를 "물샐 틈 없이, 꼼꼼한 바느질 솜씨'(소설가 박범신의 심사평)로 감각의 평면을 구성해, "인간의 의식이 자신의 존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사회적 존재가 자신의 의식을 결정한다'한다는 현대 철학의 명제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가 최지월은 “찰나생 찰나멸. 그러니 할 수 없나? 고작해야 찰나 뿐이니 힘껏 살아가는 수밖에”라는 말로 이 소설을 마무리하면서 이 소설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상실의 기록'으로 귀결시키고, "바느질처럼 꼼꼼하게 삶의 본질을 파고 들었지만"(소설가 함창훈의 심사평) '삶이란 슬프다'는 근대의 고독한 주체 '코키토(cogito)'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현대철학에서 '인간의 삶이 사회적으로 규정된다'는 것은 '상실'과 '슬픔'이 아니라 오히려 '능동성'과 '역동성'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타자는 낯섦과 불편함을 가지고 오는 ‘그 무엇’임이 분명하지만 우리는 이 타자를 마주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타자의 철학). 이를 두고 베르그송(Henri-Louis Bergson, 1859년~ 1941년)은 '삶의 약동(elan vital)'이라 명명했으며, 레비나스(Emmanuel L?vinas, 1889년~1976년)는 "타자와의 관계"야 말로 '나의 미래'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윤리학(ethics)을 완성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소설을 어떻게 말해야 하는 것일까요? 삶의 의미와 가치를 타자(사회)에서 찾아낸 이 소설이 '상실'과 '슬픔'이라는 근대적인 주체의 사유로 돌아가고 말았지만, 분명 이 소설은 현대인의 삶을 현실적이고 냉정하게 그려냄으로써 삶의 가치와 의미를 재고할 수 있게 하는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의 결말에서처럼 우리의 논의가 상실과 슬픔에 닿고 만다면 오히려 읽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이렇게 물어야 합니다. 우리의 삶이 사회적으로 규정되고 확정된다면, 우리 삶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의 삶이 사회적으로 규정되고 확정되는 것이라면, 어떤 사회에서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