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재해처럼 무더운 8월의 한가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르미 성인독서회의 공부는 계속됐다. 이번 토론 도서는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오증자 (옮긴이) | 민음사 | 2000년 | 원제 ?En attendant Godot (1952년). ?먼저 ?연극으로 ?상영된 ?<고도를 ?기다리며>를 ?동영상으로 ?본 후에, 토론을 ?시작했다.?1906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난 베케트는 1920년대 ?후반 ?파리 고등 사범학교 ?영어 ?강사로 ?일하며 ?파리에서 ?살아간다.??그 후,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레지스탕스로 ?활약하며 ?프랑스에서 ?전쟁을 ?치르고, 1946년 ?봄 ?프랑스어로 ?글을 ?쓰기 ?시작한 후 ?1989년 ?숨을 ?거둘 ?때까지 수십 ?편의 ?시, ?소설, ?희곡, ?비평을 ?프랑스어와 ?영어로 ?번갈아가며 ?쓰는 ?동시에 ?자신의 ?작품 ?대부분을 ?스스로 ?번역해낸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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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도를 기다리며>는 20세기 후반 서구 연극사의 방향을 돌려놓은 부조리극의 대표작이다. 연극으로 또는 희곡대본으로 읽은 소감을 물었다. “뭐지?”, “왜 결말이 없지?”, “허무하다”, “고도는 누구일까?”, “과연 고도는 오기는 오는 걸까?”, “계속 고도를 기다려야 할까?” 어쩌면 1953년 파리의 바빌론 소극장에서 초연된 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연극으로 재상영되는 이유는 끊임없이 질문을 하게 만드는 <고도>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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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6년에 태어나 1,2차 세계대전을 겪은 사무엘 베케트는 당시 세계사의 흐름을 황량한 무대와 인물들에 투영한다. 1막에서 2막까지 무대의 변화라고는 메마른 나무에서 잎사귀가 돋아난 나무가 전부이다. 변화가 없기는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변하지 않는 무대 위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주인과 노예의 위치가 바뀔 뿐인 포조와 럭키, 고도가 온다는 소식을 전하는 종잡을 수 없는 소년이 전부이다. 그야말로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부조리(不條理)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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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조리문학(不條理文學, Literature of the absurd)은 실존주의적인 사유를 담고 있는 문학적 경향이다. 실존주의(實存主義, Existentialisme)의 기반은 ‘세계가 부조리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인간 존재의 무의미함, 인간 사이의 의사 소통의 불가능함, 인간 의지의 전적인 무력함, 인간의 근본적인 야수성, 물질성, 비생명성, 요컨대 인간의 부조리를 아이러니컬하게 나타내는 문학을 말한다. 특히 부조리극은 내용만이 아니라 극 구성 자체가 부조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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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고도’가 누구인지, 무엇인지, 올 것인지, 기다릴 것인지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다. 여전히 정답은 없다. 2016년 8월,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마주하면서, 질문을 던져 본다. ‘세계는 여전히 부조리한가?’, ‘세계 또는 외부의 탓만을 하고 있을 것인가?’, ‘베케트의 인물들처럼, 계속 무대 위에서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고만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 ‘무대 밖으로 나가 고도를 찾아 나설 수는 없을까?’.?‘텍스트의 의미는 텍스트 바깥에 있다.’ 1953년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현재로 다시 당겨와,?이제 고도를 찾아 나서야 할 때가 아닐까? 무대 밖으로 나온 고고와 디디가 새로운 세계와 타자들과 마주치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갈 때 ‘유쾌한 허무주의자’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