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좌명 : 장안어린이도서관 인문독서토론 리좀과정
○ 기간 : 2016년 6월 7일(화)~ 7월 12일(화) 주1회 · 회당 2시간 · 6주 과정
○ 시간 : 매주 화요일 10시 30분~ 12시 30분(2시간)
○ 장소 : 장안어린이 도서관 3층 강의실
○ 대상 : 장안어린이도서관 독서회 회원
○ 강사 : 인문학공동체 에피쿠로스 (www.epicurus.kr) 정현 · 이우 · 강희나 · 오진화
○ 신청·문의 : 장안어린이도서관(www.l4d.or.kr · 대표 전화 : 02-2249-1959)
장안어린이도서관 인문독서토론 리좀과정 네번째 시간, 박완서의 동화 『7년 동안의 잠』(어린이작가정신 · 2015년)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동화는, 아이들을 '인형' 취급하면서 '동심천사주의'로 흐르거나 어른 중심의 '교술기능(교훈주의)'만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동화를 "어린이를 어른의 완롱물(玩弄物, 장난감)이자 수동적 존재로 바라보는 식민화(植民化)의 관점"인 교술기능(교훈주의)으로만 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동화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동화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아동문학 평론가 이오덕에 따르면, 그동안 우리나라의 아동문학은 아이들을 생명으로 보지 않고 어른 중심으로 도구화하면서 아이들을 '예쁜 인형으로만 보는 동심천사주의'로 일관되어 있거나, 어른 중심의 교훈주의에 물들어 있었습니다. "어린이는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존재이며, 역사의 진공지대가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에 발을 딛고 사는 사회적 존재"입니다. "어린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라 ‘작은 인간’으로서 인생의 한 시기를 살고 있"습니다. 아동문학은 어린이를 도구화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가 주인이어야 합니다. 인간이 "자기와 세계 사이의 관계 맺기"를 하듯 어린이 또한 세계와 관계 맺는 존재입니다. 그렇다면, 아동문학 또한 "감각의 평면을 건설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세계를 구현 또는 복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동화 『7년 동안의 잠』은 어떨까요? 『7년 동안의 잠』은 7년여 동안 잠들어 있던 매미 애벌레를 발견한 개미들의 이야기를 그린 우리 시대 대표 작가 박완서의 그림동화입니다. 출판사 책 소개에서처럼 이 작품은 1970년 전쟁과 분단, 사회 구조 등 암담한 시대현실 속에서 삶의 진정한 가치에 가 닿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가의 데뷔작 『나목』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애벌레에서 탈피해 어른 매미가 되기까지 매미가 감수하는 끈기와 인내의 결실에 관해서뿐만 아니라 매미 애벌레를 둘러싸고 벌이는 개미들의 갈등과 고민을 통해 물질문명이 지배하는 냉혹한 오늘, 삶에 지친 우리들이 진정 추구해야 할 목적과 올바른 가치에 관해서까지 담백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박완서는 '삶에 지친 우리들이 진정 추구해야 할 목적과 올바른 가치'로 '생명'을 제시합니다. 죽어가는 매미 애벌레를 살리기 위해 목숨과도 같은 먹이를 포기하고 매미를 도와주기로 마음 먹는 개미 이야기....
이 동화 또한 우리가 그토록 걱정하고 있는 교술과 교훈을 주려는 동화가 아닐까요? 박완서의 이 동화는 "감각의 평면을 건설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세계를 구현 또는 복원"하고 있는 것일까요? 굶어야 하는 개미는 애벌레의 생활(生活)을 기뻐하고만 있을 수 있을까요? 우리 아이들에게는 '암담한 시대현실', 사람을 지치게 하는 '냉혹한 현실'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없는 것일까요? 박완서의 이 동화 『7년 동안의 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의 고민이 깊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