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사명 : 2016년 은평시민대학 · 꽃보다어른학교 · 인문여행교실
○ 모인 장소 : 은평역사한옥박물관(www. museum.ep.go.kr) 정문
○ 모인 시간 : 2016년 6월 9일(목요일) 오후 3시
○ 사진 촬영 테마 : '나는 누구인가'
○ 헤어진 시간 : 2016년 6월 9일(목요일) 오후 6시
○ 헤어진 장소 : 은평역사한옥박물관(www. museum.ep.go.kr)
2016년 은평시민대학 · 꽃보다어른학교 · 인문여행교실 세번째 인문학 탐방, 은평역사한옥박물관 · 기획특별전 「한국문학 속의 은평展」을 둘러보았습니다. 탐방의 주제는 '나는 누구인가'. 인간은 탄생에서 죽음의 순간까지 사회에 의해 규정되어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태어나고(birth) 생존하고(survival) 재생산하고(reproduce) 죽어가는(death)는 우리는 사회의 규정과 이러저러한 배치물들이 만들어내는 사회의 기표(記標, signifiant)가 기입된 존재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게오르그 짐멜의 말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물리적 공간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주체(subject)를 생산합니다. 우리나라의 근대는 '휴머니즘'과 '자유'로 요약되는 근대 정신이 아니라, 하나의 '기차', '하나의 '건물' 등 근대적 시·공간이 근대인을 만들어냅니다. '한옥'은 '열린 공간'을 만들고, 아파트는 '닫힌 공간'을 만들면서 인간을 길들입니다. 역사는 이런 우리의 삶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공간은 단순히 우리가 살아가는 물리적 배경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공간에는 인간을 길들여서 그에 맞는 인간형을 만들어내는 힘이 있습니다. 고산지대에 사는 인간, 태평양의 이름 모를 섬에 사는 인간, 사막의 오아시스 근처에 사는 인간, 대도시에 사는 인간, 오지에 사는 인간. 분명히 인종은 동일한 인간이지만, 이들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들의 내면에는 자신이 사는 공간의 흔적들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간의 지배력은 거대한 자연적 공간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공간을 분할하여 만든 건축물과 같은 인위적 공간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에를 들어 천주교 성당을 한번 생각해 봅시다. 내부를 장식한 스테인드글라스, 중세풍의 인테리어 장식, 적절한 공간에 배치된 성스러운 촛불들. 성당에 들어가자마자 누구나 성당이란 공간이 내뿜는 강렬한 힘을 느낍니다. 이런 공간에 적응해가며 천주교적 인간, 일종의 종교적 인간이 탄생하게 됩니다."
- 게오르그 짐멜, <대도시와 정신적 삶(The Metropolis and Mentai life)>, 1903년
"우리는 모든 곳에서, 모든 방향으로 절편화된다. 인간은 절편적 동물이다. 절편성은 우리를 구성하는 모든 지층들에 속해 있다. 거주하기, 왕래하기, 노동하기, 놀이하기 등 체험은 공간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절편화된다. 집은 방의 용도에 따라 절편화된다. 거리는 마을의 질서에 따라 절편화된다. 공장은 노동과 작업의 본성에 따라 절편화된다. 우리는 사회 계급,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 등 거대한 이원적 대립에 따라 이항적으로 절편화된다. 우리는 나의 일, 내 동네의 일, 도시의 일, 세계의 일……. (중략) 그런데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삶인데 (중략) 욕망은 왜 스스로 억압되기를 바라는가, 욕망은 어떻게 자신의 억압을 바랄 수 있는가? 이처럼 포괄적인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것은 미시 파시즘밖에는 없다. 확실히 군중들은 그저 수동적으로 권력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또한 군중들은 이데올로기적 속임수에 기만당하는 것도 아니다. 욕망이란 필연적으로 여러 분자적 층위를 지나가는 복합적인 배치물과 절대 분리될 수 없으며, 이미 자세, 태도, 지각, 예감, 기호계 등을 형성하고 있는 미시-구성체들과도 분리될 수 없다. 욕망은 결코 미분화된 충동적 에너지가 아니라 정교한 몽타주에서, 고도의 상호작용을 수반한 엔지니어링에서 결과되는 것이다."
-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 『천 개의 고원』 <9. 1933년-미시정치와 절편성> 중에서
흔히 우리는 인간을 감정적이고 수동적이기보다 지적이고 능동적인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짐멜에 따르면 인간의 지성이란 대도시처럼 수많은 자극이 넘쳐나는 공간에 살기 때문에 수동적으로 발생하는 산물에 불과합니다. <대도시와 정신적 삶>이란 짐멜의 논문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내면세계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특정한 공간에 따라 구성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학은, 시공간이 산출하는 사회적 의식이 어떻게 인간의 내면에 기입되는지, 그래서 행복했는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행복했을까요? 현재 우리는 행복한가요? 앞으로 우리는 헹복해질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이렇게 물어야 합니다. "어떤 사회에서 우리는 행복할 수 있는가, 어떤 사회에서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