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독서동아리대상 독서교육 지원 고전독서 강좌 <도덕경(道德經)> 세번째 시간, 노자(老子, Laotzu)의 <도덕경> 하편 <덕경(德經)>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道可道也 非常道也(도를 도라고 하면 이미 도가 아니다)'로 시작하는 첫 문구는 노자의 도가(道家) 철학을 선언하는 대단히 중요한 대목입니다. 노자의 '도'는 고정되고 불변하는 내적인 본성이나 주체(Subject) · 본질(res)이란 없으며 고정되거나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늘 운동하고 마주치고 부딪치는 것, 인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식되지 않는 '물(物) 그 자체'이며 루크레티우스의 '익살광대'(Arleuin, 충만과 공백으로 이루어진 울긋불긋한 옷차림의 아를르캥)이며, 들뢰즈의 개념을 빌려오면 '전-기표적' 층위입니다. '도'는 형상도, 소리도, 실체도 없지만 세상의 만물을 낳으니 스피노자의 말을 빌려오면 '능산적 자연(natura naturans)'입니다.(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 도는 하나를 낳고 하나는 둘을 낳고 둘은 셋을 낳고 셋은 만물을 낳는다. <노자> 제42장)
그러나 우리는 공간의 물체나 형태를 지각하고 확인하지 못한다면, 즉 표상(表象, representation)하지 못하거나 기표(signifiant)하지 못한다면 세계를 인식할 수 없으며, 세계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살아갈 수 없습니다. 형상도 소리도 실체도 없으며 늘 운동하면서 규정할 수 없지만 만물을 생성하는 '도'의 개념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기표되지 않으면서도 세계를 생성하는 것이 '도'라면 생성된 세계 속에서 대상을 기표하고 표상하는 행위 규범을 '덕(德)'이라 이름합니다. '도'가 인식되지 않는 '내용 형식'이라면 '덕'은 '표현 형식', '도'가 전-기표적 층위를 이름하는 것이라면 '덕'은 기표적 층위, '도'가 무엇라고 규정할 수 없으면서 다양성을 내표하는 개별자의 세계라면 '덕'은 규정될 수밖에 없는 동일자의 세계.... 그러나 노자의 '덕'은 외부에서 자신에게로 내려지는 '도덕(Morality)'이라는 행위규범이 아니라 자신과 세계에 대한 실천 명령을 스스로 생성하는 '윤리(Ethics)'라는 행위규범입니다. 니체의 말을 빌려오면, 짐을 지고 사막을 건너는 낙타가 가지는 행위 규범(노예의 도덕)이 아니라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 노는 아이의 행위 규범(주인의 도덕). 외부로부터 내려지는 도덕 명령을 따르지 마시고 스스로 삶의 규칙(코드, code)을 생성하시길....
"노자의 철학을 특징 짓는 것은 자연에의 인식과, 물질을 생명과 감각을 갖춘 것으로써 파악하는 견해이다. 후자의 견해는 '도'와 '덕'의 관념에 나타나고 있다. 유가(儒家)는 '도'를 오로지 인간의 행위규범의 의미로 사용했으나 노자에게 있어서는 만물의 근원을 의미하고 동시에 그것은 행위규범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했다. 같은 것은 '덕'에도 적용된다. '덕'이란 본래 곧바른 마음을 타타내는 말이나 유가는 이것에 인격적 품성의 의미를 부여했다. 노자에 있어서의 그것은 물질적 개념이며 동시에 윤리상의 개념이기도 했다."
- <노자설(老子設)>(채지충·두성·1988년) p.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