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좌명 : 구로구립 하늘도서관 인문독서토론 리좀과정
○ 수업기간 : 2016년 7월 18일(월)~11월 21일(월) · 회당 2시간 · 10회차 과정
○ 수업 일시 : 월요일 오전 10시~12시
○ 수업 장소 : 구로구립 하늘도서관 2층 문화강좌실
○ 강사 : 인문학공동체 에피쿠로스 정현 · 이우
○ 주관 ·주최 : 구로구립 하늘도서관
구로구립 하늘도서관 인문독서토론 리좀과정 세번째 시간, 낡은 벽화를 따라 오래된 골목길을 걸었습니다. 구로구립 하늘도서관, 이름처럼 하늘과 가깝습니다. 토론 리더의 리딩(Reading)법 · 『정범기 추락사건』 인문적 해석. 방황하는 청춘들의 다섯 가지 성장통을 담은 정은숙의 청소년소설집 『정범기 추락 사건』은 '존재(存在, Sein)’가 아니라 ‘존재자(存在者, das Seiende)’, '보편자’가 아니라 ‘개별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정은숙 작가는 내용은 물론 형식마저 ‘동일자(보편자)’가 아니라 ‘개별자', '존재’가 아니라 ‘존재자’로 향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의식이 자신의 존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사회적 존재가 자신의 의식을 결정한다'는 칼 맑스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저마다 고유하게 존재하는 개별자로 태어나지만 사회적 규정에 포획되면서 동일자, 혹은 보편자로 살아갑니다. 이 안에서 행복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간이 사회적으로 규정된다면 우리는 어떤 존재 의미를 획득해야 하는 것일까요? 정은숙 작가의 이 소설은 이런 존재·인식론적인 아포리아(난제, aporia)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차이’를 구현해 ‘세계’를 복원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울긋불긋하게 그려진 이 벽화처럼.
“자신의 부분들, 장소들, 지역들, 종들 속에 자기가 채워 넣은 다채로움을 통해 드러나지 않는 세계란 없다.(...)어미 소와 그 송아지가 다르듯 다른 개체와 동일한 개체는 없다.(...) 각종 동물들이 자기들에게 알맞은 영양소를 섭취하듯 결코 동질의 부분들로 구성된 신체는 없다.(...) 자연은 다양한 것의 원리로서, 다양한 것의 생산 원리로서 사유되어야 한다. 한꺼번에 자연의 모든 요소를 포용할 수 있는 결합이란 없으며, 유일한 세계 또는 전체적인 우주란 없다. 자연은 모으지 않고 분배한다. 따라서 자연은 '이다(est)'가 아니라 '그리고(et)' 속에서 표현된다 자연은 충만과 공백으로 이루어진 아를르캥(Arleuin, 울긋불긋한 옷차림의 익살광대)와 같다. 왜냐하면 자연은 자신들끼리 서로 제한을 가하면서 서로를 무한성으로 정립하는 충만과 공백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루크레티우스 · 아카넷 · 2012년 · 원제 : De Rerum Natura)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