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좌명 : 2013년 통찰력을 갖춘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인문고전 만남 <상처 받지 않을 권리>
○ 장소 : 경북도립대 창업보육센터 3층 세미나실
○ 시간 : 2013년 4월 15일(월) 오후 7시~9시 (4주차 )
○ 내용 : 제4강 영화 <붉은 수수밭>의 인문적 해석①
▲ 오프닝. 전 강의 에피소드(Episode)를 이야기하고 네번째 강의를 열었습니다. 에피소드(Episode). 소설 속의 독립된 한 편, 두 합창 사이에 끼여 있는 대화, 음악에서는 간주곡, 우리는 계획되지는 않았지만 연속되지 않는 하나의 삽화적인 사건(Event)을 만나기도 합니다. 어쩌면, 연속되지 않은 하나의 사건이 연속되는 것, 그것을 두고 삶이라고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 애드립 스피치. 문득 뽑아져 나온 '밤', '바람'이라는 언표들. 그 짧은 시간 안에 생각을 정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면접관은 느닷없이 질문를 던지고, 길을 가다가 느닷없이 언표들을 만납니다. 그 언표에 자신의 이야기를 더하고 의미를 잡아내는 시간입니다.
▲ 201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중국작가 모옌(莫言)의 소설 <홍까오량 가족>을 원작으로 한 영화 <붉은 수수밭(?高梁, Red Sorghum)>을 봤습니다. 1989년 9월 9일 개봉되고 그해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한 영화…. 영화는 18세의‘추알(공리 분)이 나귀 한 마리와 팔려 50이 넘도록 독신으로 있는 양조장 주인인 ‘리서방’에게 시집가면서 시작합니다. 흔들거리는 가마 문틈으로 보이는 ‘추알’의 가죽신에 가마를 맨 '유이찬아오'. 이 두 사람은 추알이 신행길에 올라 친정으로 가던 날, 붉은 수수밭에서 뜨겁게 맺어집니다.
남편이 살해되는 바람에 과부가 된 ‘추알’이 혼자 힘으로 양조장을 재건합니다. 친정에 가는 날 수수밭에서 그녀를 범한 ‘유이찬아오’는 그녀와 동침한 사실을 사람들에게 떠벌려 그녀를 괴롭히고 새로 빚은 고량주에 오줌을 누는 등 말썽을 피웁니다. 그 덕분일까. '추알'과 '유이찬아오'가 맺어지고 평화로운 나날을 보냅니다. 그로부터 9년 후 마을의 평화는 들이닥친 일본군에 의해 깨지고 맙니다. 수수밭은 군영도로를 만들기 위해 베어지고 항일 게릴라로 활동하던'라호안'은 산 채로 잡혀 가죽이 벗겨지는 형벌을 받습니다. 분노한 마을 사람들은 고량주에 불을 붙여 기관포를 앞세운 일본군과 싸웁니다.
▲ 영화평. 텍스트의 의미는 텍스트 안에 있지 않습니다. 영상과 소리, 그리고 이미지의 조합인 영화도 영상과 소리, 그리고 이미지 안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책을 읽을 때 텍스트 안에서 의미를 찾고자 한다면, 이미지나 소리 안에서 영화의 의미를 찾는다면, 현재를 과거 속으로 밀어넣는 일이 될 뿐입니다. 책이나 영화 속에 기표된 의미를 현재에 다시 당겨오고(retentions), 앞으로의 미래를 미리 당겨 놓아야 비로소 책과 영화는 의미를 갖습니다. 현재는 과거의 '다시당김(retentions)'인 동시에 미래의 '미리당김(protentions)'입니다. <당나귀> 한 마리에 팔려 갔던 <추알>. 우리는 <당나귀>를 갖기 위하여 자신을 팔고 있지는 않을까요…. 영화를 과거 속에 두지 말고 현재로 당겨와 연결하고 미래와 접속시키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