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상 :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인문학기행팀(신촌·분당) + 게스트
○ 모인 장소 : 전철 3호선 안국역 3번 출구
○ 모인 시간 : 2013년 3월 9일(토요일) 오후 2시
○ 헤어진 장소 : 전철 6호선 광화문역
○ 헤어진 시간 : 2013년 3월 9일(토요일) 오후 7시
○ 사진 촬영 테마 : 공간
▲ 열네번째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 북촌 한옥마을을 걸었습니다. 경복궁과 창덕궁, 종묘 사이에 위치한 곳으로 전통한옥이 밀집되어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 주거지역, 북촌. 그러나 이 공간도 자본이라는 공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습니다. 관광 명소가 되면서 주거 공간이 상업 공간으로 바뀌고, 거주 공간으로 삼고 있던 사람들은 집을 내놓고 떠나고 있습니다. '공간'이라는 주제로 전통적인 공간, 근대의 공간을 돌며 자본 공간의 지배력을 확인했습니다.
▲공간은 단순히 우리가 살아가는 물리적 배경이 아닙니다. 오히려 공간에는 인간을 길들여서 그에 맞는 인간형을 만들어내는 힘이 있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게오르그 짐멜은 <대도시와 정신적 삶(The Metropolis and Mentai life, 1903)>이라는 책을 통해 밝혀냅니다. 고산지대에 사는 인간, 태평양의 이름 모를 섬에 사는 인간, 사막의 오아시스 근처에 사는 인간, 대도시에 사는 인간, 오지에 사는 인간. 분명히 인종은 동일한 인간이지만, 이들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분명한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의 내면에는 자신이 사는 공간의 흔적들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간의 지배력은 거대한 자연적 공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공간을 분할하여 만든 건축물과 같은 인위적 공간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학교라는 공간에 들어가면 학생이되고, 호프집에 앉으면 술꾼이 됩니다. 공간이 지닌 지배력입니다.
▲ 우리는 흔히 인간을 감정적이고 수동적이기보다 지적이고 능동적인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짐멜은 이런 통념을 비판합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지성이란 공간의 지배력을 받으며 수동적으로 발생하는 산물에 불과합니다. <대도시와 정신적 삶>이란 짐멜의 논문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내면세계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특정한 공간에 따라 구성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간이란 그저 관조하거나 지배되는 수동적인 대상--건설과 토목 등으로 바뀌기만 하는 수동적인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을 만드는 능동적인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