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인 장소 : 대학로 마로니에공원(4호선 혜화역 2번 출구)
○ 모인 시간 : 2012년 11월 24일(토요일) 오후 3시
○ 모인 사람 :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인문학기행팀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
○ 헤어진 시간 : 2012년 11월 24일(토요일) 오후 8시
○ 헤어진 장소 : 대학로 학림다방
○ 사진 촬영 테마 : 文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 열번째 기행, 낙산 성곽과 벽화마을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인문학기행의 주제는 '문(文)'. 글자가 의미하듯 '문(文)'이란, 사람이 만든 오래된 흔적입니다. 이 흔적은 좁게 문자(文字)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넓게 본다면, 사람이 손길이 닿아 만들어진 조형물, 이미지, 소리 등을 포괄하고 나아가 오래되어 고착된 생각이나 관습 등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번 낙산 기행은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시작해 낙산 벽화마을, 낙산공원 전시관, 낙산성곽 일대를 걷는 2.1km 구간으로 오래전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의 '문'이 남아 있습니다. 성곽과 산기슭에 자리 잡은 오래된 집들, 그리고 집과 대로를 이어주는 올말졸망한 골목, 여기에 공공예술의 일환으로 진행된 낙산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벽화들과 조형물. 아주 쉽게 문(文)을 만나볼 수 있는 구간입니다.
문(文)에 화(化)를 더하면 '문화(文化)'가 됩니다. 글자 그대로 직역하자면, '흔적을 남긴 것'입니다. 사람이 살면서 남긴 흔적들, 그리고 흔적을 남기는 것을 문화라고 합니다. 기행팀은 '문'을 주제로 사진을 찍어 흔적을 남깁니다. 오래전부터 이 지역은 도시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곳.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 이 흔적은 과거 속 한 장의 사진으로 남을 겁니다. 기행팀은 골목과 골목을 돌며 사라질 '문(文)'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래 펼쳐진 서울 시가지는 스모그에 싸여 흐릿합니다. 누군가 산동네 작은 카페에 앉아 회상에 잠겼다는 풍문도 들었습니다.
골목골목을 돌다보니 2.1Km가 아니라 그 배 이상 걸어다닌 셈입니다. 해가 지고 일행이 학림다방에 앉았습니다. 들어가는 입구, '한 때 저항로였던 대학로가 이제 최첨단 소비문화의 바다'되고 학림다방은 '그 바다 위에 떠있는 고립된 섬'이라는 황동일의 글을 읽습니다. 방명록에는 '달빛 밝은 밤이면 수만 리가 한 마을'이라는 황석영 작가의 글이 오롯합니다. 누군가 문(文)은 '인공의 의미보다 시간의 의미가 더 강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며 이야기는 시작되었지요. 그그럴까요? 시간이란, 물(物)의 변화를 규정해 놓은 인간의 개념입니다. 이 또한 인공이 아닐까요. 이야기는 깊어가고 날이 저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