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 격주 목요일 오전 10시 30분~12시 30분(2시간)
○ 장소 : 금천구립시흥도서관 4층 강의실
○ 대상 : 책을 좋아하는 누구나
○ 강사 : 인문학공동체 에피쿠로스(www.epicurus.kr) 정현
시흥도서관 푸르미독서회 6월 첫 번째 독서토론은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 소설 <변신>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카프카는 생전에 단지 몇 편의 단편을 발표’했고, <변신>은 ‘그의 작품 중 일부이고, 그의 대부분 작품은 미완성’으로 남아 있습니다.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회사 판매 사원이자 가족의 가장으로 성실하게 살아갑니다. 그런 그에게 뜻하지 않은 불행이 찾아옵니다. 어느 날 아침 그가 거대한 벌레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이로 인해 ‘그레고르’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그레고르’가 어느 날 아침 거대한 벌레로 변해버리자 가족들은 그를 숨기기에 바쁩니다.
만약 여러분의 자제나 동생이 어느 날 갑자기 ‘벌레’로 변한다면, 혹은 벌레로 변한 누군가를 보게 되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라는 질문에 우리는 난감함에 처합니다. ‘벌레’로 함께 살아가기에도 불가능하고, 밖으로 내보내도 살아갈 수 없으리라는 생각에 막막해집니다.
“가정부는 증거로 그레고르의 시체를 빗자루로 옆으로 좀 더 멀리 밀어붙였다. ... 이제 우리는 신에게 감사할 수 있겠다." 그가 성호를 그었고 세 여자가 그를 따라 그렇게 했다.”라는 결말 부분에 이르러 허무함이 느껴진다는 토론자의 의견도 있었습니다.
<변신>은 ‘실존주의(實存主義)’를 기반으로 씌여진 소설입니다. ‘실존주의’의 기반은 ‘세계가 부조리(不條理)하다’는 인식입니다. 그래서 실존주의적인 사유를 담고 있는 문학적 경향을 <부조리문학>이라고 하고, 인간은 본질적으로, 근원적으로 부조리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원래 인간이 부조리하다면, 인간이 모인 사회, 혹은 세계는 부조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이 서로 의사 전달을 할 수 없고, 죽음은 불가피하며, 고독의 인식은 인간의 뇌리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해결책 또한 없다는 부조리의 인식 위에서 성립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 1차,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유럽에 허무감과 좌절감이 팽배했던 때, 허망과 절망을 철학적, 문학적 고찰의 출발점으로 삼아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절망감을 지성으로 극복하고 논리화하는 과정에서 실존주의 철학이 생겨납니다.’ 개인의 자유, 책임, 주관성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외부 세계를 불가능성으로 인식함으로써 ‘해결책 또한 없다는’ 회의에 빠지기도 합니다.
<변신>을 읽고, 토론하면서 어쩌면 삶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벌레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빠지기도 하고, 벌레가 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들여다 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집 안에서도, 밖에서도 살 수 없는 존재로서의 이 해결책 없음의 상태를 어찌해야 할까요?
어쩌면 현상이 아니라 해석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세계를 인식할 때 ‘규칙과 진리가 존재하는 질서 정연한 세계인 코스모스(Cosmos)로 인식’하느냐, 혹은 ‘불규칙적이고 무작위한 혼란스러운 세계인 카오스’로 인식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실천은 달라집니다. ‘세계는 코스모스가 아니라 카오스’이며, ‘카오스’인 것을 긍정하며 닿은 ‘카오스모스(Chaosmos)’라는 인식입니다.
이 인식은 ‘차이를 생성하라’는 실천론에 닿습니다. 세계를 부조리하다고 인식하고 외부 세계의 불가능성으로 허무함에 닿을 것인지, ‘카오스모스(Chaosmos)’로 인식할 것인지는 저마다 선택의 몫이겠지요~^
- 질 들뢰즈와 팰릭스 가타리 <천 개의 고원>(p.593~5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