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좌명 : 리좀 독서토론 리더과정
○ 기간 : 2015년 10월 20일(화)~11월 24일(화) · 주1회 · 6회차
○ 일시 :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12시
○ 장소 : 시흥시립대야도서관
○ 강사 : 인문학공동체 에피쿠로스 정현 · 강희나
↓ 제5강 : 토론리더의 글쓰기와 말하기(2015년 11월 17일)
시흥시립대야도서관 「리좀 독서토론 리더과정」다섯번째 시간, <토론리더의 글쓰기와 말하기> 강좌가 있었습니다. 글이 자기 자신을 뛰어 넘을 수 없듯이, 말 또한 자기 자신을 뛰어 넘을 수 없습니다. 말을 많이 하기는 쉽지만, 말을 잘 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말하기는 듣는 사람, 곧 청자와 동일한 상황과 맥락을 공유하고 같은 공간에서 접촉하면서 작동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듣고 말하는 것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비언어적인 수단을 보조적으로 활용합니다. 눈빛, 얼굴 표정, 말의 어조, 속도, 크기, 몸짓 등 메타메시지(초메시지, meta-message)에 의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읽어냅니다. 이러한 외적인 요소에 의해 말하는 이의 태도, 입장, 정서를 짐작하고 이해하며 이와는 반대로 말하는 이의 태도와 입장에 따라 대화의 내용을 바꿀 때도 있고, 말의 속도와 난이도를 조정하기도 합니다. 글과 말로 의사소통을 할 때, 텍스트와 말 이외의 요소들이 표현과 이해에 깊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텍스트의 의미는 텍스트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 밖(외부, 즉 사회나 주체가 구성하는 의식, 실천 등)에 있습니다. 비트겐슈타인에 따르면 언어의 의미는 환경·문맥·상황·사용과 실천에 따라 달라지고, 라캉에 따르면 ‘기표는 기의에 닿지 못한 채 그 위로 미끄러’져 기표 자체로는 의미에 닿지 못한다. 들뢰즈와 가타리에 따르면, ‘책을 통해 읽게 되는 모든 텍스트는 책이 외부와 만나서 이루어지는 주름’입니다. 기호로 구성된 ‘책은 갖가지 형식을 부여받은 질료들과 매우 다양한 날짜와 속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토론 지형은 기표와 기의가 다르지 않다 여기고 텍스트 안에서 의미를 찾아 왔습니다. 이런 지형 안에서 책을 읽게 되면 책 속에 담긴 의미는 현재가 아니라 지난 과거일 뿐이며, 책에 담긴 의미와 지금의 나의 문제, 나아가 우리 사회의 문제는 별개로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지 못한다면 책 읽기는 과거의 문제이며 앞으로도 도래하지 않을 미래일 뿐인 것입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 속 텍스트의 의미를 지금 이 순간 현재 시간에 연결해 재해석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현재 나와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앞으로 도래할 내일로 접속하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