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명하의 첫 앨범 <사랑이 되어가는 황명하>
황명하의 음반을 선물 받았을 때부터 맘속으로 ‘아, 리뷰해야지..’ 그랬는데 너무 시간이 많이 흘렀다. 지난여름에는 ‘리뷰해서 보낼게...’ 하고는 이제야 약속을 지킨다. 황명하에게 떳떳할 것 같다. 앞으로... 다음에는 황명하와의 인터뷰를 하고 싶은데, 그녀가 허락하려나?
노래 1 : 나를 힘들게 하고 있는 건...
언뜻 예민의 어느 산골소년의 사랑이야기 같은 느낌이 드는 시작. 떠나지 못해 힘든 도시의 삶,.. 그래서 날 힘들게 하는 건 나라는 착상이 재밌다. 물론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아픔이지만... 황명하는 우리네 도시의 가을 단풍잎 사이로 불어가는 맑은 바람 같다. 왜 그럴까? 황명하는 삶의 풍요로움이나 영화로움을 위해 기꺼이 질머져야 하는 중력 혹은 십자가를, 짐들을 사양했기에 그럴 것이라 난 짐작한다. 왠지 황명하 그녀를 광화문 쯤 어딘가에서 문득 마주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노래다.
노래 2 : 나는 여기서 무엇인가?
들국화의 최성원이 일찍이 카페에서의 술과 만남과 담배연기와 취기를 멀리하고 제주도로 비상 탈출하여 만든 노래, 제주도를 연상케한다. 그러나 먼 곳으로 떠나기 이전에 황명하는 누군가의 사랑이 되라고, 여기서... 그리 되라 스스로 권유한다. 안정감 풍성한 기타와 베이스와 드럼의 두드림이 우리들의 꿈을 스치적 거린다. 이것은 황명하의 해변인 것이다. 그래서 특히나 평화로운...
노래3 : 있어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가을엔 기도하게 하소서라고 기도시를 썼다. 또한 릴케는 외로움은 누구나 알고있는 비밀이라고 선언했었다. 황명하의 <있어>는 그런 외로운 가슴으로 접근해 가는 노래다. 나의 영웅이라 외로운 존재를 추켜세운다. 어쩜 그것은 진정한 사실이리라. 외롭다는 것은 어느 시대에나 의로움과 통할 수도 있을테니까. 황명하의 목소리에는 우울함이 있다. 그것은 마치 서울시민의 자격 같기도 하다. 그것은 빗방울을 머금은 습한 바람이기도 하다. 그녀는 현란하지 않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 안에는 찬란한 꿈이 있을 것 같다. 나는 그녀의 그 찬란한 빛살을 발견키 위해 다음 노래에 또 귀 기울인다.
노래4 : 우린 매일
흘러내린 눈물에 예쁜 꽃이 필 때쯤 우린 다시 만날 수 있겠죠... 이 가사가 나오는 이 노래는 사랑의 끝까지, 적어도 그 언저리까지는 가 본 이들의 마음이리라.. '아따 그 놈의 사랑, 참으로 징혀부러 잉...' 이 노랠 들으면서 나가 문득 느낀 한줄기 “나으 느낌이랑게.. ㅎ”
닐 영이 일찍이 말했었다. 음악은 영원하다. 만남보다도... 그렇다. 육체를 지닌 연인들이 몸뚱이가 떨어져 헤어져가도, 그 사랑이 진솔했다면 분명 노래 한곡조 탄생했으리.. 그 노래에 담긴 사랑은 연인들이 무덤에 가더라도 혹여 그렇더라도 노래는 오롯이 영원하리라. 그치?~ !
노래5: 사랑하러 떠나요
홍대 앞에서 황명하를 몇 번 본 적 있다. 샐리의 기타 무대 위에서의 노래하는 모습도 보았고, 홍대의 거리를 그녀가 걸어가는 모습을 본 적도 있었다. 그 시절 우린 스페인의 어딘가를 찾아 떠나자는 얘길했다. 물론 지원자들을 모아 가능한 한 10여명쯤이 모여, 멋진 길을 참되게 걷고 싶었던 것이다. 허나 그 약속 못 지키고 말았다. 그래도 아직 유효하리라. 삶이 허락하면 우린 무엇이든 가능한 존재들이니까.
이 노랜 참 대담하다, 그래서 대단하다. 일도 돈도 모두 잊고 떠나자고 선동한다.. 사랑은 이처럼 강렬하고 강력하다. 그래서 존 레논이 오노 요코와 암스텔담 모 호텔 방에서 침대 위의 평화운동을 했었다. 그때 이런 말 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여, 일주일만 모두 모두 사랑하는 연인과 침대 위에서 지내시라.. 그러면 전쟁 완조니 끝장이여. 맞다. 그 말.. 그러기 위해서 침대 위에 누워 피자 주문해 먹을 돈을 존 레논이 좀 내 놓았더라면 더 좋았지 않나 싶고, 빌 게이츠가 그걸 이어 받을 순 없나? 그런 야멸맹랑찬 꿈을 제안한다.
노래6 : 세상의 비밀
조그만 꼬마 아이, 어른이 되었다가 하얗게 흰머리가 날 때쯤 세상의 비밀을 알 수 있겠지... 알긴 알게 된다. 그런데 이게 자꾸 잊어버리고 잃어버리는 걸. 그래서 노래가 필요하고, 황명하가 필요하다. 꼭~ . 잃어버린 사랑을, 비밀을, 기억을 되 찾게 해 주는 것이 포크 뮤직의 본질이고, 내가 알기론 황명하는 지금 이 시대 한국모던 포크의 순정어린 아름다움이다.
노래7 : 모든 게 그대네요
오래 전 연애에 미쳤을 때, 정말 모든 것이 그녀로 보였다. 심지어 부산이 고향인 그녀 때문에 부산 근처 경상도의 경자만 보여도 그녀가 생각났었다ㅎ. 황명하도 그리 노래한다. 구름, 노을, 별, 달빛... 모든 것들이 그대라고 고백한다. 그래서 사랑하는 이의 눈동자는 우주의 입구인 것이다. 누군가는 입술이라 주장하지만 그건 좀 야한 표현이다.
노래8: 모두 사랑하네
여덟 곡째다. 황명하의 노래가 인생도 사랑도 철학도 느껴왔던 7곡의 노래는 마치 7개의 역을 지난 것 같고, 마치 일곱달의 어떤 삶의 압축파일 같기도 하다. 아니 그보다 더 쎄다. 7년의 천번을 곱한 그런 인류의 역사가 여기 조용한 물결로 울려 퍼진다. 기타는 여유롭고, 베이스는 한산하다. 그래서 탁월하다. 드럼은 격정을 소매 속에 자꾸만 감추기도 하지만 일부러 빨간 내의를 슬그머니 노출시키기도 한다. 이 밴드는 수상쩍다. 어쩐지 훵키 하다. 나 정도는 돼야 알 수 있지만.. 지상은 나 정도는 되는 사람으로 가득하다. 이 노래 듣고 방금 깨닫다. 윤회를 믿지 않고, 이제는 사랑의 윤회를 믿기로 했다. 가사를 예의 주시하며 들어보면 그대도 금세 그리할 것이지 않나 싶다.
노래9 :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황명하의 이 노래는 마치 황명하의 현재 살고있는 창가의 노래 같다. 그곳에서 황명하는 비가와도 좋고, 새벽이 와도 좋은 그런 풍경 속에서 홀로 일어나 노래한다. 아주 아주 나직하게 너무 나직해서 그녀의 노래는 멀리 못가고 길 잃은 구름처럼 푸른 새벽거리에 내려와 앉는다. 그곳은 밤새 격정이 일던 홍대 앞 어딘가 일수도 있고, 어쩌면 아직 걸어가 보지 못한 황명하 혹은 우리들의 몇 년 후쯤의 행로의 한조각일 수도 있으리라. 더구나 김광석이 기타를 쳤다. 아무튼 이 노래는 눈물에 속한다.
노래10 : 나는 여기서 무엇인가
보너스 트랙이 숨어있었다. 노래 속의 나는 누구인가? 황명하인가? 아님 구자형이란 이름의 나인가? 모든 것이 뒤섞이는 나이가 있고, 모든 것이 뒤섞여버린 나도 있을 것이다. 우린 결국 한 잎의 이파리들... 어느 줄기에 매달릴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는.. 하지만 크게 혼자 이루고 싶어, 혹은 혼자 있고 싶어 황명하는 기타를 들고, 기타에 매달렸다. 그녀는 기타의 역사에 속해있고, 노래의 강물에 속해있고, 음악의 바다에 속해있다.
황명하의 그 진지한 여행을 축복하고 싶다. 감히.. 자, 이제 총평을 하자. 이 음반은 알 수 없다. 고귀하기에! 나처럼 천박한 어떤 것들이 이따금 뚫고 나오는 사람으로선 감사한 음악이다. 황명하와 노래를 쓴 염경철은 마치 죽은 도시에서 생명과 사랑과 평화와 자유를 찾아 다니는 영화 속의 주인공들 같다. 갑자기 서울이 따스해진다.
............................................
* 이 글을 쓴 구자형은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등의 방송작가이며 <난 널> 등을 노래한 싱어 송 라이터. 현재 MBC 창사 50주년 특집 드라마 < 빛과 그림자>의 음악 자문위원이며, 음악카페 <참새를 태운 잠수함>의 2대 함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