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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책축제 <BOOK소리 2011> 유감 - 기호의 난장

by 이우 posted Oct 06, 2011 Views 6983 Replies 4

  지난 10월 1일부터 10월 9일까지 파주출판도시는< BOOK소리>가 요란하거나,  요란했다고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출판도시 문화재단에서 후원하고 파주북소리조직위원회에서 주관한 책축제가 열렸고, 안내 책자에는 "파주북소리는 독자와 작가, 출판도시 260여개 입주사가 함께 만드는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지식문화축제", "책의 가치를 높이고 지식사회를 망라하는 책과 지식의 향연"이라고 자축하고 있었습니다. "축제 기간 동안 책을 주제로 한 다양한 전시, 강연, 공연이 펼쳐지고 출판도시 전체가 격정적인 지식의 토론장으로 탈바꿈한다"고 소리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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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내책자. <아시아 문자전>, <노벨문학상 110주년 특별전> 등의 대규모 특별전, 시낭송 축제 <시에 빠진 날>, <문학집배원 콘서트, 말놀이, 맥놀이>, <북마켓>, 여기에 '머리를 맞대고 과거, 현재, 미래를 논한다'는 <아시아편집대특강>, <아시아문자전특강> <파주북시티 국제출판포럼> 등 포럼 형식의 "BIG TALK>가 있었지만, 정작 "사람"은 없었던 "기호가치의 난장"이었다.

 

 

 

   9월 5일, 독서토론을 위해 달려간 현장은 삭막했습니다. <동네책방 토론 릴레이> 형식으로 경기도 소재 13개 도서관 독서토론 그룹이 이른바 <게릴라 독서토론>이 계획되어 초청되었지만, 그 누구도 이런 행사가 있는지 몰랐고, 지원해주기로 약속했던 해당 출판사 대부분도  독서토론이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독서토론, 그것도 게릴라 독서토론, 여기에다가 공개 독서토론을 위해 밤을 세워 논제를 만들고 준비를 했던 사람들은, 장소를 지원받기 위해 거의 '싸움'을 해야 했지요.  <지식난장>이라는 프로그램의 일환인 것 같은데, 그야말로 '난장'이었습니다. '지식'이 '난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프로그램만 만들어 성과만 보이겠다는 '기호가치'들만 무성한 "기호의 난장".... "기호"는 있는데 "사람"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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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릴라 독서토론> 안내문. 공식 안내 책자에도 없고, 그 어디에도 없었던 "실종"된 <게릴라 독서토론>. 그마나 다행인 것은 이런 상황을 봐주는 "사람"도 없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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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청을 받고도 눈치를 보며 진행되었던 <게릴라 독서토론>. 그러나, 즐겁게 해냈다(^^). 기호 가치만 "난장'했던  <BOOK소리 2011>, "사람"이 없었다. "사람 없다"라는  말이 단순히 수량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축제는, "사람"은 없고 "시스템"만 존재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축소해 놓은 것 같았다.

 

 

 

    축제는, 프로그램이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성과만 보이려는 '기호'가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것을 몰랐던 모양입니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손님이 오면 방해된다는 이윤추구의 현장에서 독서토론을 하기는 했습니다. '한 것'이 아니라, 약속한 것이라 '해냈습니다'. 다행인 것은 "축제를 즐기려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고, 독서토론을 "방청했던 사람도 없었다"(?)는 것이 다행입니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초청을 받고도 눈치를 보고 화를 삭히며 2시간여의 독서토론을 해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슬펐습니다.

 

 

 

 

 

 

  • profile
    정현 2011.10.07 09:03
    초대받고도 환영받지 못한 눈치토론현장을 위해 애써주신 <보리 출판사>의 현장 담당자들에게 이 모든 공을 돌려드립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고 했던가요? 이날, <보리 출판사>의 현장 담당자들은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을 팔고, 커피를 판다>에 매우 충실하더군요. 초대한 토론자들이 토론을 시작하는데도, 버젓이 구매 손님을 위한 음악을 켜놓고, 세번만의 요구끝에 꺼주면서 구매 손님이 오면 다시 음악을 켤 수도 있다는 전제를 잊지 않는 영업정신이 투철한 그 직원은 그동안 <보리 출판사>의 이념과 책을 사랑한 독자로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미리 행사 담당자들에게 보고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현장 상황에 맞는 융통성을 조금도 발휘할 수 없는 그 무능함에 또 한번 놀랐습니다. 10명의 토론자들이 몇 일을 준비하고, 하루를 온전히 할애한 그 귀한 시간이 그들에게는 영업을 방해하는 돈 안되는 손님으로 전락하는 그 현실이 슬플 따름입니다. 현장에서 운영의 묘를 전혀 살리지 못한 그들의 무능을 보리출판사 최고운영진에게 알려 출판사 직원에게 걸맞는 재교육을 요청할 예정입니다.
  • profile
    이우 2011.10.07 13:55

    ... 정현 님, 많이 화나셨네요.^^ 그러나, 이것은 개인의 무능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과 시대 정신의 문제가 아닐까요? 이 분들은 이런 구조 안에서 생각 없이 그저 열심히, 부지런히, 성실하게  살고 있다는 이유 뿐일 겁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처럼 ....

  • ?
    황색인 2011.11.03 17:01
    페북에 담아갑니다~~~ ㅋㅋㅋ
  • profile
    이우 2011.12.15 18:40

    감사합니다, 황색인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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