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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들뢰즈 죽음 20주기 서강대 강연, 들뢰즈, 들뢰즈

by 리강 posted Apr 29, 2015 Views 6758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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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서강대에서 서동욱 교수가 들뢰즈의 마지막 동영상에 관한 강연을 했다. 들뢰즈 죽음 20주기를 맞아 동영상 시디 3장(8시간)을 프랑스 문화원에서 출판하고, 그 기념으로 하는 강연이었다. 서동욱 교수는 유머러스하고 경쾌한 강의를 했다. 방청객으로 온 사람들은 진지한 사람도 있고, 예쁜 사람도 있었다. 들뢰즈의 목소리는 내가 상상한 대로였다. 약간 날카롭고 약간 부드러우며 약간 느리다가 빠른 목소리였다. 들뢰즈의 유년 시절에 관한 것에서 시작해서, 들뢰즈의 철학 개념들, 그리고 들뢰즈가 생각하는 늙음, 병듦, 죽음에 이르는 강연 내용이 이어졌다. 주름, 차이 등은 별반 감흥이 없었다. 

  주름의 양적 증가만으로도 전혀 다른 개체를 탄생시킬 수 있다. 이 세계는 주름의 유체 세계이다. 욕망은 배치의 문제이다. 배치 속에서 욕망한다. 항상 집합ensemble을 욕망한다. 프로이트에게 욕망을 분석당하지 말라. 플라톤과 같은 초월성이 욕망에는 없다. 욕망은 내재적immenance이다. 추상적인 인권을 주장해 봤자 소용없다. 그 대신 법정에서, 법률학에서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법도 배치의 문제이다. 어떤 배치 속에 있느냐에 따라서 유죄가 될 수도 있고 무죄가 될 수도 있다. 정치는 다수자가 설정한 기준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런데 그 기준이라는 것은 텅빈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남성, 성인, 이성애자, 도시인 순으로 우선하는 기준은 도대체 무슨 근거가 있나? 그래서 기준에 의해 정해진 자들의 정치-장 속으로 익명의 다수, 다양한 주름으로서의 다수, 소수자로서의 다수가 들어설 수 있게 해야 한다.

  이것들이 2장 들뢰즈의 철학에서 말한 바이다. 하지만 큰 감흥은 없었다. 감흥이 있는 대목은 마지막이었다. 늙음, 질병, 죽음에 대해 말한 들뢰즈의 마지막 말들. 늙는다는 것은 좀 더 순수한 존재로 살아가는 은총을 누리는 것이다. 질병은 우리로 하여금 삶의 한계 밖을 사유하게 해 준다. 죽음을 사유하게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질병 이전의 삶이 지닌 한계 밖을 사유할 수 있게 해 준다는 뜻이다. 그것은 마치 외국어로 자신의 작품을 쓰는 위대한 작가(프루스트)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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