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권력에 의한 언론 장악사, 영화 『공범자들』

by 이우 posted Aug 17, 2017 Views 1007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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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을 장악하는 권력의 작동 메카니즘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했다. <공범자들(Criminal Conspiracy)>(다큐멘터리 · 2017년 8월 17일 개봉 · 15세 이상 관람가 · 105분 · 감독 : 최승호).

  우리는 라디오와 텔레비전, 신문, 영화 등 각종 대중매체를 정보 전달 도구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캐나다의 미디어 이론가이자 문화비평가인 마샬 맥루한(Martial Mcluhan, 1911년~1980년)이 말한 것처럼 대중매체(Mass-media)는 ‘내용’을 전달하는 도구라기보다 ‘메시지’를 주입하는 기계이며, 프랑스의 현대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 1925년~1995년)의 말처럼, 대중매체들은 단순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명령’을 내린다. 대중매체가 던지는 메시지는 매체 사용자들을 무의식적인 도취나 마비 상태로 빠뜨린다. 그렇기에 정치 권력, 자본 권력, 종교 권력 등 이런저런 권력체들은 늘 언론 장악을 원해 왔다.

   나치 독일, 국가대중계몽선전장관이었던 요제프 괴벨스(Joseph Goebbels, 1897년~1945년)는 ‘대중을 지배하면 권력을 장악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우리는 선전 활동을 통해 대중들이 우리의 사상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게 해야 합니다.” 대중을 지배하기 위하여 괴벨스는 독일의 전 가정에 라디오를 보급하고 수천만 명에게 히틀러의 일거수일투족을 중계했다. 

  “우리 독일인은 그 옛날 세계를 지배했던 위대한 아리안족의 후예이며, 언제나 역사의 승리자로 군림했다. 그런 우리가 전쟁에 패한 것은 우리를 두려워한 비열한 유대인들의 모략 때문이다. 유대인이 지배하는 영국과 프랑스,미국과 소련을 타도하고 독일과 유럽은 물론 전 세계를 우리가 선도해야만 인류의 빛나는 미래가 시작된다. 단 한 번 전쟁에 졌다고 절망하지 마라. 우리에게는 다시 싸워서 승리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독일 민족이여 잠에서 깨어나라!"

  히틀러는 라디오 마이크 앞에서 연설을 했다. 그의 연설은 독일 국민들이 의무적으로 들어야 했으며 마침내 히틀러는 권력을 잡았다. 1935년 나치는 세계 최초로 정기적인 텔레비전 방송을 시작하고, 1936년 세계 최초로 해외 32개 국가로 방송을 송출하기도 했다. 마라토너 손기정이 일장기를 달고 우승했던 베를린 올림픽이 개최된 1936년 8월의 2주 동안, 아돌프 히틀러(Adlolf Hitler)의 나치 독재 정권은 인종 차별주의와 군국주의적 특성을 은폐하며 올림픽을 통해 많은 외국 관중들과 언론들에게 평화를 사랑하는 인내심 많은 독일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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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중을 지배하기 위하여 괴벨스는 독일의 전 가정에 라디오를 보급하고 수천만 명에게 히틀러의 일거수일투족을 동시에 중계했다. 1935년 나치는 세계 최초로 정기적인 텔레비전 방송을 시작하고, 1936년 세계 최초로 해외 32개 국가로 텔레비전 방송을 송출했다. 

  아쉽게도, 지금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보도로 MB정부가 큰 타격을 입자 권력에 의한 본격적인 언론 장악이 시작된다. 첫 타겟이 된 KBS가 권력에 의해 점차 무너지고, 2010년 ‘4대강 사업’의 실체를 고발한 MBC도 점령당한다. 결국 방송 검열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으면서, 더 이상 공영방송이 아닌 권력의 홍보 기지로 전락한 KBS와 MBC는 2014년 세월호 참사의 오보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진실마저 은폐한다. 이른바 KBS와 MBC 사태로 대표되는 언론의 어용화….

  다행스럽게도, 언론을 장악하는 권력의 작동 메카니즘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했다.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독립언론 <뉴스타파(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www.newstapa.org)가 제작한 <공범자들(Criminal Conspiracy)>(다큐멘터리 · 2017년 8월 17일 개봉 · 15세 이상 관람가 · 105분 · 감독 : 최승호)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의 몰락과 그 원인을 추적한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은 언론을 장악하는 권력의 작동 메카니즘을 사실적으로 잘 보여주면서, 권력에 의한 언론 장악에 저항하는 해직 기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도 담고 있다.

  때론 웃음을 터트리게 하면서, 때로는 눈물을 흘리게 하는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우리에게 만만치 않은 질문을 던진다. 언론사, 혹은 언론인은 권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면 우리는 이런저런 권력에 복종당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작동하는 권력의 포획망을 피할 수 있을까? 언론인, 혹은 지식인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피할 수 없다면 우리는 이런저런 권력의 공범자로, 자신도 모르게 권력의 하수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일괄하면 언론의, 혹은 언론인의 자유는 가능할까? 반추해보면, 우리 근·현대사에서 언론이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적이 있었던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 영화를 보고 잘 고민해보면 그 해답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