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립대학 3강 후기 ? ^.^

by 풀무 posted Apr 10, 2012 Views 6450 Replie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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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살짝 살짝 녹이 나있는 것 같은 한 남자

인생의 모진 회오리 속에서 살아남으며 생긴 인고의 녹이

나는 참 맘에 든다. (우리들 사이에서 그를 “이우”라고 부른다.)

 

그 옆에 앉아 운전하고 있는 한 여자

나에게는 20년 넘게 친하게 지내온 누나이다.

그 세월동안 그녀와는 크게 싸워 본적도 없는 것 같다.

난 그것을 그녀의 성격이 좋아서라고 이순간도 믿고 있다.

요즘 그녀를 보면 세상을 향한 (연민? 사랑? 친근감? )여튼

세상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다가가는 모습이 참 좋아보여서 나는 그녀와

좀더 친해지고 싶은 생각이 든다.(우리들 사이에서 그녀를 “에피”라고 부른다.)

 

나는 이것저것 먹는 것을 너무 감사하면서 먹는 습관 탓에(변명이라고 생각함)

그동안 몸이 불어 불편을 느끼며 뒷자리에서 이리 안고 저리안고 4시간을 움찔 움찔

하다가 보니 서울에서 출발한 인문학 자동차는 어느덧 예천시의 경북도립대학에

도착하였다.(우리들 사이에서 나를 “풀무” 라고 부른다.)

 

셋은 주섬주섬 인문학 강의에 쓰일 물건들을 챙겨서 강의가 있는 3층으로

등산하듯 이동한 후 리어설을 마치고 손님 맞을 준비를 후다닥 끝냈다.

 

청춘들이 강의 실로 들어온다. 나보다도 훨씬더 청춘들이 40여명 들어온다.

진짜 뭘 해도 이쁘다. 그냥 이쁘다. 있음이다.

세월이 지나면 저들에게는 어떤 꽃이 필까 어떤 열매가 맺을까

씨앗을 뿌려놓은 농부의 설레임처럼 기대되고 궁금하기도 하다.

 

사회자인 에피님의 인사를 시작으로 강의가 시작되었다.

즉석으로 주제어를 뽑아서 그것에 대하여 말하는 “1분 스피치 시간이다.”

한 여학생이 나와서 “외로움” 이라는 주제어를 뽑았다.

무턱대고 외롭단다. 자신이 뚱뚱해서 그런지 남자친구도 없고 무척 외롭단다.

외로움이란 주제어가 지금의 딱 자신이란다. 이마에 한문 팔자가 생길정도로 심각하게

빨리 남자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하소연 한다.

그 여학생에게 미안하지만 나름 진지하고 솔직한 발표에 난 너무도 크게 웃어버렸다.

한번 웃은 김에 그냥 계속 웃었다.

 

몇 학생의 1분 스피치가 끝난 후 “나는 누구인가” 라는 주제로

근대철학, 현대철학, 일제 식민지 시대, 춘향천, 등

철학과 역사 문학이 어우러진, 이우님의 “녹의 힘”이 발휘되는

두 시간의 강의가 끝났다.

 

에피님은 역시 편하게 사회를 잘보셧고

나는 강의 하프타임에 대장금의 주제곡 하망연과 직접 작곡한

“나는 여기서 무엇인가”를 나름 열창? 하였지만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풀무가 운전대를 잡고 두분은 졸고 무사히 서울에 입성하였다.

 

(자동차에 켜졌다 꺼졌다 하는 체크 엔진 경고등을 보며 조금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저녁 약속이 있어서 체크 엔진 경고등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서둘러

경북도립대학 이우의 인문학 3강의 후기를 마칩니다.

행복하고 가슴에 와 닿는 좋은 시간들 보네세요. 꾸우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