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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모두스 비벤디(modus vivendi), 생성하는 몸체는 멈춰서지 않는다

by 이우 posted Aug 26, 2017 Views 14965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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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스 비벤디-유동하는 세계의 지옥과 유토피아』
(지그문트 바우만 · 후마니타스 · 2010년 · 원제 : Liquid Times: Living in an Age of Uncertainty, 2006년)

  『모두스 비벤디-유동하는 세계의 지옥과 유토피아』*의 저자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 1925년~2017년)에 따르면, 모든 것이 제멋대로 출렁거리며 유동하고 변화하는 세계는 불안과 공포를 의미합니다. 견고한(solid) 것들이 사라지고 유동하는(Liquid) 것들이 넘쳐나면서 지금 이 세계는 지옥과 같은 곳이 되어버렸다고 진단합니다.

  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원시시대에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나아가 미래까지 세계는 유동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지그문트 바우만, 혹은 번역자의 말처럼 유동하는 세계가 지옥이라면 과거도 지옥이었으며, 현재도 지옥이며, 미래도 지옥일 수밖에 없습니다.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사상과 철학을 다룬 루크레티우스의 장편시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De rerum natura)>에서 말한 것처럼, 유동하지 않는다면 사물은 새로운 운동을 낳을 수 없습니다. 생성하는 몸체는 멈춰서지 않습니다. 유동하는 세계는 다양성의 원천입니다. 질 들뢰즈(Gilles Deleuze, 1925년~1995년)와 펠릭스 가타리(Felix Guattari, 1930년~1392년)가 말한 것처럼 '세계는 유동하기 때문에 가능성의 장'입니다.

   "만일 그대가, 사물들의 기원이 멈춰설 수 있으며, 멈춰섬으로써 사물이 새로운 운동을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대는 길을 잃고 참된 이치로부터 멀리 방황하리라. 왜냐하면 그것들은 허공을 통하여 떠돌아다니므로, 사물들의 모든 기원은 그것이 무게를 지님으로 해서, 아니면 때때로 다른 것의 충격에 의해 이동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움직여진 것들은 흔히 서로 마주쳐 부딪혔을 때 이리저리 서로에게서 튕겨나가게 되기 때문이다. (...) 기본적인 몸체들에게는 어떤 휴식도 주어져 있지 않으며, 오히려 쉼 없는 여러 방향의 운동으로 요동되어 일부는 충돌하여 큰 거리를 되튕겨 나가고, 일부는 또 부딪힌 데서 짧은 간격 만큼 이동한다. (...) 수많은 작은 입자들이 수많은 방식으로 허공을 가로질러 빛살의 밝음 속에서 뒤섞이는 것을 그대는 볼 것이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p.111~115)

  우리는 바우만, 혹은 번역자의 시선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이 책에서 예시된 사회 문제들은 돌연성과 불규칙성, 유동하는 세계의 문제가 아니라, 돌연성과 불규칙성을 두려워하면서 유동하는 '사물'들을 유동하지 못하도록 막아내고 분리하는 사회체의 문제입니다. 사회학자는 현상을 설명하는 '현실성'에 닻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미래 사회를 고민하는 '가능성'에 닻을 내려야 합니다.

  "사회학자여, ‘유동하는 세계가 지옥’이 아니라, 종(種)들의 ‘유동을 막는 사회체가 지옥’이다. 유동을 막지 않는 사회체를 고민하라."


  ......................
  *모두스 비벤디(Modus Vivendi)는 '생활 방식'이나 양식, '생활 태도'를 뜻하고, '일시적이고 잠정적인 타협안'을 의미하기도 한다. 철학에서 모두스(modus)는 양태(mode, 樣態, 사물이나 현상이 존재하는 모양이나 상태)를 말한다. 스피노자(Bnedict de Spinoza, 1632년~1677년)는 그의 저서 <에티카(ethica)>에서 "실체(res)는 양태로 존재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실체가 양태로 존재한다면, 존재하는 모든 것은 모두 고정되어 있지 않고 일시적이다. 존재 A는 다양한 양태(갓난아기 A', 청소년 A'', 남편 A'''.....)를 떠나 존재할 수 없다. 이런 사유 체계는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년~1900년)의 '가면의 철학(페르소나, persona)'에서 잘 표현된다. 모두스 비벤디(Modus Vivendi), 즉 모든 생활 양태는 일시적이며 잠정적이다. 이 책에서 지그문트 바우만은 일시적이며 잠정적인 생활 양태는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하여 불안과 공포를 낳는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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