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사 개요
○ 행사명 : 장애인의 날 초대전 <아름답지 않다, 아름답다>(윤길중 사진전)
○ 일시 : 2015년 4월 14일(화)~4월 24일(금) 오전 9시~오후 9시
○ 오프닝 리셉션 : 2015년 4월 14일(화) 오후 6시 장애인과 함께 합니다.
○ 장소 : 서울시청 시민플라자
○ 주최 : 서울특별시
○ 주관 : 서울특별시 지체장애인협의회 · 협동조합 사진공방
□ 초대글
2015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오는 4월 14일부터 24일까지 서울특별시 주최로 서울시청 시민플라자에서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기록한 사진가 윤길중과 작가 모델이 되어준 19명의 장애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장애인의 날 특별사진전을 선보이고자 한다. 그들은 대부분 학령기에 교육 기회를 놓치고 뒤늦게 야학에서 배움의 길을 걸으면서 희망을 싹 틔우고 있는 30대에서 60대의 중증장애인들이다. 윤길중은 3년 넘게 그들의 학교와 야외생활, 가정생활, 그리고 그들의 트라우마일 수도 있는 손발만을 클로즈업해서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전시에 함께 하는 장애인들은 대부분 어렸을 때 장애인수용생활에서 생활을 했고 부모형제들과 연락조차 안 돼 과거의 사진이 거의 없다. 몇 장 안되는 그들 성장기의 사진들을 함께 전시함으로써 그들의 험난한 삶의 여정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본 전시를 통해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작가가 장애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발견한 인간의 본질적인 아름다움과 마주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자 한다.
- 협동조합 사진공방
□ 작가 노트
중증장애인들의 학교생활과 야외생활을 담아 2013년에 <노란들판의 꿈> 사진전을 열었다. 지난 전시가 장애인들의 피상저인 기록이었다면 장애인들의 '삶'을 더 깊숙이 들여다 보기 위해 장애인들의 가정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휠체어를 타고 집안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밤은 어떻게 먹고 화장실은 어떤 구조인지, 샤워는 어떻게 하고 잠은 어떻게 자는지, 집에 있을 때는 주로 무슨 일을 하는지, 무슨 고민을 하며 사는지 궁금한 게 한 둘이 아니었다.
가재도구를 배경으로 포트레이트 촬영을 했다. 장애인들을 촬영하는데 첫 번째 원칙은 장애인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는 것이다. 긴장하면 몸이 더 뒤틀리기 때문에 촬영하기 전에 충분히 대화를 나눠야 하고 촬영 중에도 끊임없이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떠들어대야 한다. 그래도 마음에 마음에 드는 사진이 안 나오면 세 번 네 번 집으로 찾아가야 했다.
손발을 거의 사용하지 못하는 중증장애인들에게 그들의 손발을 찍고 싶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 많이 망설였다. 상처도 많고 뒤틀어진 손발을 찍으려고 하는 내 안의 '나쁜' 심보를 자책하기도 했다. 그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안겨주었을 손발이다.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고 가치가 없는 게 아니고, 충분히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가치는 장애인들에게 오히려 더 절실하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와 이성에 대한 욕망이 비장애인들과 다르지 않다. 차이는 그들도 인정하지만 그들의 삶을 무시하고 소외시키는 차별은 다수자의 횡포이다. 그들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며 행복한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좀 따뜻해졌으면 한다. 내가 늘 그들 곁에 카메라를 들고 서성이는 이유다.
- 2015년 봄, 윤길중
□ 추천 글
봄이 왔다. 벚꽃이 필 때는 예쁘고 질 때는 아름답다고 표현들 한다. 과연 예쁘다와 아름답다의 차이는 무엇인가! 아마 그 모습이 예쁨보다 보이지않는 내면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동하게 만들기 때문이리라. 윤길중은 중증 장애인들의 조금은 내밀한 일상과 그들에게는 아픔을 주었지만 그래도 너무나 소중한 뒤틀린 손과 발을 시리도록 아름답게 사진으로 표현하였다. 나는 이 사진들을 보면서 여느 장애인들을 찍은 사진들처럼 무언가 그들의 치부를 드러내어 가슴 아프게 하는 모습도 보았지만 윤길중의 시선으로 찍혀진 사진은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행동하는 양심." 이것은 사랑의 실천이다. 무언가 부족하고 아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동정이나 생색내기가 아니라 진정한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그것을 실천하는 모습이다. 윤길중은 사진을 통해서 그들의 삶과 그들만의 욕구와 욕망을 가슴으로 아파하며 채워지기를 바란다. 그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눈망울에서, 사랑의 미소가 향기로 펴져 나오기를 바라며. 윤길중은 그런 바람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실천하는 사진가이다. 이 사진을 보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도 사랑의 미소가 잔잔히 드리워지길 소망해본다.
- 사진가 이갑철
앙상한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허허벌판. 그 나무가 자신인 듯 휘몰아치는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그 들판에 서서 운명을 생각한 사람. 이제는 사람의 온기가 사라진 폐가. 그 집에 서서 자신을 이룬 세월을 온몸으로 기억하며 서 있는 사람. 그리하여 삶은 무엇이며 나는 누구인가, 왜 존재하는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사람, 윤길중이다. 인간은 무엇인가. 사진하는 사람은 또 무엇인가. 그 질문은 다시 인간이라는 존재로 이어진다. 그리고 사진가로 살아가는 이유를 찾고 사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윤길중은 자기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장애인에게 야정을 갖는다. 희노애락. 윤길중은 그 장애인의 삶을 정면에서 바라본다. 쉼 없이 고민하고 가슴으로 느끼며 순수하게 다가간다.
윤길중. 그는 사람을 찍는 사람이 아니다. 삶을 말하는 사람이다. 그의 사진을 사진으로,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보아야 하는 이유다. 윤길중은 삶의 근원에 대한 큰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직접 확인하고 증명하기 위해 사진기를 든다. 삶에 대한 절절한 탐구로 시작된 그의 작업들과 풍요롭고 아름답게 가꾸어가는 그 노력이 세상에 점염되길 빌어본다.
-사진가 최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