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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정투쟁 : 당신은 인정받기 위해 존재하는가? 그런가?

by 이우 posted Jun 05, 2017 Views 17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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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정투쟁 테제의 핵심은 사회적 투쟁이 상호 인정이라는 상호주관적 상태를 목표로 한다는 주장에 있다. 또한 '인정'은 인간이 자신의 삶을 성공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자 각 개인이 자신에 대한 긍증적인 관계, 즉 긍정적인 자기 의식을 가지게 하는 심리적 조건이다. 이런 점에서 인정투쟁 테제는 호네트에게 인간학적 문제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호네트가 인정이라는 개념에서 염두해 두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형태로 이해할 수 있다.

  첫째, 상호인정 관계는 '사랑(liebe)'이라는 형태 속에 있다. 사랑을 통해 그 당사자들은 정서적 욕구를 지닌 존재로 인정되며, 사랑을 통해 이 욕구 또한 충족된다. 둘째, 상호 인정관계는 동등한 '권리(Recht)'의 인정을 통해 형성된다. 이를 통해 각 개인은 자주적이고 도덕적 판단능력이 있는 존제로 인정된다. 셋째로, 사회적 '연대(Solidaritat)'이다. 여기서 각 개인은 자기만의 특수한 속성을 지닌 존재로 인정된다. 그리고 이 새ㅔ가지 인정을 통해 각 개인은 비로소 한 공동체의 '완전한 구성원'이 된다. (...)

  이 세 가지 인정관계는 사실 예나 시기 헤겔의 사뮤 모델에서 따론 것이지만, 이제 곧 이러한 헤겔식의 모델은 미드의 사회심리학을 통해 재정립된다. 호네트가 미드의 사회 심리학에서 주목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개인의 정체성 형성 과정이다. 이에 따르면, '주격 나(I)는 타인이 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어떤 상이나 기대를 인지하면서 '목적격 나(Me)'에 대한 심상을 얻게 된다. 따라서 자기관계는 나에 대한 타인의 관점이 나에게 내면화됨으로써 가능하다. 그러나 이 관계는 사회적으로 규정된 '목적격 나'와 대상화되지 않는 어떤 자발성으로서의 '주격 나'의 긴장 관계를 전제한다. 미드에게 이 긴장은 특히 '사회화 과정'과 맞물려 있는 '개성화과정'의 추진력이 된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규범적 이해, 즉 자기이해 또는 개인적 정체성 역시 이 두 과정의 긴장 속에서 형성된다.

  호네트는 바로 이 긴장관계 속에 '인정투쟁'을 엮어놓는다. 즉 '주격 나'는 사회적으로 규정된 '목적격 나'와는 다른 부분을 인정받으려는 투쟁에 서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투쟁을 통해 사회적 주체들이 눈앞에 그리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 요구가 완전히 인정된 '이상적 공동체'이다. 물론 이때 인정을 위한 투쟁은 전 사회 영역으로 확산되며, 그 형태 또한 집단화되고 조직화된다.

  인정과 투쟁의 관계는 인정의 유보나 불인정의 상태를 염두해둘 때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즉 자유로운 정서적 욕구의 분출과 충족을 가로막는 신체에 대한 폭행, 법적 권리의 유보나 불인정, 사회적 연대에서의 배제는 해당 당사자에게 '무시'나 '모욕'으로 이해되며, 이는 '분노'라는 심리적 반응을 일으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투쟁을 추진하는 심리적 동기가 된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 무시나 모욕은 각 개인의 정서적 욕구나 도덕적 판단 능력, 고유한 개성에 대한 부정이기 때문에 해당 당사자는 자신에 대해 긍적적인 관계를 갖기가 어려우며,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심각한 장애를 일으킨다. 이는 분명히 도덕적 '불의(Unrecht)'와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인정관계를 둘러싼 무시나 모욕 행위는 일종의 '도덕적 훼손(moralisch Verletzung)'으로 이해될 수 있다. 만약 '도덕적 관점'이라는 것이 인간의 삶의 실현을 이러한 훼손 행위에서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 이러한 훼손 행위를 극복하려는 사회적 투쟁 역시 도덕적으로 정당하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의 부제가 지적하고 있듯이 사회적 투쟁의 '도덕적 형식'이다.

  물론 호네트 스스로 지적하고 있듯이 '사랑'이라는 상호인정관계에서의 좌절이 사회적 투쟁의 원인이 되지는 않는다. 해당 당사자가 이를 통해 심리적 상처를 입고, 또한 그 상대자와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경험이 당사자들의 범위를 넘어서 사회적으로 일반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리나 사회적 연대 영역에서 각 개인이 겪는 무시에 대한 경험은, 그 무시가 그가 속한 집단에 전형적인 것으로 해석될 때 집단적 저항을 초래한다. (...)

  하지만 상호인정이라는 이상적 상태가 단지 인간의 삶의 실현 조건이기 때문에, 그 반대 형태인 무시행위가 개인의 긍정적 자기관계를 파괴하고 건전한 정체성 형성의 장애가 되기 때문에 인정투쟁이 정당화된다는 논리가 곧바로 안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즉 도대체 모든 개인의 개성화 요구가 어떤 기준 없이 '인정'되어야 하는 것인가? 만약 기준이 문제가 된다면, 우리에게는 또다시 하버마스식의 '합리성' 개념이 요구되는 것은 아닌가? 마찬가지로 투쟁을 통한 인정의 획득이 규범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히 다른 쪽의 패배를 전제하는 권력투쟁에서 승리했기 때문이 아니라 하버마스식의 비위계적인 동의가 그것에 함축되어 있기 때문은 아닌가? (...)

  - 1996년 8월, 프랑크푸르트에서 문성훈
  - <인정투쟁-사회적 갈등의 도덕적 형식론>(악셀 호네트 · 사월의책 · 2011년, 원제 : Kampf um Anerkennung)  '옮긴이 말' 중에서(p.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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