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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푸코의 『감시와 처벌 - 감옥의 역사』 : 형벌과 사회구조 · 권력과 지식①

by 이우 posted Mar 21, 2020 Views 19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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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_감시와처벌.jpg


  (...) 루쉐와 키르히하이머 공저의 대작1)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 중요한 기준을 포착할 수 있다. 우선 형벌제도가 무엇보다도 먼저 위법행위를 응징하는 하나의 수단이라는 환상을 버려야 하고, 또 그 역할에서 형벌제도가 사회 형태나 정치제도, 혹은 신앙 여하에 따라서 가혹한가, 아니면 관대한가, 속죄를 지향하는가, 아니면 배상에 더 치중하는가, 개인을 추궁하는 것이 목적인가 아니면 집단적인 책임소재를 결정하는 것이 더 중시되는가 등의 어느 한쪽일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오히려 '구체적인 형벌제도'를 분석해야 하고, 사회의 단순한 법률상의 골격에 의해서거나, 사회의 기본적인 윤리상의 선택에 의해서도 설명하기 곤란한 사회적 현상으로서 형벌제도를 연구해야 한다. 범죄의 세계가 단 하나의 요소가 아닌, 즉 제도가 기능하는 영역에서 그 제도를 놓고 파악해야 한다. 처벌의 조치가 질책, 금지, 거부, 억제를 가능케하는 '소극적' 기능이 아니라 것을 증명해야 하며, 또한 그 조치가 감당할 몫으로 떠맡고 있는 적극적이고 유일한 일련의 결과 전체와 결합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중략)

  이러한 방향에서 루쉐와 키르히하이며는 여러 종류의 처벌체계를, 그것들이 영향을 받는 생산력의 약식과 관련지어 고찰했다. 예를 들어 노예제 경제에서 처벌기구의 역할은 보조적인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이고 또한 전쟁이나 교역에 의해서 확보되는 노예제와는 별도로 '민간인(civil)' 노예제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는데, 봉건사회가 되자, 더구나 화폐와 생산력이 거의 발전하고 있지 않는 사대에서는 신체야말로 대체로 사람들이 좌우할 수 있는 유일한 재산이므로 신체 중심의 징벌이 급격히 증가한 현상을 주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뒤이어 상품경제의 발달과 함께 징계시설―구빈원(L' Hospital General)2), 방적공장의 옥사(Spinhuis)3), 연마공장의 옥사(Rasphuis)4)강제노동, 형벌적인 수공업이 출혀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산업화 체계가 노동력이 자유시장을 필요로 함에 따라, 강제노동의 역할은 19세기의 처벌기구 안에서 감소하게 되고, 그 대신에 교정을 목적으로 하는 구류가 행해지게 된다. 이러한 엄밀한 대응관계에 대해서는 물론 많은 고찰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의 일반적인 주제를 주목해 볼 수 있다.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처벌제도가 신체에 관한 일종의 '정치경제학' 속에서 재정립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제도가 폭력적이거나 피 흘리는 징벌에 호소하지 않은 경우에도, 혹은 감금이나 교정을 행하는 '온건한' 수단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되는 것은 항상 신체이다. 즉 신체와 그 체력, 체력의 이용성과 온순함, 체력의 배분과 복종이 문제인 것이다. 징벌의 역사를 도덕관념이나 법률구조를 기초로 해서 쓴다는 것은 확실히 정당한 작업이다. 그런데 이미 징벌이 주로 범죄자의 은밀한 정신만을 목표로 삼는다고 하니까, 징벌의 역사를 기초로 해서 과연 쓸 수 있을까?

  신체의 역사로 말하자면, 역사가들은 훨씬 오래 전부터 그 작업에 착수해 왔다. 그들은 신체를 역사적인 인구통계학이나 병리학 분야에서 연구해 왔다. 그들은 신체욕구(besoins) 욕망(appetits)본거지로서, 생리과정과 신진대사의 장소로서, 미생물 혹은 바이러스의 공격목표로서 고찰해 온 것이다. 즉, 그들은 역사적인 과정이 어느 정도까지 순수하게 생물학적인 생존의 토대(즉, 신체)로 간주될 수 있는 범위 속에 포함되는가, 그리고 또한 사회의 역사 속에서 세균의 전파라든가 수명의 연장과 같은 생물학적인 사건에 어떤 위치를 부여애햐 하는가 등을 논증해 왔다.

  그러나 신체는 또한 직접적으로 정치의 영역 속에 들어가 있어서 권력관계는 신체에 직접적 영향력을 가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신체를 공격하고, 그것에 낙인을 찍고, 훈련시키고, 고통을 주고, 노역을 강제하고, 의식을 강요하고, 그것에 여러가지 기호를 부여한다. 신체에 대한 이러한 정치적 공격은 복합적이고 상호적인 여러 관계에 따라서 신체의 경제적 활용과 연결된다. 신체가 권력관계지배관계에 의해서 포위 공격당하는 것은 상당한 정도까지는 생산력으로이지만, 그 대신 신체를 노동력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신체가 강제적 복종의 구조(그곳에서도 욕구또 또한 세심히 배분되고 계량되고 활용되는 정치적 도구의 하나이다) 속에 편입되는 경우에 한정된다.

  신체는 생산하는 신체인 동시에, 복종하는 신체인 경우에만 유익한 힘이 되는 셈이다. 이 복종의 관계는 단순히 폭력 본위의 수단에만 의해서도, 또 단순히 관념 행태의 수단에만 의해서도 실현되지 않는다. 그 강제는 직접적이고 물리적일 수 있으며, 힘에는 힘을 가지고 대항하는 것일 수도 있고, 물질적인 요소를 대상으로 하는 수도 있지만, 폭력적인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 강제는 계산되고 조직화하여 기술적으로 고려될 수 있는 것이며, 교묘한 방법으로 무기를 사용하지도 않고 공포를 주는 것도 아니면서 신체적 차원에 머물러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즉 신체기능의 과학이라고는 정확하게 말할 수 없는 신체의 지식과, 한편 체력을 지배하는 능력 이상의 것인 체력의 통제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지식통계가 신체의 정치적 기술론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의 내용을 이룬다. (중략) 그곳에서 행사되는 권력은 하나의 소유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전략으로서 이해되어야 하며, 그 권력지배의 효과는 소유에 의해서가 아니라 배열, 조작, 전술, 기술, 작용 등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 권력 속에서 우리는 소유할 수 있는 어떤 특권을 찾아내기보다는, 오히려 항상 긴장되어 있고, 항상 활동중인 관계망을 찾아내야 하며, 그 권력의 모델로서 어떤 양도 거래를 행하는 계약이라든가, 어떤 영토를 점유하는 정복을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영원히 계속되는 전투를 생각해야 한다.

  요컨대, 다음의 점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그 권력은 소유되기보다는 오히려 행사되는 것이며, 지배계급이 획득하거나 보존하는 특권이 아니라, 지배계급의 전략적 입장의 총체적인 효과이며, 피지배자의 입장을 표명하고, 때로는 연장시켜주기도 하는 효과라는 것이다. 한편, 이 권력은 그것을 갖지 못한 자들에게 단순하게 일종의 의무 내지 금지로서 강제되는 것은 아니다. 그 권력은 그들을 포위공격하고, 그들을 거쳐가고, 그들을 통해서 관철된다. 더구나 그 권력은 그들을 거점으로 삼는 것이다. 마치 그것에 대한 싸움에서 이번에는 그들 자신이 이쪽에 미치는 영향을 거점으로 삼는 것처럼, 바꿔 말하면, 이 권력의 여러 가지 관련은 사회의 심층 속으로 내려가 있어서, 시민에 대한 국가의 모든 관계의 내부와 계급 간의 경계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개인, 신체, 몸짓, 행동의 차원에서 법제 또는 통치의 일반 형태를 재생산하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더구나 그러한 여러 관계들 사이에는 연속성이 존재한다 하더라도(그것들은 일련의 복합적인 톱니바퀴 장치 전체에 따라 실레로 이러한 형태 위에 유기적으로 배치된다) 유사성이나 상동성은 없고 다만 기구와 양식의 특수성이 있다. 결국 그러한 여러 가지 관계들은 획일적인 것이 아니고, 다수의 대결점을 규정하거나 불안정성의 근원을 규정하는 것으로서, 그 근원의 하나하나에는 갈등이나 불화, 세력 관계의 일시적인 전도 등의 위험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 '미시적 권력'의 전복은 전부냐 무(無)냐를 정하는 것 같은 법칙을 따르지도 않고, 또한 권력기구의 새로운 통제에 의해서건 제도의 새로운 작용이나 파편에 의해서건 한 번에 결정적으로 이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반대로, 전복의 국지적·우발적 사건은 모두 이것이 놓이는 그물눈 전체에 미치는 효과에 의거하지 않고서는 역사 속에 편입될 수가 없는 것이다.

  마차가지로 권력의 관계들이 정지되어 있는 경우에만 지식이 존재할 수 있다거나, 지식권력의 금지 명령이나 요청, 이해관계를 떠나서만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모든 전통을 버려야 할지 모른다. 어쩌면 권력 광인을 만든다거나 거꾸로 권력을 버리는 것지식인이 될 수 있는 여러 조건의 하나라는 그러한 생각을 버려야 할지 모른다. 오히려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은 권력은 어떠한 지식을 창출한다는(단순히 지식권력봉사하기 때문에 지식에 혜택을 주는 것이건 또는 지식은 유익하기 때문에 그것을 응용하려는 것이라는 그 이유 뿐만 아니라) 점이며, 권력과 지식은 상호 직접 관여한다는 점이고, 또한 어떤 지식의 영역과는 상관관계가 조성되지 않으면 권력적 관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동시에 권력적 관계를 상정하거나 구성하지 않는 지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권력과 지식'의 이러한 관계들은 권력의 제도와 관련해서는 자유로울 수도 있고, 자유롭지 않을 수도 있는 한 사람의 인식 주체를 바탕으로 하여 분석되지 않는다. 그와는 반대로 고려해 두어야 할 것은 인식하는 주체, 인식되어야 할 대상, 인식의 양태는 모두가 권력-지식의 기본적인 관계와 그것들의 역사적 변화의 결과들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권력에 유익한 지식이든 볼복종하는 지식이이든 간에 하나의 지식을 창출하는 것은 인식 주체의 활동이 아니라 권력-지식의 상관관계이고, 그것을 가로지르고, 그것이 조성되고, 본래의 인식형태와 가능한 인식영역을 규정하는 그 과정의 싸움이다. (...)


  ......................................................

  1) G.Rushe et Kirchheimer, <형벌과 사회구조>(Punishment and social structures). 1939년.
  2) 1657년 프랑스 국왕이 사회질서를 확랍하기 위해 만든 수용소로서 빈민, 광인, 떠돌이, 부랑아 등을 수용해 일반일들로부터 격리시키기 위한 기관.
  3) 암스테르담에 설치되었던 징계기관.
  4) 암스테르담에 설치되었던 징계기관.

  - 『감시와 처벌 - 감옥의 역사』(미셸 푸코 · 나남출판 · 2003년 · 원제 : Surveiller et Punir : Naissance de la prison, 1975년 ) <수형자의 신체> p.5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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