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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니마 모랄리아 : 선물과 기부, 자선 혹은 봉사

by 이우 posted Jun 20, 2017 Views 12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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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들은 선사하는 행위를 잊어버린다. 교환 원칙을 위배하면서 선물하는 행위는 사리에 어긋나고 의심스러운 것으로 여겨진다. 아이들조차 선물은 그들에게 솔이나 비누를 팔기 위한 술책이 아닌가 미심쩍어 하면서 선물을 준 사람을 의심의 눈초리로 훑어본다. 그 대신에 사람들은 자선, 즉 눈에 보이는 사회의 환부를 계획적으로 땜질하는 '관리되는' 선행을 행한다. 이러한 조직화된 사업에는 인간적인 감정이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다. 기부는 정확하게 무게를 달아 사무적으로 분배하는 행위, 간단히 말해 수혜자를 객체로 취급하는 행위로 말미암아 그들에게 필연적으로 모멸감을 준다. 사적인 선물 행위마저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예산을 요리조리 따져보면서 되도록 남에게 신경을 뺏기지 않으려는 노력과 함께 수행되는 하나의 사회적 기능으로 전락해 버렸다. 진정한 선물 행위는 받는 사람의 기쁨을 상상하는 기쁨이다. 그것은 자신의 길에서 빠져나와 시간을 써가면서 무언가를 고르는 것, 즉 타인을 '주체'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남을 잊어버리려는 것과는 정반대의 것이다. 이제는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기껏해야 사람들은 자신이 스스로 갖고 싶어하는 것, 사실은 그보다 조금 못한 것을 선물한다. 선물 행위의 타락은 선물용 목록을 고통스럽게 밀 고안해 진열하는 것에 잘 반영되어 있는데 이러한 고안 행위는 사람들은 무엇을 선물해야 할지 모른다는, 사실 내심으로는 선물하기를 원치 않는다는 가정 위에 서 있다. 이런 선물용 상품들은 그것의 구매자들처럼 공중에 떠있다. (...) 왜곡되지 않은 모든 관계, 유기체 내부에 있는 화해적 요소란 아마, 주는 행위, 선사하는 행위이다. 앞뒤를 재고 계산하는 논리에 의해 선사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인간은 스스로를 사물로 만들면서 얼어죽는다. (...)

- <미니마 모랄리아>(테오도르 아도르노 · 길 · 2005년 ·  원제 : Minima Moralia. Reflexionen aus dem bescha"digten Leben, 1951년) p.64~66


  (...) '너는 다른 사람을 도와야만 해'라는 완강한 태도 뒤에는 집단과 그룹의 우월성에 대한 승인이 암묵적으로 들어 있다. 이러한 대세를 누구도 감히 거슬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들이 돌처럼 차가운 심장을 지닌 사람들을 눈감아 주게됨에 따라 부드러운 심장을 가진 사람조차 냉혹한 사람들의 들러리가 되고 만다. (...)

- <미니마 모랄리아>(테오도르 아도르노 · 길 · 2005년 ·  원제 : Minima Moralia. Reflexionen aus dem bescha"digten Leben, 1951년)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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