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 구성원은 필연적으로 모든 것을 공유하거나 아무 것도 공유하지 않거나, 아니면 어떤 것은 공유하고 어떤 것은 공유하지 않게 마련이다. 그들이 아무 것도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가는 공동체인 만큼 그들은 최소한 영토는 공유해야 한다. 한 국가의 영토는 하나고, 시민들은 다름 아니라 한 국가를 공유하는 자들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국가가 잘 다스려지려면 공유가능한 모든 것을 공유하는 편이 나은지, 아니면 어떤 것은 공유하되 다른 것은 공유하지 않은 편이 나은지 하는 것이다. 플라톤의 대화편 <국가>애서처럼, 시민들은 아내와 자식과 재산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서 소크라테스가 아내와 자식과 재산은 공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니 말이다*. 따라서 문제는 현재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국가>에서 제인된 법(法, nomos)를 따르는 것이 더 나은지 하는 것이다. ...
-『정치학(Politika)』(아리스토텔레스·도서출판 숲·2009년) <제2권 이상국가 · 제1장 국가구성원의 재산 공유> p.63~64
... 부부를 공유하는 공동체에는 그런 제도를 옹호하는 자들이 아무리 조심해도 피하기 어려운 또 다른 폐해들이 있는데, 학대, 고의적 또는 우발적 살인, 말다툼, 비방 등이 그것이다. (...) 놀라운 것은 플라톤이 모든 젊은이들을 만인의 아들로 만든 다음 연인 관계인 연장자들에게 젊은이들과의 육체적 관계만 금할 뿐 연애를 하거나 애정 표시를 하는 것은 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자간 또는 형제간에는 애정을 품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므로 그런 애정 표시는 가장 부적절한데도 말이다. 그밖에도 놀라운 것은 플라톤이 단지 지나친 쾌락(hedone)을 추구한다는 이유만으로 남자 연인들끼리 동침을 금하면서도 이들이 부자간 일 수 있고 형제간일 수도 있다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밖에도 처자공유제는 치자들인 수호자들보다는 피치자들인 농민들에게 더 쓸모가 있는 것 같다. 처자를 공유하는 곳에서는 우애(phila)가 약해져 피치자들이 고분고분하고 변혁을 꾀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일반적으로 플라톤이 제안한 것과 같은 제도는 훌륭한 제도가 가져다줄 결과와는, 그리고 소크라테스가 그 때문에 처자공유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믿는 목적과도 정반대되는 결과를 가져다 줄 것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우애야말로 국가를 위한 최고선이며 국가를 내분으로부터 지켜준다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도 국가의 통일성을 특히 찬양하는데 그것은 우애의 산물인 것 같고 그도 그렇다고 말하고 있다. 알다시피 사랑에 관한 플라톤의 또 다른 대화편 <향연(Symposion)>에서 희극 작가 아리스토파네스는 사랑이 격렬해지면 연인들은 서로 유착되어 둘이 하나가 되기를 열망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럴 경우 필연적으로 둘다 또는 둘 중 하나가 소멸될 것이다. 반면 처자를 공유하는 국가에서는 우애가 묽어져, 아버지는 틀림없이 아들을 '내 아들'이라고 부르지 않고, 아들은 '내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게 될 것이다. 마치 소량의 감미로운 포도주를 다랭의 물로 희석해 놓으면 그 본래의 맛을 느낄 수 없듯이, 그런 이름들에 내포된 가족 간의 유대감도 플라톤이 구상한 것과 같은 그런 국가에서는 없어지고 말 것이다. ....
-『정치학(Politika)』(아리스토텔레스·도서출판 숲·2009년) <제2권 이상국가 · 제4장 처자(妻子)공유제에 대한 비판> p.7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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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톤은 그의 저서 『국가(Politeia)』에서 수호자 계급은 재산을 공유해야 하고, 처자도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한 여자는 지혜를 사랑하는데 다른 여자는 지혜를 사랑하지 않고, 한 여자는 기개가 높은데 다른 여자는 기개가 부족하지 않을까? (...) 그렇다면 수호자로 적합한 여자도 있고, 그렇지 못한 여자도 있을 것이네. 그런데 우리는 남자수호자들도 이런 자질을 보고 뽑지 않았던가? (...) 따라서 우리는 그런 자질을 타고난 여자들을 뽑아 그런 자질을 타고난 남자들과 동거하며 수호자 임무를 함께 수행하도록 해야 하네. 그런 여자들은 그럴 능력이 있고, 본성상 그런 남자들과 동류이기 때문일세. (...) 그렇다면 이전 주장으로 되돌아가서, 수호자들의 아내들이 시가 교육과 체육단련 교육을 받는 것은 자연의 이치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는데 우리는 의견이 일치했네. (...)
"어떤가? 그렇다면 모든 시민 중에서 수호자들이 가장 훌륭하지 않을까? 여자들은 어떤가? 여자들 중에서 여자 수호자들이 가장 훌륭하지 않을까? 그런데 가능한 가장 훌륭한 남자와 여자들이 생겨나는 것보다 국가 더 좋은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그것은 우리가 앞서 설명한 바 있는 시가 교육과 체력단련 교육의 결과물이겠지? 그러니 우리 여자 수호자들도 체력단련을 위해 옷을 벗어냐 하네. 그들은 옷 대신 미덕을 입게 될 테니까. 그들은 전쟁과 그 밖의 다른 수호자 업무에서 제구실을 하되, 오직 거기에만 전념해야 하네. (...) 지금 이 법과 그 선행 법들에는 아마도 다음과 같은 법이 수반될 것이네. 우리 남자 수호자들과 여자 수호자들은 딴 살림을 차려서는 안되고 모든 여자는 모든 남자의 공뮤물이며, 아이들도 공유물이어서 부모는 제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고 자식은 제 부모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법 말일세."
"그들의 입법자로서 이미 수호자들을 뽑은 자네는 가능한 본성이 같은 여자들을 뽑아 남자수호자들에게 배정할 것이네. 그들은 한 집에서 살며 공동식사를 하되 그런 종류의 사유재산을 소유하지 않을 걸세. 그들은 함께하며 어우러져 체력단련을 하고 그 밖의 다른 수련을 받을 테니, 타고난 충동에 이끌려 필연적으로 성관계를 맺게될 걸세. (...) 우리가 합의한 우너칙들에 따르면, 가장 훌륭한 남자들은 가장 훌륭한 여자들과 자주 성관계를 맺어야 하지만 열등한 남자들은 열등한 여자들과 되도록 드물게 성관계를 맺어야 하네. 또한 우리 집단이 최상급이 되려면 우리는 전자의 자식들은 양육하되 후자의 자식들은 양육해서는 안 되네. 그리고 우리 수호자 집단이 되도록 파쟁에서 벗어나려면 이 모든 일은 치자들 말고는 아무도 모르게 처리되어야 하네. (…) 우리는 교묘한 제비뽑기를 고안해 내어야 하네. 혼례식이 있을 때마다 우리가 앞서 말한 열등한 자들이 운을 탓하고 치자들을 탓하지 못하도록 말일세. ...
-『국가』(플라톤 · 도서출판 숲 · 2013년 ·원제 : Politeia) <제5권> p.276~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