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개의 단어가 확인된다. 하나는 '추출된다'이고 또 다른 하나는 '통제된다'이다. 클라우드를 관리하려면 기능을 통제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필요하고, 이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사용자들로부터 숨겨진다. 역설적인 것은 손안에서 사용되는 작은 기계(스마트폰 혹은 아이팟 등)일수록 개인화되고, 사용이 쉬워지며, 가능이 투명하며, 따라서 전체적인 설정이 외부, 즉 사용자의 경험을 조율하는 가대한 기계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험이 소외되지 않고, 자발적이고, 투영할수록, 이 은밀한 목적을 쫓는 국가기관이나 개인 기업의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가 더 많이 규제하고 통제하게 된다. (중략)
이런 특성이 디지털 공간에만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관대한 사회를 특정 짓는 주관성의 형태에 속속들이 스며들고 있다. 자유로운 선택이 최고의 가치로 부상하면서, 사회적인 통제와 압제는 더 이상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개인의 자유로운 경험으로 보이기 때문이다(혹은 그렇게 유지된다). 이런 자유 없음(Unfreedom)은 종종 그 반대의 모습을 가진다. 보편적인 보건 서비스를 박탈하고서, 선택의 자유를 주었다고 말한다(본건 서비스 업체를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평생직장을 기대할 수 없어서 새롭고 불안정한 일자리를 몇 년 아니, 몇 주라도 찾게 될 때, 스스로를 재창조하고 창의적인 잠재렧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말한다. 자녀의 교육에 대해 대가를 지불해야 할 때는 '각자의 운명을 결정하는 기업가'가 되어서, 가지고 있는(혹은 빌린) 자본의 투자를 교육, 보건, 여행 면에서 자유롭게 선택하는 자본가처럼 행동하라는 말을 듣는다.
자격이 부족한 상황에서(혹은 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말을 끊임없이 듣다가 보면 점차 자유가 참기 어려운 걱정을 유발시키는 짐이 되어버리는 일이 많아진다. 자유롭게 행동할수록 체제의 노예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고립된 개인으로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통치자란 인물이 주장하는 거짓 자유가 만들어낸 도그마의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
2002년 5월, 뉴욕 대학의 과학자들은 쥐의 뇌에 직접적으로 기초적인 신호를 전송하기 위한 컴퓨터 칩을 부착했다. 조종 시스템을 이용해서 주의 운동을 통제하기 위해서였다. 역사상 처음으로 살아 있는 동물의 의지와 운동에 대한 자발적인 결정이 외부의 기계에 의해 통제된 순간이었다. 물론 이 불행한 쥐가 외부에서 결정된 운동을 어떻게 경험하는가 하는 위대한 철학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쥐는 행동이 자발적인 것으로 인식했을까? 아니면 무엇인가가 잘못되었다고 느꼈을까? (중략)
위키리크스* 주변에서 새로운 백과사전이 부상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이고 국제적인 기반이 필수적이다. 그래야만 강대국이 또 다른 강대국과 씨름을 벌이는 불편한 상황(스노든이 러시아에서 보홀르 요청한 것과 같은 상황)이 최소화될 수 있다. 우리의 이론에 따르면 스노든과 푸시 라이엇은 같은 투쟁의 일부를 구성한다. 우리 모두는 새로운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통해서 내부 고발자와 이들의 메시지 전달을 보호해야 한다. (중략)
내부고발자가 영웅인 진짜 이유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할 수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지역 사회의 풀뿌리 단계에서만 개선될 수 있다는 소리가 흔히 들려온다. 국가의 체제가 너무 경직되어서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우려에 완전히 무감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 상충되고 있는 문제들은 국제적인 조직가 활동 역시 요구한다. 훌륭했던 오래전의 근대국가는 너무 거대한 동시에 너무 규모가 작아졌다. 국가에 대한 이상적인 반대 세력은 반대 세력은 지역의 시민단체나 범국가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직접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
- 『자본주의에 희망은 있는가』(슬라보예 지젝·문학사상사·2017년·원제 : Trouble in Paradise, 2014년) p.97~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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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 Wikileaks. 정부나 기업 등의 비리와 불법행위에 대해 내부고발을 통한 폭로를 전문적으로 하는 인터넷 사이트다. 2006년 12월 호주 저널리스트 줄리언 어산지가 설립했다. 수십 개 국의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비영리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2007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아파치 헬기에 탄 미군들이 이라크 민간인들을 향해 총을 난사해 10여명이 숨진 과정을 담은 ‘부수적인 살해(collateral murder)’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2010년 폭로하며 위키리크스는 본격적으로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0년 9월에는 주한 미국대사관이 미국 국무부에 보낸 비밀전문 1980건을 포함해 미국 국무부가 전 세계 270개 해외공관과 주고받은 외교전문 25만여건을 공개함으로써 파문을 던지기도 했다. 2015년 7월에는 이탈리아 해킹전문업체 ‘해킹팀’이 해킹당해 유출된 내부 자료 중 이메일 자료를 수집해 위키리크스 사이트에 공개했다. 100만개가 넘는 이메일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검색기능을 탑재해 해킹팀과 거래한 국가기관들이 자행한 불법 해킹 행위에 대해 효율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