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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 : 결론

by 이우 posted Mar 13, 2019 Views 29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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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수가 비천함과 가난 속에서 살 때 소수의 권력자와 부자가 권세와 부의 절정을 누리는 것은, 후자의 인간들이 자신이 누리는 것을 전자의 인간들이 가지고 있지 않을 때에만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며, 만일 민중이 비참하지 않게 되면 상황을 바꾸지 않고서는 그들이 행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한다. 그러나 이런 세부 사항들만으로도 상당한 작업거리가 될 것이다. 그 작업에서는 자연 상태의 권리들과 관련하여 모든 정부의 장점과 단점들이 검토될 것이며, 그런 정부들의 본질과 세월의 흐름과 함께 필연적으로 일어나게 될 대변혁에 따라 오늘날까지 나타났으며, 앞으로 수 세기 동안에도 불평등의 다양한 양상이 드러날 것이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외부로부터 오는 위협에 대하여 취했던 대비의 결과 되레 사회 내부에서 억압을 당하고 있는 것을 볼 것이다. 우리는 또 억압이 계속해서 커가는 것을 빤히 보지만 그 억압이 어디에서 멈출 것인지, 억압을 중지시킬 수 있는 어떤 합법적인 방법들이 있는지 억압받는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볼 것이다. 우리는 시민의 권리와 국민의 자유가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볼 것이며, 약자들의 저항이 반란을 일으키는 불평등으로 치부당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정치가 공익을 지키는 명예를 인민들 가운데 용병에게만 제한하여 부여하는 것을 볼 것이다. 그로부터 세금의 필요성이 야기되며, 경작자는 낙심하여 평화로울 때조차도 전답을 떠나 쟁기를 내려놓고 검을 착용하는 것을 볼 것이다. 명예에 관한 것에 대해서도 불길하고 기이한 규칙들이 생겨나는 것을 또 볼 것이다. 조국의 수호자가 조만간 적이 되어, 같은 나라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칼을 들이대는 것을 볼 것이다. 그리하여 그가 자기 나라의 압제자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는 때가 올 것이다.

  "만일 당신이 나의 검을 내 형제의 가슴이나 내 아버지의 목이나 심지어 임신한 내 아내의 배에 꽂으라고 명령하면, 나는 싫지만 다 수행할 것입니다."

  신분과 재산상의 극도의 불평등, 정념과 재능의 다양성, 무익하고 해로운 기술, 하찮은 학문 등으로부터 수많은 편견이 생겨나는데, 그 편견들은 또한 이성과 행복과 미덕과는 상반하는 것들이다. 우리는 또 지배자들이 함께 모여사는 사람들을 갈라놓아 약화시킬 수 있으며, 겉으로는 사회에 화합의 분위기를 주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분열의 씨를 뿌릴 수 있으며, 신분들 사이에 권리와 이익을 서로 대립시켜 상호 불신과 증오심을 야기하여 결과적으로 그들 모두를 억압하는 권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것이며 무엇이든 조장하는 것을 볼 것이다. (...)

  독자가 철학자들이 해결할 수 없는 수많은 도덕적 · 정치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찾게 되는 것은 바로 사태의 이런 완만한 연속 안에서일 것이다. (...) 독자는, 인간의 영혼과 정념이 어떻게 조금씩 변질되어 이를테면 본성을 변화시키는지, 왜 우리의 욕망과 쾌락은 결국에 가서는 대상들을 바꾸고 마는지, 왜 본원적 인간이 점차 사라져버려 사회가 현자의 눈에는 그 모든 새로운 관계의 산물이자 자연에 진정한 토대를 갖지 않는 인위적인 인간과 부자연스러운 정념의 결합체로밖에 보이지 않는지 설명해 줄 것이다. (...)

  미개인은 마음의 안정과 자유만을 호흡하며, 한가롭게 살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하여 스토어 학파의 아타락시아조차도 전자의 다른 모든 대상의 초연함에 미치지 못한다. 반대로, 언제나 활동적이고 땀 흘려 일하는 시민은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번민하면서 더욱더 힘이 드는 일을 찾는다. 그는 죽을 때까지 일하며, 살아 있고 싶은 상태에서조차 죽음으로 내달리거나, 불멸성을 얻기 위해 목숨까지 포기한다. 그는 자기가 증오하는 높은 신분의 사람들이나 귀족들에게, 자기가 경멸하는 부자들에게 문안을 드린다. 그는 그들을 섬기는 영광을 얻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비열함과 그들의 보호를 우쭐거리며 자랑한다. 자신의 노예 상태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그는 노예 상태를 함께 나눌 영광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경멸하듯이 말한다. (중략) 사실, 이 모든 차이의 진짜 원인은 다음과 같다.

  즉, 미개인은 자기 자신 안에서 사는 데 반해 언제나 자기 밖에서 살아가는 사회인은 타인의 평판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하여 이를테면 그는 오로지 타인의 판단에 의해서만 자기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그토록 훌륭한 도덕론들이 있으면서도 어떻게 그러한 경향에서 선과 악에 대한 그렇게 극심한 무관심이 생겨나는지, 또한 모든 것이 겉치레로만 귀결되어 명예와 우정과 미덕, 종종 악덕까지 자랑이 될 수 있는 비결을 찾으니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뒤틀린 모습이 되어버렸는지, 요컨대 어떻게 그토록 많은 철학과 인간애와 예절과 감탄할 만한 격언들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언제나 타인에게는 우리가 무엇인지를 물으면서 우리 자신에게 감히 묻지도 않음으로써 미덕 없는 명예나 지혜 없는 이상, 그리고 행복 없는 쾌락 같은 기만적이고 경박한 겉치레만 가지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은 나의 주제가 아니다. 나로서는 다만 그것이 인간의 본원적 상태가 아니며, 그처럼 우리의 모든 자연적 성향을 변화시키고 변질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사회의 정신과 사회가 야기하는 불평등이라는 것을 증명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중략)

  불평등은 자연 상태에서는 거의 없으나 우리 능력의 발달과 장신의 발전으로부터 그 에너지를 얻어 성장하며, 마침내는 소유권과 법의 제정에 의해 항구적이고 합법화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한 그로부터 오로지 실정법에 위해서만 허용된 도덕적 불평등은 그것이 신체적 불평등과 정확히 균형을 이루지 못할 때마다 항상 자연법에 위배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러한 구별은 모든 문명인들 사이에 두루 존재하는 그런 종류의 불평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충분히 밝혀준다. 왜냐하면 아이가 노인에게 명령하고 바보가 총명한 사람을 통솔하는 것, 굶주린 다수에게 필요한 것이 모자라는데 소수의 사람에게는 사치품이 넘쳐나는 것은, 자연법을 어떻게 규정하든 명백히 자연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

- 『인간 불평등 기원론』(지은이 : 장 자크 루소 · 옮긴이 : 김중현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5년 · 원제 : Discours sur l'origine, et les fondements de l'Inegalite parmi les hommes , 1755년) p.11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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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은 1753년 11월 <메르퀴르 드 프랑스(Mercure de France)>지의 <디종 카카데미>  "인간 사이의 불평등 기원은 무엇이며, 불평등은 자연법에 의해 허용되는가?"라는 주제의 형상 논문 공모를 통해 발표했던 것이다. 루소는  1749년 12월 "학문과 예술의 부흥은 풍속의 순화에 기여했는가?"라는 주제로 이루어진 <디종 아카데미> 논문 현상 공모에 <학예론(Discours sur les sciences et les arts)>을 써서 수상한 적이 있다. 루소는 "학문과 예술의 부흥은 풍속의 순화에 기여했는가?"라는 현상 논문의 제목을 보는 순간, 벼락을 맞은 듯한 느낌이었고 호흡을 고르기 위해 걸음을 멈추고 길가의 나무를 부여잡아야 할 지경이었다. '그렇지 않다. 기여하지 않았다"라고 루소는 생각했다. 그때부터 루소는 역사철학을 꿈꾸게 되었다.

  "통치기구와 법률은 인간 집단에게 안전과 안녕을 마련해 준다. 학문과 문학과 예술은 이것들보다 덜 압제적이지만 더 강력한 것일지도 모른다. 학문과 문학과 예술은 인간이 짊어지고 있는 쇠사슬 위에 화환을 펼치고, 인간이 태어난 목적으로 여겨지는 본원적 자유의 감정을 억누른다. 인간으로 하여금 노예 상태를 좋아하게 하며, 그들을 이른바 문명인으로 만든다. 필요가 왕좌를 일으켜 세웠다면, 학문과 예술은 왕좌를 공고하게 만들었다."(『루소 전집』3권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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